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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역대급 폭염 뒤 역대급 한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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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2012년에도 여름 폭염 뒤 겨울 혹한

조선일보

일러스트=이철원

폭염으로 한반도가 신음하는 요즘, 인터넷에선 난데없이 "겨울이 오고 있다"는 말이 유행 중이다. 폭염이 덮친 해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겨울에 혹한이 뒤따른다는 속설이 최근 몇 년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속설의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2012년 여름의 폭염과 겨울의 혹한, 그리고 작년 여름 폭염과 올해 초까지 이어진 혹독한 추위다. 2012년 여름 서울의 최고기온이 36.7도까지 올라가 1994년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었고, 비공식 기록이지만 경북 경산은 40.6도를 기록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초부터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닥쳤고, 2013년 1월 서울은 영하 16.4도까지 떨어졌다. 작년 역시 비슷한 패턴이었다. 작년 7월 21일 서울에서 첫 폭염 경보가 내려졌는데, 이는 전해보다 10여 일가량 빠른 것이었다. 작년 초여름(6~7월) 평균 기온은 29.1도로 1973년 이후 둘째로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가장 더웠던 해는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1994년이었다. 그해에도 전국 평균 적설량이 역대 최고(18.1cm)를 기록하는 등 추운 겨울이 따라왔었다.

작년 여름이 이렇게 더운 이후 어김없이 한파가 찾아왔다. 작년 12월 15일 한강이 일찌감치 얼어붙더니 올해 1월로 넘어오면서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7.8도까지 내려가는 기록적인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지난 1월 사망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가 증가한 3만1600명이었는데, 월 사망자 수가 3만 명을 넘긴 것은 통계 확인이 가능한 1983년 이후 처음이었다. 사망자 수가 별다른 이유 없이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혹한이 지목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이전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역대급 폭염이 찾아오자 사람들이 벌써 다가올 겨울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성 쌍둥이 같은 폭염과 혹한의 동행에 대한 과학적 설명도 등장하고 있다. 학자들이 한반도 폭염의 주범으로 주로 지목하는 현상은 제트기류의 약화다. 제트기류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의 다른 이름이다. 이 제트기류가 움직이면서 여름엔 찬 공기와 더운 공기를 골고루 섞어서 더위를 완화시켜 주고, 겨울엔 북극의 냉기가 한반도로 남하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여름은 더워지고, 그 여파로 겨울은 더욱 추워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이 번갈아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런 현상이 과학적 사실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립기상과학원 변영화 기후연구과장은 "제트기류 약화가 한반도의 여름을 더 덥게 하고 겨울을 더 춥게 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하지만 기상관측 결과나 과학적 관찰로 볼 때 폭염과 혹한이 1대1로 따라다닌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속설일 뿐 아직 이론으로 완전히 증명되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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