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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북한이 원전을 요구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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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는 러시아다. 러시아 국영 원전회사 로사톰은 인도, 헝가리, 방글라데시 등에서 33개 원전을 수주했다. 금액이 1300억달러(약 147조원)에 달한다.

20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터키 악쿠유 원전도 로사톰이 건설 중이다. 지난 4월 열린 원전 기공식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했다. 러시아와 터키는 시리아 내전을 둘러싸고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하며 심각하게 대립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원전 세일즈를 위해 대립관계를 뛰어넘었다.

러시아 로사톰이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받으며 글로벌 원전시장을 주도하는 사이 한국전력은 수주(受注)가 유력했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했다. 150억파운드(약 22조원) 짜리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22조원이면 쏘나타 승용차 100만대, 갤럭시 스마트폰 22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 자동차, 휴대폰처럼 한국의 원전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정부는 한전이 영국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상실한 것은 국내의 탈(脫)원전 정책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국 현지 언론은 “한국의 정권 교체와 신임 한전 사장 임명 등으로 불확실성이 조성됐다”고 보도했다. 한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상실이 한국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 있음을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원전 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장기 사업이어서 정치적으로 민감하다. 때문에 해외 원전 사업에는 푸틴 대통령처럼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원전 수주를 위해 직접 영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대신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탈원전 선언을 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전의 설계 수명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탈원전 선언 1주년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 허가 기간이 2022년까지인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신규 원전 4기의 건설도 백지화했다.

급진적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원전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확산됐다. 이는 해외 원전 수주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많은 국민이 원전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국가에 선뜻 자국의 원전 건설을 맡길 나라가 있을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원전 비중을 지금보다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공감하는 국민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장기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몇 년 더 가동할 수 있는 원전을 조기 폐쇄하는 식으로 지나치게 빠르고 요란하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전기 부족과 전기료 인상 등 부작용이 곧바로 나타날 수 있다. 상당수 국민들은 올 여름 40도를 오르내리는 기록적인 무더위에 고통받으며, 급진적 탈원전 정책이 자칫하면 대규모 정전을 불러올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더 큰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은 본격적인 경제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개발에 가장 필요한 것이 전력이다. 북한은 비핵화 실현의 반대급부로 원전 건설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핵을 무기 대신 에너지 생산에 활용한다는 상징성도 있다.

지난 1995년에도 북한은 핵 동결 조건으로 원자로 건설을 요구, 한국 미국 일본 EU 등이 경수로(감속재로 물을 사용하는 원자로)를 지어주기로 하고 기초공사를 한 적이 있다. 케도(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원전사업이었다.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원전을 지어달라고 요구한다면 현 정부는 어떤 태도를 보일까. 그때도 원전은 위험하다며 북한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을까. 만약 현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한다면, 남한에서 추진 중인 탈원전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까.

무더위가 가시지 않는 여름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김종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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