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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브랜드 흥망사] 한 시대를 풍미했던 'MSN 메신저'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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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WWW(world wide web) 기반의 인터넷은 19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웹 페이지 열람이나 이메일, 뉴스 등이 초기 인터넷을 이용한 대표적인 서비스였는데, 이들은 모두 사용자 간의 정보소통의 방법이었다. 다만, 초창기의 인터넷은 실시간으로 빠르게 정보교환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었다. 몇몇 사이트에서 실시간 채팅 서비스를 제공하긴 했지만 이 역시 특정 사이트를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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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인스턴트 메신저(instant messenger)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 없이 전용 소프트웨어를 PC에 설치해 두면 언제라도 접속 중인 친구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이메일이 '편지'에 가까운 서비스라면 인스턴트 메신저는 '전화'에 좀 더 가깝기 때문에 한층 직관적인 정보 교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세계 최초의 본격적인 인스턴트 메신저는 1996년 이스라엘의 벤처기업인 미라빌리스가 선보인 'ICQ'다. ICQ는 실시간 채팅 외에 다중 사용자 대화, 초대, 파일 전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 이후 등장하는 모든 인스턴트 메신저의 기본적인 개념을 확립했다. ICQ는 서비스 출시 4년 만에 1억명의 글로벌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다만, 한국에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 취급 받곤 했다.

시대가 원했던 서비스, MSN 메신저

ICQ가 유명해지면서 다른 업체들도 이와 유사한 인스턴트 메신저 서비스를 다수 선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1999년 처음 선보인 ‘MSN 메신저(MSN Messenger)’였다. 초창기의 MSN 메신저는 ICQ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기능을 제공했지만, 글로벌 대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적극적인 홍보에 힘입어 사용자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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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에 PC용 운영체제인 '윈도우XP'를 출시하면서 '윈도우 메신저(Windows Messenger)'라는 이름으로 MSN 메신저를 기본 탑재했는데, 이 역시 MSN 메신저의 이용자 수를 크게 늘리는 데 한 몫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부당한 끼워팔기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침에도 불구하고 MSN 메신저는 2000년대 초에 큰 인기를 끌면서 사실상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특히 대학생들과 회사원들 사이에서 거의 필수품 취급을 받았으며, 2004년 즈음의 MSN 메신저는 전 세계 이용자 수가 1억 3,000만명, 국내 이용자 수가 700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뛰는 경쟁자들, 기는 MSN 메신저

하지만 이 시기에 인스턴트 메신저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마이크로소프트 외에도 많았다. 특히 한국에선 '드림위즈 지니(1999년)', '버디버디(2000년)', '세이클럽 타키(2002년)',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온(2002년)' 등의 서비스가 등장해 그야말로 인스턴트 메신저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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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메신저들의 기본적인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각 사의 특성을 이용한 부가서비스 및 특화 마케팅을 통해 저마다의 영역을 개척했다. 사용자의 개성을 나타내는 각종 아바타를 꾸밀 수 있는 기능을 강조하거나 인터넷 게임에 특화되었음을 강조하는 메신저도 있었고, 실시간 오디오 방송과 같은 유사 UCC 기능을 제공하는 메신저도 있었다. 특히 버디버디는 청소년 사용자들 사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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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온의 경우는 파일 이어받기, 원격 PC 제어, 무료 문자 보내기 등의 한층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 외에, 당시 한국에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와 연동 기능을 내세워 급격하게 이용자 수를 늘렸다. 반면, MSN 메신저는 이렇다할 기능 개선이 없다시피 했다. 결국 2005년을 전후해 한국시장에서는 네이트온이 MSN 메신저의 이용자 수를 추월하게 된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MSN 메신저에 폴더 공유 및 대화 상대 찾기, 새로운 스킨 등의 기능을 추가한 신 버전인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Windows Live Messenger)'를 2006년에 선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개선으로 판도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청소년들은 버디버디를,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네이트온을 더욱 선호했으며, 이렇다할 차별성이 없던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의 이용 빈도는 점점 줄기만 했다.

급변하는 환경에 안일한 대처, 몰락을 부르다

이후,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던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는 2010년을 전후한 스마트폰 열풍, 그리고 이와 함께 흥하기 시작한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라인, 와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등)의 인기를 견디지 못하고 급격히 몰락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1년에 인터넷 기반 음성 통화 서비스인 스카이프(Skype)를 인수하고 2013년에는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와 스카이프를 통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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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너무나 안일한 조치였다. 사실상 기존 스카이프 서비스에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이용자들만 강제로 가입시킨 것과 다를 바 없었으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기존 윈도우 라이브 메신저 서비스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한다. 이로서 1999년부터 시작된 MSN 메신저의 계보는 사실상 2013년에 끊기게 된다. 그리고 2010년에는 드림위즈 지니, 2012년에는 버디버디가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다른 유사 서비스들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되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PC기반 인스턴트 메신저의 시대는 막을 내린다.

잘 달리는 말에게도 채찍질은 필요하다

어떠한 콘텐츠이건 시대를 잘 타고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MSN 메신저는 정말로 운이 좋은 경우다. 기술적으로 딱히 다른 서비스에 비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독창성도 그다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시대가 이런 서비스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으며 PC 생태계를 지배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력이 결합되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이 굳건하지 않은데다 이를 개선하는데도 소홀했기에 머지않아 경쟁자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IT생태계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전환되면서 사실상 몰락하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기업의 역량을 생각해 본다면 어이 없을 정도로 큰 판단착오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영원한 1등은 없으며, 아주 잠시의 방심이 몰락을 부르곤 한다. 잘 달리는 말에게도 채찍질이 필요하다는 주마가편(走馬加鞭)의 교훈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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