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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석탄 반입 검증 실패한 정부는 왜 책임 안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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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서류로 66억원어치 수입 / 美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 거론 / 최악 사태 없도록 총력 외교 절실

북한산 석탄·선철이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국내에 불법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어제 이 같은 내용의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 법인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총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 3만5038t을 국내로 불법 반입했다. 이들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 항구에서 다른 배로 환적한 뒤 원산지를 러시아로 속이는 수법으로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해 수입업체 3곳과 수입업자 3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정부가 해당 수입업체들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국가와 거래하는 미국 외 제3국의 기업·은행 등에도 제재를 가하는 조치다. 세컨더리 보이콧 리스트에 오르면 해외 무역 거래가 막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북한과 거래했다가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은행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우리 정부는 일단 세컨더리 보이콧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한·미가 공조와 신뢰 속에 북한산 석탄문제를 대응하고 있다. 한·미 간 갈등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테드 포 미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리즘·비확산·무역 소위원장은 “북한산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한국기업에도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악의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미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제 관세청 발표를 통해 그간 정부 대응이 ‘총체적 부실’이었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정부 조사 기간이 왜 10개월이나 걸렸는지 모를 일이다. “중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했다”는 군색한 변명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 10개월간 선박들이 한국을 들락거리는 동안 한 번도 억류된 적이 없고, 북한산 석탄 반송 조치도 없었다. 미국과 유엔이 러시아에서 환적한 선박 정보를 전달했는데도 정부 부처 간 정보 공유도 이뤄지지 않았다. 샤이닝 리치호가 제출한 가짜 원산지 증명서는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데도 걸러내지 못했다. 관세청의 원산지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고밖에 할 수 없다. 정부가 4월 남북 정상회담 등을 염두에 두고 눈감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먼 기업에만 잘못을 떠넘기지 말고 정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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