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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수연 PD의 방송 이야기] '제3의 목격자'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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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순천에서 집단 폭행 사건이 또 발생했다. 행인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담겨 당시의 심각성이 그대로 전해졌다. 만약 이 CCTV 영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단지 "여러 명이 때렸다"는 말만으로 이 무자비한 폭행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일명 '제3의 목격자'라 불리는 CCTV 영상은 방송 뉴스에선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열 마디, 백 마디의 말보다 단 몇 초의 영상이 보여주는 사건의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말 못하는 아이들이 학대를 당하는 장면이나 이유 없이 응급실 의사를 공격하는 장면 등은 영상을 보여 주는 것만으로도 공분을 일으킨다. 또 낚싯대로 음식점 손님 신발을 낚아채 줄행랑을 치고, 정체를 숨기겠다고 벌거벗고 머리에만 검정 비닐봉투를 뒤집어쓴 도둑이 등장할 때는 범죄임에도 실소가 터진다.

CCTV 영상이 내용 전달에 효과적이다 보니 뉴스 제작진은 사건이 발생하면 CCTV 영상부터 챙기게 된다. 먼저 경찰이나 소방서 등에 제공 영상이 있는지 알아보고, 만약 없다면 현장에 직접 나가 발로 뛰며 주변 탐색에 들어간다. 사건 장소에 CCTV가 없더라도 혹시 이웃 상가나 거리 CCTV에 범인이 포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우리 방송사는 영상을 못 구했는데 타사엔 영상이 나가면 소위 물 먹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른다. 때문에 제보자를 어떻게든 찾아서 메시지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영상 사용 허락을 받는데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게 구한 영상이라도 모두 방송에 내보내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폭력적이거나 모방 범죄를 일으킬 수 있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나 삭제 후에 방송한다. CCTV 영상 공개는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함이지 흥미를 위해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 영상도 마찬가지다. 순간 포착이 어려운 교통사고는 블랙박스가 보급되면서 다양한 사고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그 '실감 나는' 정도가 지나치면 시청자에게 과도한 공포심을 안겨주고 피해자에겐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 아무리 욕심나는 사고 장면이라도 잔혹한 장면은 덜어내고, 지나친 반복 재생은 삼가야 한다.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이 무분별한 CCTV 영상 공개이다.

[이수연 TV조선 시사제작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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