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이 결과를 내놓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북 석탄을 운반했던 배 4척은 우리 항구를 수십 차례 드나들었다. 그중 한 척은 사흘 전에도 우리 항구에 머물렀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북한산 석탄·선철 등이 더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는 이제야 4척의 국내 입항 금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뒷북이 없다. 관세청은 '피의자 불협조, 자료 분석, 러시아 공조 등에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무슨 변명으로도 10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상 고의적인 태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은 미국이 관련 정보를 알려준 것이었다. 그런데도 지난달 외신이 '북 석탄'을 보도하기 전까지 숨기고 있었다. 특히 관세청은 발주 업체인 남동발전을 조사하면서 '북한'이란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심기를 거스를까봐 눈치 보면서 쉬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외신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숨기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국정조사로 북한 석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열 달이나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관세청이 북한 석탄 조사라는 사실을 조사 대상 업체에 알리지 않은 이유 등을 밝혀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석탄은 대북 제재의 핵심이다. 북 석탄 판매액의 80%가 노동당과 군부로 들어간다. 제재 이전에는 연간 최대 8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미국이 당장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우리 기업이나 은행을 제재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 번 더 반복되거나 또 다른 '제재 구멍'이 드러난다면 한국이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르는 악몽이 현실로 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은 '제재 예외'를 요청하고 있다. 한·미 공조가 흔들리면 북 비핵화는 더 멀어질 뿐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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