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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이규진 “박병대 법원행정처장 지시로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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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규진 전 양형위 상임위원

대법 특별조사단에 진술

“‘의원직 판단 권한 사법부에 있다’

박 처장 등이 얘기해 재판부 전달”

전주지법도 판결문에 요구 반영돼

특조단, 박 전 처장 조사도 안 해

이 전 위원 “진술한 기억 없다” 부인



한겨레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행정 책임자이자 대법관인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의 지시로 통합진보당 소송 재판부와 접촉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법원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행정처장)은 이 전 상임위원의 진술을 듣고도 박 전 처장을 조사하지 않아 책임 규명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특조단 조사에서 “박병대 처장과 임종헌 행정처 차장이 ‘의원직 판단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고 판결문에서 밝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심경 심의관(현 변호사)을 통해 재판부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과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하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재가 판단하지 않은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퇴직도 의결했다. 통진당 지방의원은 퇴직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전주지법 행정2부(재판장 방창현)는 2015년 11월 “지방의원 퇴직은 부당하다”며 통진당 쪽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재판부는 헌재가 통진당 국회의원직 상실까지 결정한 것은 월권이고, 국회의원 퇴직 여부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판결문에 담았다. 행정처 사법정책실은 선고 날 작성한 문건에서 이 판결이 “헌재의 월권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한겨레>에 “소송 당사자들이 주장하지 않은 내용이 판결문에 등장해 의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 상임위원은 <한겨레>에 “그런 진술을 한 기억이 없고, 조사결과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특조단은 이 부장판사의 말을 듣고도 박 전 처장이 조사를 거부하자 입장 글만 받고, 최종 책임자는 임 전 차장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특조단은 “이 부장판사가 ‘박병대 처장 및 임종헌 차장의 뜻’ 운운하며 심경 심의관에게 말했다고 진술한 바 없다”고 답했다. 이후 특조단 관계자는 “이 전 상임위원은 ‘박 처장이 지시했다’거나 ‘심경 심의관에게 박 처장 뜻이라고 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바 없다”고 다시 알려왔다. 다만 “박 처장이나 임 차장 등 행정처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진술만 했다”고 덧붙였다. 한 부장판사는 “특조단이 임 전 차장을 최종 책임자로 규정하려다 보니 ‘윗선’에 대해서는 소극적 조사를 벌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일제강점기 징용 소송 관련 ‘재판 거래’ 의혹 자료 확보를 위해 검찰이 청구한 주심 대법관, 재판 연구관, 행정처 전·현직 심의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무더기 기각했다. 일본군 ‘위안부’ 소송 관련 영장도 내주지 않았다.

박 판사는 심의관들에 대해서는 “상관인 임종헌 전 차장의 지시를 따른 것일 뿐”이라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해, 책임자를 임 전 차장으로 단정했다. 재판연구관의 압수수색 영장과 관련해서는 “사건을 검토했을 뿐”이라며 ‘방어’ 논리를 펼쳤다. 대법관들의 경우 “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며 ‘재판 거래’ 의혹 수사에 사실상 빗장 치는 모습도 보였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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