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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수퍼파워 미국의 독주… 트럼프의 강펀치가 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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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EU와 무역전쟁에서 승기… 중국 일각선 "美에 항복하라"

러시아·터키·이란 경제 제재, 루블화 등 3국 통화 가치 폭락 "제재 의존, 동맹에 害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힘으로 세계 각국을 밀어붙이는 강공(强攻)이 먹혀들어가고 있다. 중국·EU(유럽연합)와 무역 전쟁에서 승기를 잡은 데 이어, 외교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러시아·터키·이란에는 경제 제재를 가동해 결정타를 가하고 있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운 '수퍼파워 아메리카'로서 독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8일 160억달러(약 18조원)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25% 보복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서 당초 리스트에 올렸던 미국산 원유를 제외하고 발표했다. 원유에 고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 오히려 중국 경제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중국은 최근 2년 사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매주 40만 배럴이 넘는 분량이다. 이 같은 방대한 미국산 원유에 관세를 매길 경우 중국에서는 수입 물가 상승과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 중국으로선 미국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미국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복 관세 대상에 원유를 제외한 것은 중국이 미국에 사용할 보복 카드가 그만큼 제한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년 기준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5000억달러(약 565조원)로 미국의 대중 수출액인 1300억달러(약 147조원)보다 4배 가까울 정도로 많다.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기에는 애초에 중국이 이기기 어려운 게임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굴욕적이더라도 미국에 항복하고 무역 전쟁을 끝내는 게 낫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제 전문가인 쉬이먀오는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문을 통해 "무역 전쟁에서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중국의 전략은 분명히 실패했다"며 "더 큰 피해를 보기 전에 중국 지도부가 트럼프와 직접 대화하고 자존심을 삼켜야 한다"고 했다. 쉬이먀오는 "트럼프의 승리 선언을 지켜보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이 되겠지만 단기 손실이 때로는 장기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계속 강경 입장만 고수하면 결국 우리만 다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중국은 미국과 무역 분쟁을 빚고 있는 EU와 연대를 시도했지만 그것도 실패로 돌아갔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무역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이다. EU는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 기업의 EU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좀 더 면밀히 감시하기로 했다. 우군이 아니라 미국 편에 선 적군으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EU와 무역 분쟁에서 승기를 잡았을 뿐 아니라 러시아·터키·이란에도 강펀치를 날리며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지난 8일 러시아의 영국인 이중간첩 암살 기도와 관련해 미국이 러시아에 추가 경제 제재를 가한다고 발표하자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이틀 사이 5%나 급락했다.

터키도 미국이 실력 행사에 들어가자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론슨을 구금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를 2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미 달러화에 대한 터키 리라화 가치는 하루 만에 15% 이상 폭락했다.

미국이 지난 7일 경제 제재를 재개한 이란에서도 금 사재기가 벌어지고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심각한 후폭풍이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은 미국과는 (거래를) 못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지멘스·에어버스·알스톰·푸조 등 50여개 다국적 대기업이 일제히 이란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트럼프 집권 이후 힘으로 세계를 이끌겠다는 것은 숫자로도 입증된다. 트럼프 정부 첫해에만 1000명에 달하는 개인 및 기관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오바마 행정부 첫해보다 3배가량 많은 수치라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트럼프의 '힘의 외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미국 시사 잡지 디애틀랜틱은 "미국이 요즘 제재에 중독돼 있다"며 "제재가 지금처럼 계속 이어질 경우 앞으로는 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위태롭게 해서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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