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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더워서 진짜 바다도 안 가는 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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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 인공해변, 사람도 적고 운영도 고작 15시간

10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인공 해변'(324㎡)이 들어섰다. 서울시에서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을 위해 도심 바캉스를 즐기라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모래 15t을 인천 앞바다에서 가져다 깔았다. 해변 조성에 세금 1000만원이 들어갔다. 모래사장에는 가짜 야자수와 오리·홍학 모양 튜브도 놨다. 100평짜리 해변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개장 전부터 큰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파리 센강의 인공 해변 '파리 플라주(Paris Plage)'를 모델로 삼았다고 하자 기대는 더욱 커졌다.

조선일보

10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조성된 ‘인공 해변’.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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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날 오전 모습을 드러낸 '1000만원짜리 해변'을 시민들은 즐길 수가 없었다. 여섯 살 딸과 함께 온 이정현(37)씨는 해변에 들어가려다 "개장은 오후 5시부터"라는 안내요원의 제지를 받았다. 실망해 울먹이는 딸을 달래며 발길을 돌린 이씨는 "딸과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기분만 망쳤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모래를 밟고 다녀 광장 주변이 더러워지고 시설물도 흐트러져 저녁에만 연다"고 했다. 시민을 위한다며 시설을 만들어놓고 '광장 청결'을 내세워 쓰지 못하게 한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해변을 찾았던 회사원 박모(36)씨는 "만들어놓고 즐기지 못하다니 전형적인 일회성 전시"라고 지적했다.

해변 개장 시간은 10~11일 오후 5시~자정으로, 이틀간 15시간뿐이다. 시는 이날 오전 해변을 찾는 시민이 잇따르자 개장 시각을 오후 4시로 당겼다. 오후 8시 30분쯤 어두워진 해변에는 시민 30여 명이 모였다. 주로 모래 장난을 하거나 튜브에 앉아 광장 무대에서 열리는 공연을 관람했다. 네 살 아들과 함께 온 최주현(36)씨는 "해변이라 이름만 붙였지 사실상 흔한 동네 놀이터 모래사장"이라고 했다. 오후 10시 30분이 되자 남아있던 7명도 하나 둘 자리를 떴다.

시가 서울광장 해변을 조성할 때 본떴다는 '파리 플라주'는 매년 7~8월 두 달간 개장한다. 시민들이 실제로 휴가지에 온 것처럼 즐기도록 시설이나 기간을 충분히 고려한다. 이날 열 살 딸을 데리고 해변을 찾았던 시민 조재현(39)씨는 "세금만 낭비하는 생색내기용 이벤트가 아니라 실제로 이용하고 즐길 수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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