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세수호황 언제까지 이어질까…"내년 낙관하기 어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년比 세금 20조원 더 걷혀…월별 증가폭은 감소추세

경기상황 내년·내후년 영향…재정지출 확대도 우려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종=뉴스1) 박정환 기자 = 올해 상반기 걷힌 세금이 전년동기대비 2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세수 호황'이 이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점차 둔화되는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세수증가를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수를 믿고 정부가 단행하는 재정확대 정책도 흔들릴 우려가 있다.

10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에 따르면 1~6월 누계 국세수입은 157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9조3000억원 증가했다.

세수 진도율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 전망한 국세수입 268조1000억원 대비 58.6%로 집계됐다. 이대로라면 올해 초과 세수는 20조원을 훌쩍 넘어 세수 호황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월별 세수증가 규모는 감수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한달 동안 걷힌 세금은 16조5000억원으로 전년동월대비 2조4000억원 증가했으나, 3월(5조3000억원), 4월(5조1000억원), 5월(2조9000억원)에 비해선 증가폭이 줄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3~5월에는 법인세 신고·납부가 있어 세수가 좋았지만 6월은 특별히 세금을 신고하는 이벤트가 없었다"며 "세수 호조세가 꺾였다기보다는 해당 달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세수 호황을 마냥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에서 0.1%p 낮춘 2.9%로 전망하는 등 경기 둔화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견인으로 호조세를 보이는 수출도 언제 위기를 맞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확산, 미중 통상분쟁 등이 자리해서다. 올해 18만개로 전망되는 부진한 고용 창출 규모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고용상황, 미중 통상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안좋은 경기상황으로 내년이나 내후년 세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뉴스1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열린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18.8.9/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재정지출 확대'도 안정된 세수여건을 토대로 한다는 점에서 향후 세수상황에 따라 삐걱될 여지가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세수라든지 여러 건전성 지표가 안정성을 보이고 있고, 적극적 재정 역할을 위해 총 지출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전년보다 28조4000억원 늘어난 429조원으로 확정했다. 예산 증가 규모는 7.1%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김 부총리는 "내년 지출을 7% 중후반에서 더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감안하면 내년 예산은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악화된 경기상황으로 '세수절벽'이 현실화된다면 재정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경정예산까지 단행할 경우 우려는 더욱 커진다.

세수감소는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서도 언급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으로 향후 5년간 2조5000억원 정도의 세수감소를 예측했다. 근로·자녀장려금을 3조원 규모로 대폭 확대하면서 소득세 세수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이를 의식하듯 "세수상황이 내년까지 괜찮지만 내후년 이후는 불확실성이 있다"며 "중장기 세입여건을 봐서 총지출을 계속 늘리면서 들어가는 사업은 가급적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추가 추경과 관련해선 "추경 요건, 1차 추경을 한 부담, 본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시점이라 2차 추경은 여건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세수 호황이라고 마냥 낙관해선 안된다"며 "올해 경기상황이 내년이나 내후년 세수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황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kul@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