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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찔끔 할인 '폭염전기료'… 原電 작년만큼만 돌렸어도 3만원 더 깎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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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발전 단가가 가장 싼 원전(原電)을 작년 수준으로 가동했다면 정부가 폭염 대책으로 내놓은 전기료 할인을 4배 가까이 늘릴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어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 커지자 지난 7일 누진제 한시적 완화 대책을 내놨다. 7~8월 두 달간 누진제 전체 3단계 가운데 2단계(201~400kWh) 구간 이상에 속한 1512만 가구에 월평균 1만370원을 할인해주는 내용이다. 전체 가구의 67%가 누진제 2~3단계 구간에 속한다. 누진제 걱정에 에어컨도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했던 시민들은 '찔끔 인하', '생색 내기'란 비판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전 단가가 저렴한 원전을 전년 수준으로만 가동했어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원전 이용률은 상반기 58.8%로 작년 동기(74.7%) 대비 15.9%포인트 줄었다. 3월엔 52.9%까지 떨어졌다. 대신 발전 단가가 비싼 LNG 발전기를 많이 사용하면서 한전의 상반기 전력 판매 수익은 작년보다 1조130억원 줄었다. 이는 정부의 폭염에 따른 전기료 지원 대책에 필요한 재원(2761억원)의 3.7배다. 이를 전기료 지원에 사용했다면 가구당 할인 혜택을 1만370원에서 3만8000원으로 늘릴 수 있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원전을 장기간 정지시키지 않고 정상적으로만 가동했어도 소비자들에게 2761억원 이상 더 많은 전기료 할인 혜택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탈원전으로 한전 실적이 악화해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전기료 부담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젠 두부값이 콩값보다 더 싸지게 됐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달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전기료가 LNG·석탄 등 연료비보다 더 싸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였고, 이는 전기료 인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한전은 2015년 11조3467억원, 2016년 12조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1294억원, 올 1분기 127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에도 수천억원의 적자가 났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영업적자가 50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8일 한전 주가는 3만350원으로 4년 7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만 8.86% 하락했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작년 5월 이후로 보면 30% 가까이 하락했다. 이 기간 시가총액은 27조7007억원에서 19조4836억원으로 8조2171억원이 증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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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원전 대신 비싼 LNG·석탄 발전 늘어 적자

올 상반기 한전이 전기를 팔아 벌어들인 수입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조130억원 줄었다. 값싼 원전은 멈춘 대신 LNG와 석탄 등 비싼 수입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에서 더 많은 전기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올 상반기 LNG 발전소에서 사들인 전력 구매액은 전년 동기(同期) 대비 2조5681억원, 석탄은 4867억원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원전에서 사들인 전력 구매액은 1조62억원 줄었다.

원전 이용률은 탈원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 들어 급감했다. 작년 1분기 74.2%, 2분기 75.2%에 달했던 원전 이용률은 3분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70.2%, 4분기 65.2%, 올해 1분기 54.9%까지 계속 하락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 한전 영업이익이 적자인 것은 유연탄과 LNG 등 연료비가 상승했고, 원전 안전 점검을 위한 예방 정비 때문에 일부 원전이 일시 가동 중단되면서 LNG 발전 구입량이 증가했기 때문이지 탈원전 정책 탓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한다.

한전·한수원 수조원대 빚내

한전은 올해 8조원에 가까운 빚을 내기로 했다. 한전은 올해 총수입은 61조4000억원, 총지출은 그보다 7조8200억원 많은 69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부족한 자금은 채권 발행으로 6조5910억원을 메우고, 은행에서 1조2290억원 대출받기로 했다.

한국수력원자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부족한 자금만 2조359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수원은 1조9667억원 채권을 발행해 부족한 자금을 메울 계획이다. 한수원의 채권 발행액은 탈원전이 시작된 작년부터 급증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2016년엔 원전 이용률이 높아 수익률이 좋았지만 원전 이용률이 점점 떨어지면서 수익률도 악화했다"고 말했다. 적자가 늘자 한수원은 올 하반기 원전 이용률을 다시 높일 계획이다. 3분기 이용률은 77.2%, 4분기엔 77.5%, 겨울철 난방 수요가 몰리는 12월엔 81.3%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급격한 탈원전은 한전과 한수원의 경영 실적 악화에 그치는 게 아니다"라며 "전기료 인상으로 메우든 세금으로 한전의 손실을 보전해 주든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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