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뒷북경제]BMW 포비아 확산...무엇이 문제였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6년부터 결함 인지했지만 뒤늦게 대응 나선 BMW

EGR 결함이 문제라지만...리콜 대상 아닌 차량서도 '불'

사고 터져야 대응나서는 국토부...원인 규명도 하세월

서울경제


BMW 사태가 해법을 찾기는커녕 점차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 36대, 이 중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차량에서 불이 난 사례만 9건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BMW가 공개적으로 밝힌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 이외의 추가 원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증폭되고 상황.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운행정지 명령 카드를 꺼냈습니다. 오는 14일까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은 차량과 진단 결과 위험 판단을 받은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내린다는 것인데, 현장은 혼란스럽습니다. 확산하는 BMW포비아, 이 지경까지 오게 된 원인과 문제를 짚어봅니다.

◇2016년부터 결함 인지했지만 이제야 대응 나선 BMW=사태를 키운 건 역시 BMW입니다. BMW는 지난 2016년부터 결함을 인지했다고 실토 했지만 원인 분석에만 2년이 넘겨 걸렸다고 합니다. 지난 6일 BMW그룹의 요한 에벤비클러 품질관리부문 수석 부사장은 “지난 2016년 이번 사태를 처음 인지했다”면서 “당시 보고받은 내용은 흡기다기관에 작은 구멍(천공)이 생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확신을 갖고 근본원인을 파악한 건 지난 6월이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굉장히 복잡하고 여러 분야에 대한 분석이 필요했던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함에 확신을 갖게 된 건, 다시 말해 리콜을 결정하게 된 건 아무래도 자체조사보다는 올 들어 발생한 화재사고의 영향이 커 보입니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한국에서만 16건의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국토교통부가 이상 징후를 파악합니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지난 7월16일 제작결함조사에 착수했고, BMW는 그때서야 반응을 보였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리콜을 결정한 날짜는 지난 7월26일입니다. 이 때문에 BMW가 자체 판단으로 대응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로 보여 집니다.

같은 부품을 썼다고 하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화재사고가 잇따른다는 점에 대한 해명도 석연치 않습니다. 요한 에벤비클러 수석 부사장은 “지난 6~7월 전세계 차량의 결함율을 조사했는데 비율 수치로는 한국과 세계 비율이 비슷하다”며 “전국 서비스센터에 모든 차량이 긴급 안전진단을 위해 입고되면 자세한 데이터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을 미뤘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MW가 지목하는 EGR 문제가 맞나= 지난 9일 오전7시50분께 경남 사천시 곤양면 남해고속도로에서 2011년식 BMW 730Ld 차량에서 불이 났습니다. 이 모델은 BMW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 차량입니다. BMW는 리콜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 2012년 7월2일부터 2015년 1월28일(1,010대)에 제작된 730Ld 차량만 리콜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차종은 맞지만 제작일자가 다른 거죠. 국토부가 이 차량에 대해 현장 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 “이 차량은 리콜대상인 520d 등과는 다른 EGR모듈을 장착한 차량”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흡기다기관에서는 천공 발화흔적이 없었고 EGR 내부에 대한 내시경 결과도 이물질의 침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 불이 난 건 총 9건입니다. 지난 1일 화재가 발생한 BMW 745i 역시 리콜 대상이 아닌 가솔린 차량이었습니다. 이 밖에 528i, 428i, 미니쿠퍼 5도어, 740i 등 가솔린 차량에서도 불이 났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화재의 원인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BMW 주장대로 EGR 결함이 화재의 주요 원인일 수 있지만 다른 원인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죠.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소프트웨어 조작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BMW는 EGR 쿨러 내에 찌꺼기가 발생한 게 화재의 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결과물이지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쪽에 있을 수 있다”면서 “결국은 소프트웨어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데 BMW는 글로벌 시장에 같은 소프트웨어를 적용한다고 하지만 지역이나 시기에 맞춰 업그레이드를 통한 변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핵심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3월 BMW는 환경부에 일부 차량의 EGR 밸브 결함시정계획을 제출하면서 밸브를 조절하는 소프트웨어를 재설정하겠다고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그것도 최근 들어서야 화재 빈도가 높다는 점도 의혹 중 하나입니다. 자연스레 폭염의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듭니다. 배충식 KAIST 교수는 “엔진 내 부품 재료 중 하나인 에틸렌글리콜의 인화점은 110도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기본적으로는 고온의 배기가스가 제대로 냉각되지 않은 게 원인이지만 1~2도 차이로 발화 여부가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폭염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BMW 차량 화재사고가 발생해 대규모 리콜이 이뤄진 미국의 경우 그 원인을 EGR이 아닌 배선 결함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서울경제


