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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망가뜨려 놓고 보험료 인상 말이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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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보험료를 20년 만에 올리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 중이다. 당초 2060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봤는데 2057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보험료 낼 사람은 줄고 연금 받을 은퇴자는 계속 늘고 있다. 나중엔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보험료율을 당장 내년부터 11%로 올리거나 10년에 걸쳐 조금씩 올리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지금은 60세까지만 보험료를 내게 돼 있는데 이걸 65세까지로 늘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가 현재의 62세에서 향후 65세까지로 늦춰지게 돼 있으니 그에 맞춰 보험료 납입 기간도 늘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60세 정년까지 일하기도 쉽지 않은데 65세까지 일자리를 지키며 보험료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기금이 소진되고 난 다음엔 현역 세대가 낸 보험료에 국민 세금을 약간 보태 은퇴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선진국이 다 그렇다. 그러니 연금 문제는 결국 세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젊은이들 입장에선 앞으로도 몇십년 더 보험료를 내야 하는데 나중에 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이 크다. 그래서 국민연금 개편 문제만 제기되면 젊은 층이 격하게 반발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200만명에 이르고 635조원이 적립돼 있다. 세계 3대 연기금에 해당되는 규모임에도 수익률은 꼴찌 수준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5년 만의 최고인 7.3%였지만 노르웨이국부펀드(13.2%)나 캐나다연기금(11.6%), 미국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11.2%)과 비교하면 초라했다. 올해는 심각하다. 4월까지 수익률이 0.89%였고 연간으로 따지면 1.7%대다.

운용 수익률이 매년 지속적으로 1%포인트만 떨어져도 기금 고갈 시점은 5년 앞당겨진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연간 수익률을 1%포인트만 올릴 수 있어도 보험료율 인상 압박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의 상황은 거의 난파선 수준이다. 기금운용본부를 지역 정치 논리로 지방으로 옮긴 것부터 어이없는 일이었다. 새 정부 출범 후 기금운용본부 책임자는 1년째 빈자리이고 고위직 9개 가운데 5개가 공석이다. 정부는 국민연금으로 퍼주기 복지를 늘리려 하고, 국민연금으로 산 주식을 이용해서 대기업 경영에 간섭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 수익률은커녕 원금을 보전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런 행태를 벌이며 국민에게 보험료율을 올린다고 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그에 앞서 어떻게 국민연금을 정상화하고 추락한 수익률을 다시 끌어올릴 것인가 하는 방도부터 내놔야 할 것 아닌가.-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