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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 커플·핸드볼 자매·핑퐁 모녀… 아시안게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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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안게임 D-7]

[부부의 힘]

역도 원정식 "부상으로 못나가는 아내 몫까지 번쩍 들 것"

"4년 전 악몽이 우리 부부를 더 강하게 만들었어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국가대표 원정식(28)은 지금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생생히 기억한다. 2014년 9월 22일 인천대회 남자 69㎏급에 출전한 원정식은 용상 2차 시기에서 183㎏을 들다 중심을 잃고 그대로 쓰러졌다. 그는 끝내 일어나지 못했고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급히 후송됐다. 왼쪽 무릎 힘줄이 끊어지는 큰 부상이었다. '은퇴한 아내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다'는 그의 각오는 그렇게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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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막바지 훈련 중인 남자 역도 원정식. 원정식은 “부상으로 대회 출전을 포기한 아내 윤진희의 몫까지 힘을 쏟아부어 금메달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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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윤진희(32)는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역도 53㎏급 은메달리스트로 2012년 은퇴를 선언하고 그해 4년 후배인 원정식과 결혼했다.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윤진희는 부상으로 혼자 속앓이하는 남편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 결국 2015년 역도판으로 복귀한 윤진희는 남편 옆에서 함께 훈련했고, 2016 리우올림픽 여자 53㎏급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냈다. 윤진희는 응원하던 남편에게 동메달을 걸어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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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희(왼쪽)가 2016 리우올림픽에서 딴 동메달을 남편 원정식에게 걸어주며 기뻐하는 모습.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그때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해요. 이번 대회에선 제가 아내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면서 '고마워, 사랑해'라고 꼭 말해주고 싶어요."

원정식은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칼을 갈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을 포기한 아내 몫까지 번쩍 들겠다는 각오다. 그는 올해 연습에서 선수 시절 한 번도 들지 못했던 인상 155㎏, 용상 200㎏을 들어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원정식은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에서는 합계 326㎏( 인상 148㎏, 용상 178㎏)을 들어 올려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원정식에겐 이번 아시안게임이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최강으로 군림해온 중국 역도가 금지 약물 복용으로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역도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올림픽에서 뛴 국가대표 선수 상당수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드러나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년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참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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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도 취미도 다른 핸드볼 자매는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구슬땀을 흘린다. 진천선수촌에서 공을 들고 날아오른 김온아(오른쪽)·김선화 자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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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내이자 선배인 윤진희는 냉정했다. 그는 "많은 분이 남편이 금메달 후보라고 하지만 시상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아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너무 냉정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윤진희는 웃으며 "살짝 눌러주는 사람도 필요하잖아요"라고 했다.

한국 남자 역도는 2002 부산아시안게임(송종식 남자 85㎏급 금메달) 이후 노골드에 그쳤다. 원정식은 "아시안게임 도전이 이번이 세 번째다. '삼세번'이라는 말처럼 이번엔 꼭 금메달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매의 힘]

핸드볼 김온아·선화 자매 "2014년 인천 이어 AG 2연패 정조준"

"친하기도 하고, 잘 싸우기도 해요. 다독여 줄 때도 있는데, 경기 안 풀린 날엔 언니가 꼭 한마디 해요. 그럼 제가 서운해서 받아치죠."(김선화)

그 소리를 들은 언니 김온아가 살짝 눈을 흘기며 "동생 말만 들으면 제가 매일 뭐라고 하는 사람 같네요"라고 하자 김선화가 다시 한마디 한다.

"주눅이 들어 경기를 못할 정도예요. '언니한테 혼나지 않기'가 하루 목표라니까요."

동생의 맹공에 김온아는 "동생도 내가 못하면 뭐라고 한다. 남이면 할 수 없는 쓴소리를 서로 해야 발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재빨리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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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인천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핸드볼 여자 대표팀의 김온아(30)·선화(27) 자매는 코트 안에서 '우승 제조기'로 통한다. 둘은 2011년부터 다섯 시즌 동안 국내 리그에서 인천시청의 4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2015년 시즌 후 FA(자유계약선수)가 된 다음엔 SK로 함께 이적해 2017년 팀에 창단 이후 첫 우승컵을 안겼다. 우승을 확정한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김온아·선화는 각각 8·7골로 팀 전체 득점(31점)의 절반을 책임졌다. 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도 같이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둘은 자매인데도 사뭇 다르다. 오른손잡이 김온아는 센터백으로 공수를 조율하며, 왼손잡이 김선화는 오른쪽 측면에서 골을 넣는다. 언니가 내성적인 데 비해 동생 선화는 외향적이다. 언니가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면, 동생은 먹는 걸로 해결한다.

두 사람은 큰언니(32) 영향으로 핸드볼을 시작했다. 김온아는 "언니는 초등학교 때 친구 따라 핸드볼을 시작했고, 나는 공을 갖고 노는 게 좋아 핸드볼에 빠졌다"며 "언니 둘이 운동하니까 심심해진 동생도 자연스레 핸드볼을 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은 막내까지 운동하는 걸 반대했지만, 선생님은 핸드볼 선수 중 왼손잡이가 귀하다며 설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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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아는 실업 1년 차이던 2007년, 당시로선 파격적인 스무 살의 나이로 국가대표가 됐고,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오성옥 등 '우생순' 멤버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2012 런던올림픽 1차전에서 무릎, 2016년 리우에서는 두 번째 경기 때 쇄골을 다쳤다. 상대의 집중 견제를 당하며 성한 곳이 없어 지금까지 오른쪽·왼쪽 무릎 수술을 각각 3번씩 했다. 발목·손목·팔꿈치에도 칼을 댔다. 김온아는 "런던올림픽 때 무릎 수술하고 1년 동안 재활할 때가 제일 힘들었다"며 "처음에는 일반인처럼 걸어만 다니자는 생각이었는데, 7~8개월 지나 조깅을 할 수 있게 되니까 또 핸드볼 생각이 났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3개월 전에도 양쪽 무릎 수술을 한 김온아는 당초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재활이 잘돼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했다. 누구보다 그를 반긴 것은 동생이었다. 김선화는 "언니와 또 한 번 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이 같이 뛰는 마지막 큰 무대라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천=주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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