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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美, 은행에 추가 제재시 ‘경제 전쟁’으로 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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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 정보부에서 근무하며 영국 정보기관에 협조한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아 스크리팔은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시에서 옛 소련이 개발한 맹독성 물질 ‘노비촉’에 중독된 상태로 발견됐다. / 데일리스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사진> 러시아 총리가 10일(현지 시각) 미국이 은행이나 특정 통화에 제재를 가할 경우 이를 ‘경제 전쟁’ 선포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에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일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암살 기도 사건의 배후를 러시아로 지목하고 1991년 제정된 ‘생화학 무기 통제·전쟁종식법(CBW Act)'에 의거, 오는 22일부터 추가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은 가스 터빈 엔진 등 항공전자공학에 쓰이는 장비를 포함해 ‘국가 안보와 관련된 품목·기술’의 대(對)러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

미 국무부는 또 러시아가 90일 이내에 화학무기 또는 생물학 무기를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를 내놓지 않을 경우, 러시아와의 무역·외교 관계를 중단하고 러시아 국영 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의 미국 착륙 권한을 정지하는 등 보다 강경한 2차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총리는 이날 러시아 동부 캄차카 지역을 방문해 “앞으로의 제재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일 은행 활동이나 특정 통화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가 뒤따른다면 우리는 이를 명백한 경제 전쟁 선포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또 “러시아는 이 전쟁에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또는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 미국 친구들은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미 자유유럽방송(RFE)는 메드베데프 총리가 언급한 “다른 방법”이 군사적 대응이나 사이버 공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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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크렘린궁과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관, 외무부는 한 목소리로 미국의 조치를 규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고,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러시아 정부가 영국에서 발생한 노비촉(옛 소련이 개발한 맹독성 물질) 공격에 관여했다는 미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고 가혹하다”고 비난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 수사 종결을 앞두고 스파이 암살 기도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불리한 여론 형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에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루블은 미국의 제재 발표 이후 폭락하기 시작했다. 8일 3.27% 하락한 데 이어 9일 1% 이상 추가로 하락했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러시아 벤치마크 주가지수는 9일 9%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8.240%까지 오르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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