◇한 발자국씩 느린 정부의 대응...원인 규명에도 하세월=정부도 처음엔 대응에 미온적이었습니다. BMW가 EGR 결함을 인정했고, 자발적 리콜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쯤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고 했었죠. 하지만 리콜을 발표한 7월26일 이후에도, 8월 들어서도 계속 불이 났습니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했던 화재 사고도 속속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국토부는 먼저 운행자제를 권고합니다. 손병석 국토부 1차관은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대독하며 “BMW 차량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크게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스럽다”며 “해당 차량을 소유하신 우리 국민들께서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안전점검을 받으시고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운행을 자제해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대안 없이 운행 자제만 당부했다며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섰습니다. 이 총리는 지난 7일 “BMW 사태에 대한 대처가 미온적이고 느슨하지 않았느냐는 등 여러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직접 나서 운행 정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적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시장이나 군수·구청장은 안전 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차량에 대해 정비 등을 명령할 수 있다’는 자동차관리법규를 준용했습니다. 이에 따라 BMW 리콜 대상 차량 소유주가 긴급 안전진단 기간인 오는 14일까지 점검을 받고 위험 판단이 내려지면 차량을 운행할 수 없습니다. 대신 BMW코리아가 대차 서비스를 해줘야 합니다. 또 이 기간 내에 진단을 받지 않으면 지자체가 차량 진단 명령을 내리게 되고 이 명령과 동시에 운행도 하지 못합니다.

다만 처벌조항은 없습니다.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죠. 실제 해당 자동차관리법을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지만 이번 사태는 차량 소유주의 책임이 없기 때문에 벌칙 조항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14일까지 긴급 안전진단을 받아도 부품 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BMW가 지목한 원인에 대한 불신도 있어 EGR 부품을 교체하더라도 불안하다는 차주도 많습니다.

BMW가 지목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결함 이외에 다른 원인이 발견되면 강제 리콜 명령도 내리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지만 지난 9일 BMW 730Ld 차량 화재가 나고도 국토부는 또 원인 규명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한다지만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소급 적용이 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고요.

정확한 원인 규명은 언제나 될까요. 당초 국토부는 10개월이 걸린다고 했다가 올해 말까지 최대한 빨리 하겠다고 합니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원인 조사는 일반적으로 10개월이 걸리는 데 이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행정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전문가들 등 조사 인력을 충분히 투입하면 올해 말께는 원인 조사를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커지는 불안감에 소송전 확산=한편 BMW 차주들은 지난 9일 회사 측의 결함 은폐 의혹을 강제수사해달라며 자동차 관리법 위반 혐의로 BMW 관련자들을 고소했습니다. BMW 피해자 모임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고소인 대표 이광덕씨, BMW 차주인 노르웨이인 톰 달 한센씨 등 BMW 피해자 모임 소속 회원 20명과 함께 BMW 관련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피고소인은 요한 에벤비클러 BMW그룹 품질관리 부문 수석부사장과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회장 등 BMW그룹 본사와 BMW코리아 소속 직원 8명입니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BMW가 2년 반 넘게 실험만 하면서 결함 여부를 결론 내리지 못했다는 게 납득이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번 고소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를 맡는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 단체와 법무법인이 공동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손해배상 소송 규모도 1,000명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로 인해 BMW사태는 장기화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