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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리포트] '트럼프의 트럼프를 위한' 對北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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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간선거 승리 위해 김정은과 2차 정상회담이나 '북핵 위협 제거' 자랑할 것

회담해도 '핵포기 보장' 못해

조선일보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트럼프 정부 관리나 외교안보 전문가를 만날 때면 "대북 정책의 핵심 기획자가 누구냐"고 물어본다. 다들 "트럼프의 최고 외교안보 참모는 트럼프 자신"이라고 한다.

북한 외무성이 최근 대변인 담화에서 "조·미 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해 일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 제재 압박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잘하고 있다"고 하는데,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나 니키 헤일리 유엔 대사가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강경파 중의 강경파' 볼턴은 연일 북한에 비핵화를 행동에 옮기라고 촉구하고 있다. 볼턴은 올 6월 초 북한 김영철 통전부장이 김정은 친서를 들고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를 만났을 때 배석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뜻이었을 것이다. 정상회담 정국에서 볼턴은 평소의 소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달 초 미군 유해를 송환하면서 김정은이 트럼프에게 친서를 보내자 트럼프는 곧 답신을 보냈다. 2차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훈훈한 분위기가 되는가 했더니, 미 재무부가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섰다.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와 그의 참모들, 그리고 정부기관이 상충되는 대북 정책을 내놓을 땐 조율 부족인지, 의도적 혼란인지 헷갈린다. 워싱턴의 한 전문가는 "북한과 관련된 트럼프 참모의 발언이나 부처 움직임은 대통령 지시나 동의가 있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북한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 두 달이 지났다. 북한은 비핵화 실무회담에 응하기는커녕 폼페이오 장관의 상대가 누구인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11월 중간선거 시즌에 접어들었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선 여당이 불리하다. 유권자들이 야당에 힘을 실어줘 정치적 균형을 재조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우위 구도를 엎으려면 하원에서 23석, 상원에선 2석을 추가해야 한다. 쉬운 싸움이 아니다. 미국의 현 경제상황은 트럼프의 확실한 지원군이다. 올해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4.1%, 실업률은 4% 아래이고, 미 증시는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물론 경제 사정 좋다고 여당이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건 아니다. 2006년 부시의 재선 임기 때 경기(景氣)가 꽤 좋았는데도 중간선거에선 공화당이 상·하원을 다 민주당에 내줬다. 수렁에 빠진 이라크 전쟁과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안일한 대처가 문제였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까. 돌파구도, 파국도 없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대화 분위기를 유지해가는 방법이 있다. 친서 왕래하고 추가 유해 송환하면서 '북핵 위협 제거 성공'으로 포장하면 무난한 선거 상품이 된다. 단,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아야 한다.

'9월의 계기'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9월 9일), 유엔총회(9월 말), 가을 남북 정상회담 등의 계기를 엮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방법이다. 한국과 북한, 미국 모두 싱가포르 정상회담 효과를 그냥 흘려 버릴까봐 조바심 내는 터라 시도는 해보고 싶을 것이다. 중간선거 승리에 도움 된다면 트럼프도 유혹을 느낄지 모른다. 미국 또는 한·미가 북한을 한 번 더 정상회담의 장으로 끌어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회담 역시 김정은의 핵 포기를 보장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싱가포르가 우리에게 준 교훈이다.

[강인선 워싱턴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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