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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Why] 여의도 떠나 영등포로 당사 옮긴 한국당, 2년 뒤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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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의 國運風水]

문제는 당사 아닌 국회 터

음·양 조화로운 곳으로 국회 위치 옮겨야하는데

조선일보

작은 산을 깎아 터를 만든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음기가 강한 땅이다. /김두규 교수 제공


지금도 많은 사람이 점을 본다. 사주가 가장 많이 활용되지만 풍수나 주역도 점치는 수단이다. 점치는 목적은 특정 문제(출마·사업·승진·합격)를 앞두고 길흉을 예측하고자 함이다. 답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미래의 일이란 알 수가 없다. 그 배후에 운명이란 놈이 자리한다. 잔인한 놈이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놈은 인간보다 더 상상력이 뛰어나며, 바람과 같아 어디로 갈 줄 모른다. 그 운명을 엿보려는 행위가 점이다. 미신이 분명하다. 그래도 점을 친다.

집단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에서 예비 후보들은 정책 개발 못지않게 캠프 위치에 신경을 쓴다. 선거는 바람과 같은 것이다. 순풍을 타고 싶어한다. 극히 짧은 시간에 어디에 자리할 것인가에 대해 민감한 이들은 장소성을 무시 못한다. 이들이 선호했던 빌딩 이름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한양(漢陽)·대산(大山)·대하(大河)·용산(龍山)·금강(錦江) 등이 주요 정치인들이 다투어서 둥지를 틀던 곳들이다. '산(山)은 용(龍)이고, 용은 황제이며, 황제는 곧 산이다. 물(水)은 돈이며, 물이 흐르는 곳에 돈도 흐른다'는 풍수 격언이 있다. 산과 물의 뜻을 담은 건물명을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이유이다.

자유한국당이 지난달 영등포 우성빌딩으로 당사를 옮겼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참담한 심정으로 여의도를 떠나나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고 고토회복을 다짐하였다. 그에게 '때'란 무엇일까? 2년 후인 2020년 4월 총선에서 한국당의 건재 여부일 것이다. 새로 이전한 우성빌딩 당사와 한국당의 운명을 풍수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나쁘다고 말하고자 한다면 이를 뒷받침할 풍수 이론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다. 다른 정당 당사도 같은 운명이다. 국회의사당이 애당초 여의도에 자리한 것이 잘못이다. 국회의사당이 독립변수라면 각 당사는 종속변수다. 땅을 보는 두 가지 요소가 산과 물이다. '산이 크고 물이 작은 것을 독양(獨陽)이라 하고, 산이 작고 물이 큰 것을 독음(獨陰)이라 한다.'('명산론') 여의도는 독음의 땅이다. 음기가 강하다는 소문이 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원래 국회의사당 터에는 30m 높이의 작은 산(양말산)이 있었으나 이를 깎아 없애고 그 위에 국회의사당 터를 세웠다. 아쉽다.

1960년대 중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400만 인구도 감당 못하는 서울을 한강과 여의도 개발을 통해 600만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서울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한다. 지금의 여의도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50년이 흘렀다. 그가 예측한 600만이 아니라 1000만이 넘었다. 최근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 재개발을 주장한다. 박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개발을 해야 한다면 독음의 땅에 어울리는 재개발이어야 한다. 그 대신 국회는 독양과 독음이 어우러진 곳으로 옮겨야 한다. 그런 곳이 있을까?

용산도 좋다. 고건 전 총리는 용산을 "풍수적으로 천원(天元·바둑판 중앙의 점)의 땅"이라 하였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그는 시청을 용산으로 옮기려 하였다(현재 녹사평역은 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과천 정부 종합청사도 좋다. 작가 이병주는 조선일보 연재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에서 도읍지가 들어설 만하다 하였다. 세종시 원수산 아래도 좋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천도를 시도할 때 청와대가 들어설 자리로 점찍어 둔 곳이다(지금도 빈터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가 반듯한 곳에 자리하면 당사들도 반듯해져 '100년 정당'이 나올 수 있다.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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