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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X에 유령이?…고스트 터치 AS 받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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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기함급(flagship) 스마트폰인 아이폰X(텐)이 결함 때문에 멋대로 작동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작년 10월 말 글로벌 시장에 아이폰X이 출시된 이후 다양한 오류가 보고됐지만, 고스트 터치(ghost touch, 유령 터치)는 가장 충격적인 오류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아이폰X은 전면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사용하며 물리적 홈버튼이 없다. 터치 패널을 통해 대부분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발생하면 사실상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치명적인 오류인 만큼 피해 보고 사례도 다양하다. 스마트폰 화면을 건드리지 않아도 터치 패널이 스스로 작동해 앱이 실행되거나 엉뚱한 메시지가 입력돼 전송되는 식이다. 운전 중 네비게이션 앱이 갑자기 꺼지거나 의도치 않게 페이스톡으로 전화가 걸리기도 한다. 문자 그대로 유령이 제멋대로 내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느낌이다. 최근 같은 문제를 겪은 하모(36)씨는 “누군가 내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기분이 들어 오싹했다”고 했다.

출고가 142만(64GB 모델)~163만원(256GB 모델) 수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개인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초기화를 하거나 디스플레이 보호 필름을 교체해도 대부분의 경우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고스트 터치 문제가 발생한 아이폰X을 가지고 지난 8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를 방문해 애프터 서비스(AS)를 진행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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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애플스토어 ‘Apple 가로수길’에서 애플코리아 직원들이 아이패드를 통해 AS 접수를 진행하고 있다. /박원익 기자



◇ 구매 한 달만에 문제…아이패드 연동해 진단하니 “이상 없음” 판정

문제의 아이폰X은 스페이스 그레이 256GB 모델로 KT 대리점을 통해 구입, 개통한 지 한달된 제품이었다. 충격을 가한 일도 없는데 어느 순간 조금씩 터치감이 나빠지더니 상태가 점점 심각해져 사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한다.

애플스토어 방문 전 예약을 하면 AS 센터격인 ‘지니어스 바(Genius Bar)’ 직원과 바로 상담할 수 있다. 이날은 예약하지 않고 방문, 현장에서 상담 신청을 했다. 아이패드를 들고 근무하는 직원에게 이름과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등록이 완료된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아 30분 정도 기다린 후 상담이 시작됐다.

문제 상황을 설명하니 직원이 아이폰X 일련번호를 확인한 후 아이패드와 연동해 진단 프로그램을 구동했다. 애플코리아 측은 이 현상을 ‘멀티 터치 오류’라고 불렀다. 진단 프로그램이 실행되자 아이폰X 화면 곳곳에 작은 녹색 박스가 하나씩 무작위로 떴고 직원이 그 박스를 터치하니 사라졌다. 디스플레이 곳곳을 터치해 오작동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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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Apple 가로수길’ 내부. /박원익 기자



다음으로는 디스플레이 최상단 좌측부터 지그재그로 화면을 터치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손가락이 닿은 부분만 화면 색깔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가장 위부터 아래쪽까지 쓸어내려 화면 전체를 녹색으로 칠하면 테스트가 끝난다.

진단 결과는 예상과 달리 ‘이상 없음’으로 나왔다. 그러나 미리 촬영해둔 오작동 영상을 직원이 확인했고, 현장에서 육안으로 터치 오작동이 보일 정도였기 때문에 무상 수리로 결정됐다. 수리는 메인보드 등 다른 부품은 그대로 유지한 채 디스플레이 패널만 교체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사용하는 아이폰X 디스플레이 유상 교체 비용은 36만8000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 “하드웨어 문제”…무상 교체하려면 오작동 촬영해 두는 게 좋아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무엇일까. 애플코리아 지니어스 바 직원은 “하드웨어상의 문제”라고 답했다. 위탁 생산 과정에서 불량품이 걸러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직원은 “QA(검수) 작업을 꼼꼼히 진행하지만, 간혹 이런 사례가 발생한다”고 했다.

소프트웨어엔 문제가 없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교체한 후 백업 데이터를 복원하더라도 때문에 같은 문제가 재발하는 일은 없다고 했다. 실제로 부품을 교체한 후 데이터를 복원해 보니 이상 없이 작동했다. 자체 테스트를 포함한 수리·교체 작업엔 총 1시간 10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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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스토어에서 AS 제품 수리를 맡기면 보관증을 준다(위). 보관증에 표시된 시각에 맞춰 직원에게 신분증과 보관증을 제시하면 수리 완료된 제품을 돌려준다. AS 결과 내역을 보여주는 아이패드 화면(아래). /박원익 기자



애플스토어 직원이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고 얘기한 경우에도 제품을 분해했을 때 외부 충격 혹은 침수 흔적이 발견되면 추가 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 AS 상담 현장에서 기기가 정상 작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오작동 영상을 촬영해 두는 게 유리하다.

무상으로 AS를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사용자 과실로 판단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AS를 받기 위해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고객들 사이에선 “애초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는 불만도 적지 않았다. ‘뽑기 운’으로 치부하기엔 제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아이폰 메인 보드 불량으로 애플스토어를 찾은 한 소비자는 “애플 제품이라 믿고 구매했는데, 결과는 사용자 과실로 판정됐다”며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사용했는데 과실로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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