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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브퀸, 카페 접고 코트에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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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탄탄한 기본기가 돋보이는 배구 선

왼쪽 네트 근처에서 송곳 같은 공격을 퍼붓더니, 오른쪽 공격도 깔끔하게 성공한다. 무려 2년 5개월 만의 복귀라는데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기량이 안정적이다. 서브 리시브와 상대 공격을 깔끔하게 받아내는 디그도 안정적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참 열심히 부지런히 뛴다.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이름만큼 배구도 참 예쁘고 깔끔하게 하는 선수라는 인상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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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복귀전을 치른 백목화- KOVO 사진



2016년 은퇴, 한때 그녀의 직업은 바리스타였다.

배구하는 모습을 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엿보이는 법이다. 2년 반 가까이 코트를 떠나 외도를 했지만, 그동안 삶을 낭비하거나 허투루 살지 않았다. 그 사이 그녀의 직업은 바리스타 백목화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해왔던 배구를 그만두고 왜 바리스타의 길을 걸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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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인삼공사 선수 시절의 백목화-백목화 SNS



그녀는 지난 2016년 자신의 배구인생 두 번째의 자유계약선수(FA)가 됐다. 그러나 키 176㎝인 단신 공격수의 FA 계약은 녹록지 않았다. 원소속 구단인 KGC인삼공사와의 계약이 불발되고, 이어 타구단과의 협상 기간에도 연락을 준 팀은 없었다. 대형 선수나 거포는 아니었지만, 코트에서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기엔 턱없이 부족한 대접이었다. 다시 원소속팀과 협상을 해야 했지만, 그녀는 과감히 선제공격을 날렸다.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코트를 떠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고 했다. 전격적인 은퇴 선언이었다. 말릴 새도 없고 막을 수도 없었다. 상대 블로커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시간차 공격이나 속공과도 같은 날카롭고 과감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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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는 북촌 바리스타 백목화-백목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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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낸 그녀는 서울 북촌의 한 카페에서 그가 좋아하던 커피를 사람들에게 내려주면서 배구 선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은 커피와 인생을 배우는 기회가 됐다. 선수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적은 수입으로 살아가야 했지만, 자신의 선택이기에 후회는 없었다. 그래도 운동선수의 유전자는 살아있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꾸준히 체육관에 나가 근력 강화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몸에 나태함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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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시절에도 놓지 않았던 운동-백목화 SNS



2년이 더 지나 코트 복귀의 길이 열리다.

그렇게 2년이 훌쩍 지났고 자연스럽게 코트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IBK 기업은행 배구단 정민욱 사무국장이 찾아와 코트 복귀를 타진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시절 인연을 맺은 이정철 감독도 돌아오라고 권했다. 2014년 당시 백목화는 국가대표 왼쪽 공격수를 맡았고, 여자 배구가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르는 데 일조했었다. 이번엔 진심을 다한 설득이 마음으로 다가왔다. 2년을 훌쩍 넘겨 자리를 비웠지만, 아직 자신의 자리가 있다는 게 반갑고 고마웠다. 원소속구단인 인삼공사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을 통해 백목화의 코트 복귀를 지원했다. 다시 코트에 서고 보니 신인 선수 때보다 심장이 더 두근거리고 떨렸다. 무엇보다 팬과 동료,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에게 이전의 백목화처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걱정이 가장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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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를 접고 코트 복귀 인사를 하는 백목화-백목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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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8월 보령 코보컵 대회에서 복귀전

백목화의 복귀전은 충남 보령에서 열린 코보컵 여자프로배구 태국프로팀 EST와의 경기. 첫 경기에서 서브에이스 4개를 포함해 11점을 따내 3대0 완승을 이끌었다. 2차전은 KGC 인삼공사 전. 25득점을 올린 고예림과 함께 백목화가 20점을 따내며 팀 공격을 주도했다. 서브 득점은 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팀이 5세트 접전 끝에 3대2로 역전패해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3차전 상대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는 팀 최다인 16점을 기록했지만, 팀은 3 대 1로 지고 4강 진출에 실패해 또 빛이 바랬다. 하지만 이적생 백목화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리스타보다는 아직은 배구 선수가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것을 보여줬다.

바리스타이기 전에 그녀는 서브퀸이었다

한창때 백목화의 별명은 서브 퀸(Serve Queen)이었다. 지난 2012-2013시즌 서브로 국내 최다 기록인 55득점에 성공했고 그다음 시즌에도 서브로만 53득점을 올렸다. 바리스타로 일하면서도 몸 관리를 해왔던 덕에 배구공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지만, 아직은 훈련량도 부족하고 몸도 덜 돼 있다고 자신을 스스로 진단한다. 특히 배구 선수의 기량과 공격 성공률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는 점프의 높이가 예전만 못하다. 백목화의 나이는 이제 달걀 한 판, 우리 나이로 꽉 찬 서른이다. 선수끼리 농담으로 하는 얘기지만 달걀 한판의 나이가 백목화의 마음을 살짝 조급하게 만든다. 자신을 믿고 다시 불러준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팬들에게 빨리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코트에서 뛸 수 있을지 기약할 수는 없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선수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은 것이 백목화의 바람이다.

김인수기자 (andre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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