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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튜브로, 무대로…TV 넘어서는 코미디언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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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연석 기자

한때 TV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코미디언들이 유튜브나 무대로 활동 영역을 옮기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이 유튜브 개인 방송에서 선보이는 내용은 각양각색이다. 특징을 꼽자면, 기존의 정형화한 콩트 코미디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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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의 '좋아서 하는 채널'. (유튜브 캡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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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강유미는 유튜브에서 '좋아서 하는 채널'을 지난해 4월부터 운영 중인데, 구독자가 45만 명을 넘어섰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코미디언 중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강유미는 ASMR·토크·리뷰·롤플레잉·반려견 등 트렌드에 발맞춘 자기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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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의 '얼간김준호'.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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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윤종신'을 패러디해 '얼간김준호'를 운영 중인 김준호는 구독자 수가 42만 명이다.

개그 종합콘텐츠 채널이라는 모토 아래 먹방·게임·체험·동료 코미디언을 초청한 콜라보 기획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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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의 '지민롭'. (유튜브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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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아니까'의 미녀 개그맨 김지민은 '지민롭'을 오픈하고 뷰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다수의 뷰티 프로그램에서도 활동한 경험과 지식을 살려, 자신만의 시크릿 비법을 대방출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이밖에 김대범, 이수근, 홍윤화·김민기, 김민경, 유상무, 정태호 등 다수의 코미디언들이 자기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제작해 선보인다.

유튜브뿐만이 아니다. 공연 무대에서도 코미디언들의 활약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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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화가 the 필요해'. (사진=JDB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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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의 김대희·신봉선·장동민은 최근 홍대 JDB스퀘어 무대에 섰다.

이들은 '대화가 필요해'를 연극으로 바꾸고, 약간의 에피소드를 추가해 '대화가 the 필요해'를 공연했다.

지난달 22일부터 4주간 일요일마다 공연한 이 연극은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

홍대는 코미디언들의 자유롭고 실험적인 무대가 관객들을 만나는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했다.

JDB스퀘어뿐만 아니라, 윤형빈소극장과 김대범소극장, 정태호 소극장 등 코미디 전용 소극장이 즐비해, 대중은 언제든 코미디 공연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장르 역시 다양하다. TV에서는 사실상 전멸한 스탠드업 코미디도 무대에서만큼은 활발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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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개그콘서트' 리허설 현장. (사진=이한형 기자/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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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주자는 KBS 개그맨 29기 공채 정재형이다. 그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기획사 '스탠바이 스튜디오'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울 논현동 스탠드업 코미디 전용클럽 '코미디헤이븐'에서 월요일을 제외하고 하루에 10명씩 무대에 올라 스탠드업 코미디를 공연한다.

홍대서는 김대희·김준호·유민상·박영진도 홍대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쇼를 진행하거나, 진행 중이다.

◇ TV 기반 코미디 장르의 쇠락…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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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진행된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김준호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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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들이 유튜브나 무대로 활동 영역을 옮기는 결정적인 이유는 TV 코미디의 쇠락과 관계가 깊다.

지상파 3사 중 코미디 프로그램은 KBS 2TV '개그콘서트'가 유일하다. 케이블 채널까지 확장해도 '코미디빅리그'까지 2개에 불과하다.

죽어 버린 TV 플랫폼에 대한 생존 전략으로 무대나 유튜브 등의 경로를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진출한 코미디언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출에 성공했다고 꼽은 코미디언은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소수다.

상당수는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잠시 머물렀다가 방출됐다.

코미디언들이 유투브나 무대에서 활동하는 데에는 TV 플랫폼의 보수적인 성향도 한몫을 했다.

심의 등을 이유로 TV에서 선보일 수 있는 코미디는 제약을 받은 게 사실이다.

결국 보편적인 코미디를 해야 한다는 족쇄는 코미디의 다양성을 죽였다. 이는 코미디 TV 프로그램의 쇠락기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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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업 라이브 코미디쇼'의 개그맨 정재형(왼쪽). 그는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서도 동료 개그맨들과 스탠드업 코미디를 뽐낸다. (제공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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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준호는 최근 진행된 제6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기자간담회에서 "유튜브를 해보니 가장 좋은 건 자기계발이 된다는 것이다"며 "개그맨들에게 자기 트레이닝 개념으로는 유튜브가 너무 좋은 플랫폼"이라고 극찬했다

제약이 없는 유튜브가 코미디언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팬덤을 형성, 관리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준호는 "이번에 제가 JDB스퀘어에서 100명 한정 모임을 했는데 두 명인가 빠지고 거의 오셨다. 부산에서 아이, 엄마, 할머니까지 3대가 오셔서 유튜브를 잘 보고 있다고 하셨다. 초등학생만 하는 줄 알았는데 전체적인 연령대로 팬덤 형성이 되더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TV보다 유튜브가 익숙한 10대들과 접촉하기엔, 유튜브 플랫폼이 더욱 최적화됐다는 의미이다.

또한 "저희는 안 하고 있지만 강유미는 광고회사와 같이 진행해 월 2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 걸로 알고 있다. 저만해도 최근 PPL 같은 걸 따져보니 방송하는 것보다 수익이 더 나더라"라고 말했다.

수입면에서도 TV 플랫폼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TV에 등장하기 위해 목메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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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개그쇼를 선보이는 '쇼그맨'의 멤버 김재욱.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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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나 무대는 소재나 형식의 다양성을 살리기에도 적합하다.

김재욱은 "공연의 장점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고 했다.

또한 "관객과 소통하기에 제일 잘되는 게 공연이고, 스탠드업 등 장르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울러 시대의 변화도 한몫했다. 정태호는 "시대가 달라졌다. 관객이 웃기 위해 일요일 저녁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직접 선택해 웃을 수 있는 시대이다. 유튜브는 그런 플랫폼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TV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 장르의 쇠락은 코미디언들에게 분명 위기였던 게 사실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 합심해 무대에서 공연을 올리거나, 유튜브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진출하면서 돌파구를 찾아내고 있다. 그들에게 찾아온 위기가 이제는 예기치 못한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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