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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일감부족ㆍ적자늪ㆍ夏鬪ㆍ후판價 인상…조선업계 다시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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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인력감축을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사측은 파업에 따른 피해가 300억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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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ㆍ실적은 부진한데 후판價ㆍ임금인상 요구까지 ‘4중고’

- 현대重 “이달내 유휴인력 2000명 문제 매듭” 사상 첫 무급휴직 강수

- 노조는 기본급 7만3373원 인상ㆍ추가파업 ‘강대강’ 대치

- ‘수주부진’ 삼성重 노협 5.1%ㆍ13조 혈세 투입 대우조선 4.11% 인상 요구

- 후판가격 인상도 직격탄…톤당 5만원 오르면 연간 3000억원 원가부담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올들어 수주를 이어가며 극심한 수주절벽을 벗어나는 듯했던 조선업계가 하반기 후판가격 인상과 임금인상 요구로 다시 ‘사면초가’에 몰렸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가 이번주 일제히 여름휴가를 마치고 임금ㆍ단체협상을 재개하면서 본격적인 하투(夏鬪) 돌입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빅3의 하반기 인력감축 규모는 3000여명에 달한다. 각사의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유급 순환휴직 등을 요구하며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오는 20일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현대중공업은 관련 유휴인력 2600명 가운데 사무직 700여명을 제외한 2000명 가량에 대한 처리방안을 이달 내로 매듭짓는다는 계획이다.

2014년 10월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수주한 해양원유시추설비를 이달중 마지막으로 인도하면 남은 일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사측은 유휴인력 2000여명에 대해 무급휴직과 기본급 20% 반납을 제안한 상태다. 현대중공업이 무급휴직을 추진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7만3373원 인상과 유급순환휴직 및 인력재배치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19일부터 24일까지 전면 파업을 벌인 노조는 추가 파업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상 최악의 적자(1조9232억원)를 기록한 2014년부터 5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분기(1757억원)에도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 역시 2016년 발표한 자구안 계획을 달성하지 못해 올해까지 1500명 가량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사측은 무급순환 휴직을 비롯해 기본급 동결,복지포인트 중단, 학자금 지원조정(중학교 폐지)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 격인 노동자협의회(노협)는 기본급 5.1%(10만286원) 인상, 고용보장, 희망퇴직 위로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인력감축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면서 “무급휴직 등 노협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2분기 실적은 1005억원 영업손실로 1분기(478억원) 보다 적자폭이 크게 늘었다.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기본급 4.11% 인상 등 6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임금 10% 반납 및 상여금 분할지급안을 내놨다. 13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노조는 지난달 압도적인 찬성(93.4%)으로 파업안을 결의해 파업 준비를 마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후판가격 인상은 조선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조선 빅3에 공급하는 후판가격을 하반기 톤당 5만~7만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후판은 배를 건조할 때 주로 쓰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통상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한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후판가격이 톤당 5만원 오르면 업계의 원가부담이 연간 3000억원 가량 증가한다”며 “선박가격 상승폭보다 후판가격 인상 속도가 빨라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바로 적자로 전환된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조선업계 악재는 가중되고 있지만 올해 수주 목표 달성은 미지수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7월 말 기준 수주액이 29억달러로 올해 수주 목표치(82억달러)의 35%에 그쳤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48%(35억4000만달러),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ㆍ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59.8%(79억달러)를 채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소식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시황이 좋아졌다기 보다 바닥을 지난 정도”라며 “일감부족은 여전하고 구조조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임금인상에 원자재값까지 올라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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