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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로보어드바이저 돋보기]⑩모바일 자산관리 시장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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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재 파운트 이사

“스마트폰에서 자산관리 앱을 어떻게 설치합니까?”

“특정섹터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까?”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는 어떤 특징이 있고, 리밸런싱(재조정)은 얼마나 자주 합니까?”

최근 로보어드바이저기업 (주)파운트가 모바일 전용 자산관리 앱을 출시하자,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초보적인 앱 설치에서부터 난해한 알고리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중장년층의 뜨거운 관심. 이들은 ‘온라인이 젊은층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벗어나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다음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추천받아 공인인증서 없이 투자까지 마쳤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도 200만원을 훌쩍 넘어서 ‘온라인 투자 = 소액투자’라는 등식도 깨버렸다.

모바일 기기를 중심으로 온라인으로 고객 채널을 열어놓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려는 회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가입자나 투자금액 측면에서 은행권의 로보어드바이저형 펀드판매가 아직 주류이긴 하지만 고객이 직접 회사와 채팅 등으로 소통하며 궁금증을 해결하고, 스마트폰으로 손쉽고 간편하게 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발간된 KEB하나은행 보고서는 2016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로보어드바이저가 비대면 일임형 서비스를 거쳐 2023년부터 온라인 자산관리로 정착, 휴먼 어드바이저와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규모는 올해 1조원에서 2025년 30조원까지 성장한다는 것. 이러한 시장 예측이 장미빛 전망으로 그치지 않고, 온라인 서비스가 한국에서 활짝 꽃피기 위해서는 몇가지 선결요건이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서비스 회사들의 투자자 신뢰 확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신규 금융상품들이 새롭게 등장, 고객에게 불티나게 팔려 나가기도 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개미투자자만 봉이다’라는 말도 잊을 때쯤 되면 다시 나타난다.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자의 이익보다 금융회사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려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결국 고객의 외면으로 귀결되기 마련이며, 로보어드바이저 업계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만약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이해하기 힘든 기술적 용어를 투자자에게 남발하며 “인공지능(AI)으로 엄청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허황된 판촉에 나선다면 이 서비스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업계는 철저하고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알고리즘 향상을 통해 투자자에게 꾸준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투자 성과와 투자자 소통을 기반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크게 훼손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프라이빗뱅킹(PB)서비스가 고액자산가층을 대상으로 신뢰를 얻는데 ‘상담’의 역할이 컸다. 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것이 고객님의 포트폴리오입니다. 이대로 투자하세요”라는 식의 결과만 알려주는 단방향 AI를 넘어 ‘왜’를 알려주는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ㆍ Explainable AI)를 통해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서비스 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둘째, 투자문화가 선진국형으로 더욱 더 성숙해져야 한다. 세계 경제는 지구촌 곳곳이 내전이나 테러, 살인적 인플레 등으로 혼란과 경제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꾸준하게 전진하고 있고, 전세계 금융자산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WFE)과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세계 금융자산의 규모는 2016년말 현재, 171조 달러규모에 달했다. 이 중 58%는 채권, 42%는 주식이다. 지역별로 보면, 선진국 주식과 채권이 약 77%, 신흥국 주식과 채권이 약 23%로 분포돼 있다. 글로벌 성장의 과실을 국내 투자자들이 향후하는 가장 효율적 방법 중의 하나는 글로벌 자산배분 투자이며, 이에 가장 전문화된 서비스가 바로 로보어드바이저다. 다행스럽게도 종전의 ‘묻지마 투자’와 ‘몰빵 투자’가 많이 사라지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투자 관행이 조금씩 뿌리내리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이런 안정적 투자, 장기 성과를 중시하는 투자에 안성맞춤이다.

투자자들은 냉철하게 자신의 투자위험성향이 어느 수준인지 가늠해볼 필요가 있다. 높은 수익률의 추구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위험성향을 냉정하게 따져서 이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 글로벌 자산배분도 저위험형(연 3% 내외 수익률 추구), 중립형(연 5% 내외), 고위험형(연 7% 내외) 등 몇가지 위험유형이 존재하므로 자신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인간의 주관적, 충동적 판단을 배제한 투자 알고리즘과, 투자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모바일 기기, 투자자 신뢰 확보 등을 기반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대중화하는 날을 꿈꿔 본다. 전국민이 모두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으며 ‘경제적 자유’와 ‘저녁이 있는 삶’에 성큼 다가가는 ‘1인 1모바일계좌’ 시대를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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