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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특파원 리포트] 韓·日 서머타임 같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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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방송은 지난 6일 저녁,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서머타임제' 도입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한여름에 시곗바늘을 표준시보다 앞당기는 서머타임 도입을 놓고 일본 내 여론은 찬성 51%, 반대 12%였다. 실시하자는 사람이 4배 이상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29%였다.

그러자 다음 날인 7일 아베 신조 총리는 자신이 총재를 맡고 있는 자민당에 '서머타임 도입 검토'를 즉각 지시했다. 서머타임에 대해 사실상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스가 관방장관이 전날 아침 "정부가 그렇게 결정한 사실이 없다"며 신중론을 편 것과 정반대 움직임이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1948년부터 4년간 서머타임을 실시한 적이 있다. 그 후 70년 만에 도입 검토에 착수한 것은 더워도 너무 더운 기상 상황 때문이다. 올여름 '넷추쇼(熱中症)'라고 하는 열사병으로 병원에 실려 간 일본인은 수만명에 이른다. 지난달 넷추쇼로 사망한 인원만 124명으로 확인됐다. 기자도 아무 대책 없이 땡볕 아래를 걷다가 두어 시간 정신이 혼미해진 적이 있다.

폭염 추세가 이대로 일상화된다면, 2년 후인 2020년 7~8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오전 7시 시작하는 마라톤을 비롯한 야외 경기 진행이 어려워지고 관광객도 급감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선 만큼, 일본은 '내년부터 2시간 서머타임' 실시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 같다.

우리나라도 1948년 정부 수립 후 10여 년간과 1987년부터 2년 동안 서머타임을 했다. 2009년엔 이명박 정부가 에너지 절약 및 효율적 사용을 이유로 다시 추진했다가 불발됐다. "해가 아직 떠 있어 퇴근은 못하고 야근 시간만 더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탓이다.

서머타임은 인체 리듬을 깨며 에너지 사용에도 그다지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해 전 세계 70여 개국이나 된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더 뜨거워지고 탈(脫)원전 정책으로 여름철 에너지 사용량이 매년 늘어나는 요즘 같은 때야말로, 우리도 서머타임을 숙고해 볼 적기(適期)일 듯싶다.

내친김에 일본의 서머타임 검토를 계기로 한·일(韓日) 양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 같이 실천해 보면 어떨까. 2009년 우리 정부가 '한·일 서머타임 동시 실시'를 일본에 제안한 전례도 있다. 두 나라가 이 사안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낸다면, 관광·스포츠·문화와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예상치 못한 긍정적 파장을 낳을 수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가능했던 2002년 월드컵 축구도 한·일 공동 개최를 통해 양국 간 새 시대를 한동안 열지 않았던가.

[이하원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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