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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탈바꿈하는 뉴욕, 가난이 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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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사는 게 제기랄]

조선일보

미국 뉴욕의 명물로 꼽히는 ‘옐로 캡(노란 택시)’. / 한대수 제공

뉴욕은 항상 변하고 있다. 내가 15년 만에 돌아와 보니 못 보던 고층 건물들이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거리도 많이 깨끗해졌다. 하지만 생활비가 급상승했다. 15년 전보다 약 2.5배 올랐는데,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다.

상위 1%는 건물을 재개발해 외형적으로 아름답게 가꾸고 월세를 두 배 이상 요구한다.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 같은 부동산 대재벌이 뉴욕을 성형수술하고 엄청난 돈을 버는 이유다. 우리 같은 서민에게 젠트리피케이션은 욕으로 들린다. 왜? 돈 없는 중산층을 쫓아내니까. 오리지널 뉴요커들은 도시 외곽으로 쫓겨나지 않으면 홈리스(homeless)가 되어 맨해튼에 남는다. 변화하는 뉴욕의 몇 가지 모습을 살펴보자.

플라스틱 봉지와 빨대 사용이 불법이 됐다. 하루에 수백만 개씩 버려지는 플라스틱 빨대는 자연 분해되지 않아 엄청난 쓰레기로 남는다. 해변가에 버려지면 물고기들이 이를 삼키고 죽어버린다. 현재 맥도널드 등 여러 음식점에서 빨대 없이 음료를 마시자는 '그냥 마셔(give a sip)'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내가 30년 전 독일에 갔을 때, 수퍼마켓에서 플라스틱 봉지를 개당 1달러 받았다. 깜짝 놀랐다. 독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플라스틱 공해를 없애는 운동을 벌여온 것이다.

뉴욕은 세계에서 둘째로 차가 밀리는 도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맨해튼 중심가에 자동차가 진입할 때마다 6달러씩 받겠다는 법을 검토하고 있다. 노란 택시 운전자들은 분노한다. "아니? 어떻게 우리가 매일 12달러씩 내고 돈을 벌 수 있나?" 영업망을 넓혀가고 있는 우버 등 차량 공유 서비스도 이들의 밥그릇을 위협하고 있다. 올해 택시 운전사 6명이 생활고로 자살했다. 맨해튼은 주차 요금이 가장 비싼 도시이기도 하다. 1시간에 20달러, 우리 돈으로 2만2000원이 넘는다!

뉴욕 지하철 요금(2.75달러)은 우리 돈으로 3000원이 넘는다. 런던보다는 저렴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이다. 어떤 이들에겐 저녁 식사를 할까, 지하철을 탈까 고민해야 할 정도로 비싸다. 그래서일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가난한 계층을 위해 지하철 요금을 반값으로 깎자는 구호를 내세웠다. 30만명에 달하는 극빈층의 출퇴근과 구직 활동을 돕기 위해서다.

뉴욕은 지금 외형적으로 급변하고 있다. 1994년부터 8년간 재임한 루디 줄리아니 시장은 맨해튼의 지저분하고 위험한 지역을 깨끗하게 청소했다. 예를 들어 42번가와 8번가가 교차하는 곳은 본래 집창촌으로, 스트립 바와 19금 비디오 판매점이 즐비한 무서운 곳이었다. 어린아이와 여자들은 걸어다니지도 못했던 이곳이 지금은 완전히 디즈니랜드 같은 분위기다. 블룸버그 시장(2002~2013년 재임) 때 재개발 붐이 일어 월세가 폭등하기도 했다. 당시 맨해튼 재벌들은 "B&T 사람들은 안 들어와도 돼"라고 했다. B는 다리(bridge), T는 터널(tunnel)을 가리킨다. 변두리인 뉴저지, 퀸스, 브루클린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맨해튼에 출입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아, 가난이 죄로다!

[한대수 음악가 겸 사진가 겸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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