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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철강·알루미늄 관세 2배"…`폭락` 리라화 기름부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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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 여파로 터키 리라화는 또다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며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가 고조됐다.

신흥국 자금이탈 기조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겹치면서 터키가 본격적인 경제위기로 진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터키의 리라화 가치가 우리 달러에 비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터키산 알루미늄에 20%, 철강에는 50% 관세가 붙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터키와의 관계가 좋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리라화는 장중 한때 달러당 6.3005리라에 거래되며 전날 마감 때와 비교해 13.5% 폭락했다. 리라화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35% 하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자들 사이에 터키가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조성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고 설명했다. 터키 10년물 국채의 이자율도 20%를 넘어서며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미국과 터키의 갈등은 터키가 미국인 앤드루 브랜슨 목사를 테러지원 혐의로 체포해 구금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랜슨 목사의 석방을 요청했지만 터키가 거부하자 지난 2일 터키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브랜슨 목사는 터키 내 테러단체를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터키 대표단은 미국을 방문해 고위급회담을 가졌지만 제재를 철회하는 데 실패했다.

리라화 폭락의 또 다른 배경은 터키 통화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를 만인의 적(enemy)'이라 선언하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막아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터키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중앙은행은 통화안정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터키 정부는 9일 터키의 재정적자 축소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을 발표했지만 통화 급락세를 진정시키지 못했다.

FT는 터키가 리라화 폭락을 막을 수 있는 옵션으로 금리 인상, IMF 구제금융, 자본통제를 꼽았다. 하지만 이들 옵션 중 어느 하나도 쉽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용인하더라도 무한정 반복할 수 있는 지속성 있는 해결책이 아니다. 구제금융의 경우 긴축정책을 감수해야 한다는 IMF의 전제조건이 있어 채택할 가능성이 적다. 자본통제는 중국처럼 해외 송금을 막을 정도의 장악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미국과의 갈등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기업들의 외화 부채도 거론된다. 지난 5월 기준 터키 비금융기업들의 외화표시 부채는 3370억달러(약 426조원)에 달한다. 통화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기업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가중된다. 리라화 가치가 추가로 급락하고, 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해 도산할 경우 터키 경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중앙은행(ECB)도 9일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자 BBVA, 우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유로존 지역 은행들의 '터키 익스포저(위험노출액)'에 대해 경고했다. 이들 은행은 전체 영업 활동에서 터키가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지만, 터키에서 유로존 은행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CB는 터키 은행권 자산의 40%를 차지하는 외화 대출 디폴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주시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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