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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보편요금제법 처리해야" ..근거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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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국회앞 정문에서 기자회견

가계부담 완화라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 주장의 근거 빈약

이익극대화가 문제니 정부가 개입해야?…시장 경쟁 훼손

새 요금제 소비자 기망?…기존 요금제도 있어 사실과 달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경실련 민생경제연구소,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이 오늘(14일)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문 앞에서 ‘보편요금제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통신소비자단체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앞서 배포한 자료에서 “최근 이통사들의 요금제 개편안은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에 도움이 안된다”며 “오히려 고가-저가요금제 이용자간 차별만 36배에서 83배로 커졌다”고 주장했다.

또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고가요금제 중심의 시장개편, 저가요금제 혜택을 늘려야 한다”며 “8월 임시국회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들의 주장은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자는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새 요금제외에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기존 요금제가 없어지지 않았다는 점(고가-저가 요금제간 차별 확대 근거 부족)▲KT와 SK텔레콤이 출시한 ‘LTE베이직’과 ‘T플랜 스몰’은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이 많다는 점 ▲이미 알뜰폰에는 정부 제시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한 상품이 있고 통신2사 출시 이후 알뜰폰 경영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생태계 붕괴우려) 때문에 의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여전히 논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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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1)이익극대화가 문제니 정부가 개입해야?…시장 경쟁의 의미 훼손 논란

지난 4월 규제개혁위원회의 보편요금제 심사에 진술인으로 참석했던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동통신 3사가 독과점 상태에서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이익을 보면서도 고가요금제를 중심으로 혜택을 집중하며 저가요금제 이용자를 차별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골몰해왔기 때문에 보편요금제 도입을 통해 가격 왜곡이나 이용자 차별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윤명 사무총장도 “최근 계속되는 폭염주의경보 등 중요정보들도 대부분 휴대전화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만큼 보편요금제 문제는 기업의 이익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맞다”면서 “보편요금제 도입이 이통3사나 일부언론이 말하는 것처럼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이통3사가 이익을 지나치게 추구하니 정부에 요금제 설정권을 부여해 직접 요금을 통제하자는 것이다. 보편요금제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년마다 요금을 정하는 걸 허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알뜰폰 같은 대체제가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 시장왜곡을 초래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요금이 비싸니 정부가 저가항공사와 비슷하게 낮추도록 해서 저가항공사를 죽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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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7월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통계에 따르면 알뜰폰 위기는 심해졌다. 알뜰폰 가입자가 통신 3사 모두로 이탈했다. 통계 작성후 처음이다. 특히 정부가 직접 요금제 수준을 정하는 보편요금제(25% 요금할인이후 월 2만원대, 데이터 1GB, 음성 200분)보다 더 저렴한 ‘LTE베이직(월 2만원대, 데이터 1GB, 음성 무제한)’을 지난 5월 말 출시한 KT는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 뺏기에 성공했다. KT가 알뜰폰 가입자를 뺏아오는데 성공한 것은 20개월 만이다.

규개위 참고인으로 진술한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 교수는 “기업은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구성원이어서 재벌들이 갑질하고 나쁜짓하면 단죄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시장경제논리를 뒤집어 좌지우지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또 “보편요금제는 매우 강력한 요금규제로 알뜰폰과 공공와이파이가 있는데 보편요금제를 하자는 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라며 “커피 값이 비슷하다고해서 경쟁을 안 한다고 하진 않는다,합법적 테두리에서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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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2) 새 요금제 소비자 기망?…기존 요금제도 있어 사실과 달라

시민단체들은 또, KT와 SK텔레콤이 최근 출시한 요금제도 저가-고가 구간간 차별이 심화됐다며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윤명 사무총장은 “최근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 방침을 밝힌 이후 이통사들이 3만원대에 데이터를 1GB 내외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출시하며 보편요금제를 도입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주장하지만, 왜 보편요금제 도입이 임박하자 이제야 내놓는 것인지 저의가 궁금하다”며 “보편요금제 입법을 통해 LTE 뿐만 아니라 5G부터는 상용화 단계부터 저가요금제를 통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철한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국장은 “SKT를 기준으로 보면 기존에는 3만 3천원짜리 요금제가 데이터 제공량 300MB, 가격이 그 2배인 6만6천원짜리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11GB로 약 36배 차이가 났다면 최근 요금제 개편 이후에는 3만 3천원짜리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1.2GB, 6만 9천원짜리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이 100GB로 약 83배로 늘어나 고가요금제에 대한 특혜 집중만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새 요금제 자체의 장점은 아예 무시하거나, 기존 요금제도 폐지되지 않아 오히려 고객 선택권은 늘어났다는 점에서 한쪽 측면만 부각한 것으로 평가된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요금경쟁이 사실상 사라진다는 점(알뜰폰 붕괴)에서, 보편요금제 입법을 통한 저가요금제 경쟁논리도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나온다.

새 요금제가 나왔다고 해서 예전 요금제(KT는 ‘LTE데이터 선택’, SK텔레콤은 ‘band데이터’)가 없어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내게 맞는 요금제를 선택해 쓰면 된다.

이를테면,KT와 SK텔레콤에서 ‘LTE 데이터선택 32.8’과 ‘band 데이터 세이브’를 썼던 사람이라면 무조건 새 요금제인 ‘LTE베이직’이나 ‘T플랜 스몰’로 갈아타야 한다
. 예전 요금제들에선 데이터를 300MB밖에 안줬지만 새 요금제에선 KT는 1GB, SK텔레콤은 1.2GB를 준다. 25%약정할인까지 받으면 2만4750원에 데이터를 1G~1.2GB까지 쓸 수 있다. 물론 에넥스텔레콤,(주)큰사람, CJ헬로 등 알뜰폰이 더 저렴하다.

하지만 5만원 대 썼던 데이터 중량 사용자는 그대로 있는게 유리하다. 새 요금제에선 데이터 6GB~6.5GB를 주는 5만 원대 요금제는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KT와 SK텔레콤은 6만5000원 상품을 6만9000원으로 올리면서 데이터량을 9배에서 10배(10·11GB→100GB)로 늘렸다.

우리나라 국민의 LTE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7~8GB인데, 좀 덜 쓰는 사람(6GB~6.5GB)이라면 5만6000원 대에 데이터를 6.5GB 정도 주는 예전요금제들(LTE 데이터선택 54.8, band 데이터 6.5G,데이터 6.6)에 머무는 게 유리하다. 굳이 1만 원이상 더 내고 데이터를 100GB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 통신사에 가족이 모두 가입하더라도 가계 통신비를 줄이고 싶다면 SK텔레콤 ‘T플랜 패밀리’와 LG유플러스의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요금제’가 유리하다. 4인 가족 기준 통신비를 15%줄이면서도 데이터는 2배 이상 늘어난다.

‘T플랜 패밀리’는 가족 중 한 명만 월 7만9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150GB가 제공되고, 이중 20GB를 가족들에게 맘대로 나눠줄 수 있다.‘속도·용량 걱정없는 데이터 요금제’는 월 8만8000원에 한 명만 가입하면 무제한 데이터가 제공되고, 이중 40GB를 가족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

전영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데이터ON과 T플랜이 출시됐다고 해서 예전 요금제가 사라진게 아니다”라며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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