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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어, 일본에서 봤는데"…유통·식품업계 도넘은 일본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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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삐에로 쑈핑' 日 돈키호테 벤치마킹, 빼빼로·새우깡 일본이 원조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이유미 기자 = 15일 광복 73주년을 맞았지만, 한국 유통·식품업계는 여전히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우리보다 유통업과 식품업이 더 발달한 일본의 성공한 포맷이나 상품을 그대로 베껴 쉽게 장사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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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이 삐에로쑈핑?



◇ 신세계·롯데 일본 유통 포맷 '벤치마킹', 아니면 '베끼기'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는 지난 6월 만물잡화점 개념의 전문점 '삐에로쑈핑'을 서울 코엑스에 선보였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심작이라 불리며 그룹 내에서도 역점 사업으로 준비해 온 작품이다.

정 부회장도 개점을 앞두고 자신의 개인 인스타그램에 "삐에로쑈핑 6월 28일 스타필드 코엑스에 오픈, 뭐가 어디 있는지 하나도 모를 것이다"라는 글을 적어 올리며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자 일본 잡화 전문점 돈키호테 매장과 똑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빽빽한 상품진열에다가 '보물찾기' 같은 상품 찾기 경험 등 매장 구성과 분위기가 돈키호테와 그대로 닮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주요 오프라인 유통사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돈키호테는 소비자들에게 쇼핑의 재미를 주면서 매장과 매출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하지만, 돈키호테와 삐에로쑈핑을 모두 다녀온 이들은 상품진열과 구성 등의 유사성을 고려할 때 베끼기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롯데그룹도 신세계와 비슷한 경우다.

롯데슈퍼도 지난달 슈퍼마켓과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롭스(LOHB's)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매장 '롯데슈퍼 with 롭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슈퍼마켓과 H&B 스토어의 강점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유통매장으로 롯데슈퍼 기본 골격에,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H&B 스토어인 롭스의 노하우를 더했다.

사실 이 매장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한국판 코스모스' 매장을 만들어 볼 것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코스모스는 화장품과 약을 파는 드럭스토어에서 출발해 지금은 식품을 파는 슈퍼마켓까지 결합한 하이브리드 매장으로 진화했다.

가전유통업체 롯데하이마트도 책과 가전제품, 잡화 등을 함께 판매하는 일본의 '쓰타야 서점'과 비슷한 하이마트 옴니스토어를 올해 개점했다.

고객들이 가전제품만 사러 하이마트 매장을 들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매장 한 곳에 북카페를 만들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로운 유통 운영방식 등을 일본에서 들여오는 것은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내려는 노력이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적 관점이나 수준에서 자존심 상하는 측면이 있으므로 창의적이고 발전된 방향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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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빼빼로'(왼쪽)와 글리코 사의 '포키'[각사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빼빼로·새우깡·초코송이…'사실은 일본이 원조'

'일본 베끼기'가 더 자주,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곳은 식품업계다.

롯데제과 대표 제품인 '빼빼로'는 일본 글리코 사의 '포키' 제품과 매우 비슷해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빼빼로는 1983년 국내에서 출시됐고 포키는 이보다 17년 앞선 1966년 일본에서 출시된 제품이다.

농심 '새우깡'(1971년 출시)은 일본 가루비 사의 '갓파에비센'(1964년 출시)과, 오리온 초코송이(1984년 출시)는 메이지 사의 '키노코노야마'(1975년 출시)와 제품 모양부터 포장지까지 비슷하다.

이들 제품은 모두 국내에서 출시된 지 수십 년이 된 대표적 '장수 과자'이지만 사실상 원조 격 제품은 모두 일본에 뿌리를 둔 셈이다.

이밖에 남양유업의 차 음료 '17차'(2005년 출시)는 일본 아사히 음료의 '16차'(1993년 출시)를 따라 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해태제과의 체중조절용 조제식품 '칼로리 바란스'(1995년 출시)는 일본 오츠카제약의 '칼로리메이트'(1983년)를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최근에도 이런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오리온이 출시한 프리미엄 냉동 디저트 '마켓오 생초콜릿'은 일본의 유명 생초콜릿 '로이스 생초콜릿'과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제품 패키지부터 안에 들어있는 제품 개수(20개), 동봉된 포크까지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4월 빙그레가 출시한 콘 아이스크림 '슈퍼콘'도 일본 글리코 사의 '자이언트콘'과 제품 패키지가 거의 똑같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롯데주류가 지난해 선보인 라거 맥주 신제품 '피츠(Fitz) 수퍼클리어'는 일본 롯데의 인기 껌 제품인 '피츠'(Fit's) 상표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유통·식품업에서 우리보다 역사가 길고 선진화된 것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국내 기업이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일부 업체들의 지나친 베끼기는 낯뜨거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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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새우깡'(왼쪽)과 가리비 사의 '갓파에비센'[각사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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