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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祖에 대한 경의 있어야 인간은 자신을 존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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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보수주의란 무엇인가

우노 시게키 지음|류애림 옮김|연암서가
236쪽|1만5000원


'혁명은 모든 것을 빈터로 만든 뒤 그 위에 이상적인 정치제도를 다시 쌓아올리려는 시도다.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지은 건물이 견고할 리 없다.'(31쪽) 근대 보수주의의 비조(鼻祖)인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혁명의 급격한 급진주의 속에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과거 선조가 남긴 것에 대한 경의를 가짐으로써 인간은 자신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보수(保守)'란 낡은 것들을 모두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변화의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권력의 전제화(專制化)를 막고 역사적으로 획득해 온 구체적인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는 사상이었다.

보수주의란 그저 '반(反)진보'를 표방하는 애매모호한 입장이 아니라 뚜렷한 계보와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일본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교수인 저자는 버크에서 시작해 T S 엘리엇, 하이에크, 프리드먼, 커크 같은 사상가와 미국 신자유주의, 리버테리언, 네오콘에 이르는 보수주의의 흐름을 짚어낸다.

물론 보수주의에는 약점이 있다. 스스로 보수주의자라 하지 않았던 하이에크는 보수주의가 '감속'에 능한 반면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가속' 기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짚었다. 저자는 "현대에도 보수주의가 여전히 의미를 지닌다면 과거나 전통을 끊임없이 풍요로운 것으로 재정의해 나가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일본 보수주의의 출발점으로 '점진적 개혁 정치가'였다는 이토 히로부미를 제시한 것은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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