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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가 재미있는 7080추억?"···관람객 기분 망치는 지역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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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맞아 초등학생 딸과 함께 경기도 양평으로 가족여행을 간 이진형씨(41)는 지역 명소로 인기가 있다는 ‘추억의 청춘뮤지엄’을 찾았다. 이씨는 딸에게 어릴 적 추억도 들려주고 70~80년대 생활상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박물관에 전시 중인 몇몇 조형물을 보고 황급히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옛 동네 목욕탕 풍경을 재현해 놓은 공간에는 나체의 남성이 여탕을 몰래 훔쳐보고 있었고, 여자 중학교 앞에서 코트를 열어젖히고 속옷만 입은 나체를 보여주는 이른바 ‘바바리맨’ 조형물도 있었다. 박물관 2층에는 관람객이 지나는 통로에 치마를 입고 다리를 벌린 채 서 있는 거대한 여성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다. 관람을 위해선 여성의 다리 사이로 걸어가며 속옷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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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아빠, 저 아저씨는 왜 옷을 벗어서 자기 몸을 보여주고 있어?”, “옛날에는 여탕을 쉽게 훔쳐볼 수 있었어?”라고 묻는 딸 아이의 질문에 얼굴이 화끈거려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옛날에도 저런 행동은 범죄였는데 이게 어떻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될 수 있냐”며 분통을 터뜨리던 이씨는 “아이와 함께 입장하는 관람객에게는 부모의 관람 지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억의 청춘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조형물들은 이미 인터넷상에서도 논란거리다. 한 누리꾼은 “추억이라는 주제와 맞지 않는 선정적인 전시들이 있어 눈살을 찌푸렸다”고 혹평했고, 가족들과 함께 다녀온 또 다른 누리꾼은 “아이가 가면 외설적이라고 생각이 드는 부분도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들은 주의하시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또 박물관에 전시 중인 조형물 중 여인숙에서 남녀가 중요 부위만 손으로 가린 채 누워있는 것을 봤다는 한 누리꾼은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조형물을 버젓이 전시해두고 어떻게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표를 팔 생각까지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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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이곳이 중·고등학생들이 체험학습으로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학교 체험학습으로 ‘추억의 청춘뮤지엄’을 방문했다는 한 누리꾼은 “성적인 전시가 너무 많아서 보기가 싫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던데 여탕 훔쳐보는 장면 등은 왜 넣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박물관 측은 “간혹 선정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전시물을 수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추억의 청춘뮤지엄’ 관계자는 1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박물관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러브’와 ‘청춘’을 혼합한 컨셉으로 만들었다”며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 있는 러브박물관과 운영자도 같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관람에 대해서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박물관도 아니고 지적을 받을 만큼 성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어떤 의도도 없이 관람객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든 박물관이다”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는 만큼 아직은 전시물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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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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