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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리로 아웅'…휴게소 女흡연구역에 쏠리는 싸늘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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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구분 없이 한 공간 둘로 쪼개 '여성 흡연구역' 팻말만…전면 철거·여성 전용 흡연부스 등 실질적 대안 마련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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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여성 흡연구역.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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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여성 흡연구역을 굳이 따로 둬야 하나요?”

최근 평택-제천 간 고속도로에 위치한 A 휴게소를 방문한 나들이객 이재령(34·여)씨는 흡연구역 앞을 지나가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흡연구역에 버젓이 표시된 ‘여성 흡연구역’이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2평 남짓한 공간을 굳이 둘로 쪼개 한 쪽은 파란색 간판으로 ‘남성 흡연구역’임을, 다른 한 쪽은 분홍색 간판으로 ‘여성 흡연구역’임을 나타내고 있었다. 이씨는 “구역을 나눠놨지만 여성 흡연구역이라고 표시된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남성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면서 “차라리 흡연부스를 하나 더 두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상당수에 설치된 여성 흡연구역이 때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성 흡연자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막고자 마련한 여성 흡연구역이 실제로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데다 괜한 성 차별까지 조장하고 있어서다.

11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전국 상당수 고속도로 휴게소들이 흡연구역을 남·여로 분리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휴게소들은 중·장년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휴게소의 특성상 여성 흡연자들을 향한 안 좋은 시선으로부터 여성 흡연자들을 분리하고자 이 같은 여성 흡연구역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휴게소 관계자는 “불편을 호소하는 여성 흡연자들의 민원이 많아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면서 “수년 전부터 꽤 많은 휴게소들이 이 같은 여성 흡연구역을 설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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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부분 여성 흡연구역이 공간을 따로 분리하지 않은 채 팻말 등으로만 구분돼 있어 무용지물로 전락한 모양새다. 일부 휴게소에서는 여성 전용 흡연부스 등을 마련해 남성 흡연자와 여성 흡연자들을 완전히 분리해 놓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행락객들이 몰리는 휴가철 등에는 남녀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A 휴게소를 비롯한 대부분 휴게소들이 한 공간을 둘로 쪼갠 뒤 간단한 표식으로만 여성 흡연구역임을 구분짓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여성 흡연구역의 도입 취지인 타인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에도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다.

이처럼 비효율적으로 설치된 여성 흡연구역을 두고 전면 철거 또는 여성 전용 흡연부스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 김상우(41)씨는 “이왕 여성 흡연구역을 따로 둘 것이라면 흡연부스 하나를 통째로 여성 전용으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 일각에서는 흡연구역마저 성별에 따라 나누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 흡연자 김지영(29)씨는 “한 공간을 나눠 놓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인다”면서 “또 흡연자면 흡연자지 굳이 성별을 구분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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