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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TEN 인터뷰] ‘같이 살래요’ 황동주 “저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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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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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채성운을 연기한 배우 황동주. / 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황동주에게 요즘 ‘웃픈’ 별명이 하나 생겼다. ‘고자왕’이라는 별명이다. KBS2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불임 문제로 아내와 갈등하는 채성운을 연기한 탓이다. 황동주는 이런 반응이 재밌기만 하다. “이런 반응이 처음이었다면 당황했겠지만 전작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 출연할 때도 욕을 하도 먹어서 이젠 괜찮다”며 웃었다.

놀라운 사실 하나. ‘같이 살래요’에서 30대 중반의 남성을 연기하는 황동주의 실제 나이는 45세다. 그의 친누나로 등장하는 배우 김윤경보다 연상이다. “동안의 비결이요? 꾸준히 관리하죠. 하하.” 놀라운 사실 둘. 황동주는 미혼이다. 드라마에서 철부지 남편 역을 자주 맡아 주변에선 그를 유부남으로 오해하는 일이 다반사다. 황동주는 “결혼하려고 노력하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욕먹는 채성운, 저라도 이해해야죠

악역의 역할이 중요한 주말 드라마에서 황동주의 활약은 돋보였다. 그가 연기한 채성운은 해아물산 부사장으로 선민사상에 젖어있는 가정에서 자랐다. 아이를 가질 수 없어 시험관 시술로 딸 채은수(서연우)를 얻었다. 그런데 정자를 기증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완벽한 유전자를 얻겠다는 욕심에 자신이 선망하던 정덕현의 아들 정은태(이상우)의 정자를 몰래 빼돌린 것이다. 황동주가 ‘정자왕’으로 불리기 시작한 건 이 때문이다.

“악역인데, 욕먹는 건 감수해야죠. 제가 ‘컴맹’이라서 온라인 반응을 잘 살피지 못하는 게 그나마 다행이에요. 만약 (댓글을) 다 봤으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을지도 몰라요.”

등장할 때마다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누군가에게 따귀를 얻어맞아야 했던 탓에 체력적인 부담도 상당했다. 황동주는 “짧은 시간 동안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해결도 해야 했다. 촬영은 많지 않았는데 에너지 소비는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악역을 연기하는 데에 망설임은 없다. “촬영 직전까지도 고민해요. ‘조금 약하게, 덜 나쁘게 연기해볼까?’”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호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욕먹을 거면 확실하게 먹고 찌질할 거면 확실하게 찌질해야죠. 그래야 재미도 살고 저도 더 각인되니까.”

모두에게 욕먹는 캐릭터지만 황동주는 채성운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땐 ‘채성운, 이 나쁜 놈’이라고 욕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연민이 생겼다고 했다. “집안에서 얼마나 압박을 줬으면 이런 일까지 저지를까 싶었어요.” 채성운의 감정을 읽는 건 그를 표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황동주는 “내가 채성운을 이해하지 않으면 연기를 하다가도 제동이 걸린다. 몰입이 안 되니까 나쁜 모습도 제대로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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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보이려는 욕심은 버렸다”는 황동주.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45세 예능 꿈나무 이영자 선배님 프로그램은 다 찾아봐요

황동주의 이상형은 개그우먼 이영자다. 2016년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20대 때부터 이영자 선배님을 좋아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이영자가 진행하는 KBS2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그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황동주는 “‘안녕하세요’에 나갔을 때 (이영자) 선배님이 너무 잘해주셔서 몸둘 바를 몰랐다”고 했다.

“사실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같은 업계 선배님이고 여자 분이시잖아요. 괜히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서 민폐를 끼치거나 기분 나쁘게 할까봐 걱정했어요. 이영자 선배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다 챙겨 봐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나 올리브 ‘밥블레스유’ 모두 보죠. 저도 먹는 걸 좋아하는데 방송에서 맛집을 많이 알려주셔서 열심히 메모해놓고 있어요.(웃음)”

황동주는 예능 출연에 욕심이 많다. 음식과 여행을 좋아해서 JTBC ‘냉장고를 부탁해’나 tvN ‘짠내투어’ 같은 프로그램은 빼놓지 않고 본단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JTBC ‘한끼줍쇼’다. 음식도 음식이거니와 사람 사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했다. “살다보면 나 혹은 내 주위 사람들밖에 모르게 되잖아요. 그런데 ‘한끼줍쇼’는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감동도 줘서 좋아요.” 사람들이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갖고 사는지 지켜보면서 황동주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기운도 차린다.

직접 출연하고 싶은 욕심도 크다. 여행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언제나 환영이란다. “‘한끼줍쇼’도 꼭 나가보고 싶은데, 요즘은 한류스타들만 나와서 저한테도 기회가 올지 모르겠어요. 하하.”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가장 앞선다. ‘같이 살래요’에서 워낙 악행을 많이 저질러 자신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저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라는 농담을 덧붙였다.

멋져 보이려는 욕심, 이젠 내려놨어요

황동주는 지난 몇 년 간 주인공보다는 주인공의 주변인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멋진 캐릭터는 많지 않았다.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선 철없는 남편이었고 ‘위대한 조강지처’에선 마마보이였다. ‘사랑했나봐’와 ‘뻐꾸기 둥지’에서는 불륜남 역할을 맡기도 했다. 멋진 남자 주인공을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황동주는 “욕심은 점점 버리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공백 기간이 있었어요. 멋있는 역할, 좋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2~3년을 쉬었어요. 그러다 정신 차린 거죠. 전엔 나만 잘난 줄 알았거든요. 심지어 촬영할 때도 제 얼굴이 멋지게 나올만한 각도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각도, 그런 거 전혀 상관 안 해요. 그냥 ‘쟤, 나쁜 놈이지만 연기는 참 잘한다’ 소리를 듣고 싶을 뿐입니다.”

욕심이 있던 자리엔 감사함이 자리 잡았다. 황동주는 “배우는 선택 받는 직업이다. 이젠 일이 들어오면 무조건 감사하다는 생각은 든다”고 했다. ‘불륜남’ ‘찌질남’에 심지어 ‘고자왕’이라는 별명을 들어도 그는 개의치 않을 수 있게 됐다. 역할 때문에 욕먹을 걱정은 접어두고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궁리한다.

“열심히 살았다는 것만큼은 자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내가 바라는 게 모두 이뤄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감사함이 점점 커져요. 그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목표라고 할 만한 건 점점 없어져요. 꾸준히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비출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 제겐 그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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