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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노후 포기할 테니 국민연금 돌려 달라”…불안한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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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국민연금 논란 이유

세계일보

‘보험료율 인상’ ‘의무가입 기간 연장’ ‘연금수령 시기 연장’ ‘수령 가능 최소가입 기간 축소’ 등을 담은 국민연금 개편안이 논의되면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해결이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일각에서는 ‘제도를 폐지하자’ ‘지금까지 낸 보험료 돌려달라’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 동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오는 17일 보건복지부 공청회에서 제시될 국민연금 운영 방안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세계일보

◆국민연금 ‘불신’이 가장 큰 문제

논란이 확산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다. 올해 국민연금 수익률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도 기금 운용을 책임진 기금운용본부장은 1년째 공석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국민연금 적립금은 634조원이다. 적립금은 계속 늘어 2043년 2500조 원대까지 불어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출산과 고령화, 경제 악화 등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5일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 성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1.18%로 5개월간 원금 1조5572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26.31%)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국내주식 시장평균 수익률(-0.26%)보다도 –0.92%포인트 더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 수익률 역시 지난해 10.68%에서 1.67%로 급감했다.

김 의원은 “국민연금이 사상최악 수준의 실적을 보이고 있음에도 수장인 기금운용본부장 자리는 지난해 7월 이후 1년 넘게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 수령 시기 연장 논의에 앞서 기금운용본부 조직 안정 등 노력을 기울여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젊은 층 “노후 포기할 테니 국민연금 돌려 달라” 반발

20~30대 젊은 세대들은 국민연금 자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특히 이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늦춘다고 해도 과연 자신들이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원 이모(31)씨는 1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령화에 대한 부담을 젊은 세대한테 지게 하는 것 아니냐”며 “당장 먹고 살기도 팍팍한데 나중에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국민연금을 안 낼 수 있다면 안 내고 싶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환급해달라’ ‘의무 가입 폐지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자’ 등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과 지급 시기 연기 가능성에 반발하는 성격의 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연금 환급과 의무가입 폐지를 주장한 한 청원인은 “국민연금 의무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는데 30대 초반인 제가 60대가 되면 받을 수나 있느냐”며 “지금까지 납부한 것이라도 돌려주고 의무가입이 아닌 선택가입으로 해 달라”고 요구했다.

자신을 20대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흙수저로 태어나 피땀 흘려 사업자가 됐다. 각종 부가세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데 국민연금까지 내려니 힘들다”며 “청년을 위한다면 국민연금 의무화 폐지를 부탁드린다”고 썼다.

또 “노후 보장해주고 싶으면 정해진 세금으로 하라”며 “노후 포기할 테니 내 아이 잘 키울 수 있게 국민연금 돌려달라”는 청원인도 있었다.

세계일보

◆국가가 지급 보장하는 공무원·군인 연금과 형평성 논란

연금을 정상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왜 국민연금만 갖고 그러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가 법으로 연금지급을 보장해주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법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적자를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에 근거해 2001년부터 공무원 연금 지급에 필요한 돈이 공무원들이 내는 보험료와 정부 부담금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매년 세금으로 1조∼3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군인연금은 이미 1973년 고갈됐고, 2010년부터는 해마다 1조원이 넘는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지 않는다. 2013년 개정된 현행 국민연금법은 ‘국가는 연금 급여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국가 책임을 강조한 것이지만 국가에 지급 보장 의무를 강제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거론 전에 공무원·교사·군인 연금부터 개혁하라’는 청원이 줄을 잇는다. 청원인들은 “공무원을 위한 나라냐, 국민을 위한 나라냐” “국민 혈세로 메꾸는 군인연금, 공무원연금과 형평을 맞추거나 자신이 없다면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계일보

◆의무가입 연령 높아지면 노인 일자리 축소될지도

국민연금 가입 연령을 만 60세 미만에서 만 65세 미만으로 높이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인 일자리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 가입 연령이 만 65세 미만으로 높아지면 만 60~64세 노인을 고용한 사업장은 이들에 대한 보험료 부담이 새롭게 생긴다. 보험료 부담이 만 60~64세 노인이 일자리를 얻는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보험료율은 9%로, 가입자와 사업자가 4.5%씩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작성한 공청회 자료집 초안에서도 일하는 노인과 그 고용주가 추가 비용부담으로 가입상한연령 조정에 반발하거나 보험료를 내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위원회는 “고령 근로자와 고용주는 추가 비용부담으로 가입상한연령 조정에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많은 경우 보험료 납부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전체 납부예외자 비중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가입자 관리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론 의무가입 상한연령을 높이면 보험료를 내는 기간이 늘어나 수급액이 더 많아진다. 또 의무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한 사람에게는 노후 자금을 확보할 기회가 생긴다. 하지만 은퇴 후 소득이 적은 상태에서 보험료를 내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일보

◆문 대통령 “국민동의 없는 일방적 개편 없다”…17일 개편안 공개

국민연금 개편안을 둘러싼 비난이 들끓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민연금 개편은 노후소득 보장 확대라는 기본 원칙 속에서 논의될 것”이라며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민연금 문제로 여론이 들끓는다는 보도를 봤다. 보도대로라면 대통령이 보기에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12일 보건복지부도 박능후 장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보험료 인상, 가입연령 상향조정, 수급 개시 연장 등은 자문안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항의 일부일 뿐 정부안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7일 공청회를 열어 민간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재정추계위원회·제도발전위원회·기금운용발전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자문위원회 내부에서 논의된 방안들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국민연금은 2003년부터 5년마다 출산율, 임금·물가상승률, 기금투자수익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된 재정 상태에 대한 장기전망을 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에는 제도 수정이 이뤄진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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