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Y터뷰] "'공작'으로 바닥을 쳤죠"...황정민이 자책한 이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YTN



"한국 관객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잖아요. 무엇보다 황정민을 좋아하죠.(웃음) 1000명 중에서 20명은 저를 싫어할 수 있지만 전 제 영화를 기다리는 980명에게 더 신경을 쓰고 싶습니다. 하하"

배우 황정민의 귀여운 자부심이, 밉지 않은 너스레가 현장의 공기를 유쾌하게 메웠다.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으로 돌아온 황정민은 본인을 "광대 기질이 있다"고 표현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 본인만 알고 있을 수 없다던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랐다"며 "분명히 관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지난 8일 개봉한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한국형 첩보극이다. 극 중 황정민은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의 지시에 따라 대북 사업가로 위장, 북으로 간 스파이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아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줬다. 첩보극이라고 하지만 스파이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큰 차이를 둘 수는 없었다. 오로지 황정민의 연기력이 중요했다.

YTN



"애초에 1인 2역이라고 마음먹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실화가 바탕이 아니었다면 제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는 못했죠. '공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첩보물과는 결이 달라요. 그런데도 스파이일 때와 아닐 때의 차이를 둬야 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투리였습니다."

영화는 1990년대 중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벌인 '북풍 공작'을 모티브로 했다.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실제 활동했던 대북 공작원 박채서씨에 대한 이야기인 것. 흑금성 사건은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 사건 중 한 부분이다. 작품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여당의 모습부터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 등을 생생하게 그렸다.

"처음엔 두렵고 불편했어요. '이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전 반공 교육을 받아온 세대거든요. 걱정이 컸죠. 우리끼리 모여 있을 때 농담 삼아 '잡혀가는 거 아냐?'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도 했어요. 그런데도 이 얘기가 넓게는 사상과 신념은 다르지만 두 남자의 우정이라고 생각했어요. 더 넓게 보면 남과 북의 화합이죠. 물론 해석은 관객들의 몫입니다. 정치적인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그것보다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게 제일 낫겠다고 판단했죠."

YTN



황정민은 박채서씨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영화는 재창조의 작업이고 캐릭터는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실존 인물이 너무 궁금했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이 일을 택했는지 궁금했다. 일반 사람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많은 얘기를 들은 건 아니에요. 그분의 느낌이나 에너지를 보고 싶었죠. 인상이 강렬했어요. 눈을 읽을 수가 없더라고요. 돌이나 벽에다가 말을 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뭘 숨기려고 그런 건 아닌데 말이죠. 저도 그런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죠."

YTN



'공작'은 현란한 액션이나 추격전 등 볼거리에 치중된 첩보극은 아니다. 남북한 대치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그야말로 한국형 첩보영화다. 위장 첩보원의 심리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이들의 모습만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실제 박석영과 리명운(이성민) 최학성(조진웅) 정무택(주지훈) 등 인물들 간의 심리전이 돋보인다. '구강 액션'이라는 별칭이 붙인 것도 이에 기인한다. 황정민은 "윤종빈 감독님이 모든 대사가 액션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말은 쉽지 막상 해보면 너무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긴장감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데 모니터를 보니까 긴장감이 제로더라고요. 바닥을 치게 됐고,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는구나'라고 자책하게 됐죠. 그런데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고통스러웠더라고요. 큰일 나겠다 싶어서 속내를 꺼내놓고 똘똘 뭉쳤어요. 그때부터 서로 도와주면서 합을 맞춰나갔죠."

YTN



'공작'을 끝내고 나서 황정민은 연극 '리처드 3세'로 오랜만에 무대를 경험했다. "아직도 모자란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기존에 하던 방식대로 작품을 대하면 안 되겠더라"라던 위기의식이기도 했다.

"그동안 열심히 해왔지만, 관성이 쌓였던 것 같아요.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공작'을 통해 알게 됐죠. 그래서 연극을 통해 다시 시작하고 싶었어요."

연극을 끝내고 지금까지 "잘 쉬었다"던 황정민은 오는 12월 윤제균 감독의 SF 영화 '귀환' 촬영에 돌입한다. "완전히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황정민이 목소리를 높였다.

"SF 장르는 처음이라서 설레어요. 무엇보다 윤재균 감독님을 존경합니다. '공작' 촬영 때 출연 제안을 받았는데 대본도 안 보고 '한다'고 했죠. 내용이 어떻게 될지 떠나서 둥둥 떠다닐 거 아니에요. 지금까지 잘 쉬어서 에너지가 충만하거든요. 천장에 붙어서도 연기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웃음) 기대하고 있습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24시간 실시간 뉴스 생방송 보기

▶ YTN에서 직접 편집하는 뉴스 보기

[저작권자(c) YTN & YTN PLU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