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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국회의원 ‘리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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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일본 토요타 자동차가 만든 고급세단 렉서스가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에서 전소했다. 브레이크 고장이었다. 경찰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운전대를 잡았던 희생자는 고속도로 순찰대 소속 경찰관이었다. 사고 직전 911 신고에 접수된 그의 목소리는 긴박했다. “시속 120마일이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쾅∼.”

사고가 보도되면서 토요타 자동차의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결함 신고가 이어졌다. 토요타는 전 세계 시장에서 1000만대를 리콜했다.

미 의회가 나섰다. 청문회에 사장이 나오라고 요구했다. 토요타는 회사대표가 체면을 구길 수 없다며 버텼다. 현지 법인 대표를 보내겠다고 했다가 미국 공장을 문 닫겠다고 협박했다. 주지사를 통한 로비도 했다. 위기에 처한 GM과 크라이슬러 때문에 토요타를 잡으려 한다는 주장도 퍼트렸다.

미 의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외교 문제로 커졌다. 결국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청문회에 섰다. 의원들은 미국 시장에서 차를 팔면서 소비자의 안전을 도외시했다고 몰아세웠다. 미 고속도로안전교통국(NHTSA)과 차량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토요타는 소비자들에게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보상했다.

미 의회는 2000년 포드자동차의 ‘익스플로러’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 결함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회사 대표를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BMW차량 30만대가 리콜된 영국은 지난 6월28일 하원 교통위에서 BMW CEO 등 임원들을 소환해 청문회를 열고 차량 결함을 조사했다. BMW는 2011~2014년 영국에서 19건의 전력계통 결함이 발견됐지만 영국 운전자·차량기준청(DVSA)에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한 운전자의 제보로 들통났다.

올해 들어 국내에서 BMW 사고가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우리 국회의원들은 ‘태업’중이다. 의원 한두 명이 BMW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모기만한 소리로 거론하고 있다. 국내 기업총수들을 국회에 불러 면박주는 것은 예사로 하면서 왜 외국기업에는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런 국회의원이 진짜 리콜 대상 아닌가.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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