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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뉴스]“김학의, 성폭력 혐의 제대로 재수사해야”···도마 오른 5년전 ‘별장 성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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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

지난 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의 제대로 된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회에 모인 한국여성의전화·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등은 이 자리에서 “이는 여성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성폭력 사건이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인권 침해는 외면한 채 ‘뇌물 거래’의 프레임으로 수사했고,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조사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총 673개 단체가 이날 회견에 연대했습니다.

2013년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여성들을 동원해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 등 유력 인사를 접대했다는 ‘별장 성접대’ 의혹이 터진지 5년이 흘렀습니다. 5년이나 지난 일을 두고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당시 벌어졌던 일과 수사 진행, 피해자의 주장과 요구 사항을 정리했습니다.

■‘별장 성접대 영상’…경찰 “김학의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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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경찰이 김학의 당시 법무부 차관에 대한 내사에 들어갔음을 밝혔습니다.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강원도 원주시에서 촬영된 일명 ‘별장 성접대 동영상’을 입수했는데,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을 김학의 전 차관으로 추정했습니다. 윤씨가 자신의 이권을 위해 여러 차레 성접대를 했고, 김학의 전 차관도 접대 대상이 됐다고 본 것입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 첫 법무부 차관이던 김학의 전 차관은 임명 6일 만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해 5월 김학의 전 차관에는 알선수뢰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이후 경찰은 영상 속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임을 입증하기 위한 수사에 집중했습니다. 경찰의 의뢰를 받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성문 판독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는 해당 영상에서 음성만 따서 분석한 결과 “파일 속 남성의 목소리가 김학의 전 차관 목소리와 95% 일치한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연구소가 분석한 음성파일 속 남성은 노래방 기기 반주에 맞춰 20~30초 정도 노래를 불렀는데, 연구소는 남성의 노래하는 목소리와 과거 김학의 전 차관이 언론 인터뷰 당시 말한 목소리를 비교 분석했습니다. 연구소 관계자는 “연구팀이 직접 노래방에 가서 여러 차례 실험을 거친 끝에 나온 결과인 만큼 김 전 차관과 음성파일 속 남성이 동일 인물이 아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치아가 스치는 소리, 턱과 얼굴 골격의 발성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울림 주파수 등도 매우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화질이 선명하고 등장인물의 얼굴도 거의 정면으로 담긴 동영상 원본이 경찰에 제출됐습니다. 경찰은 “육안으로 얼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다”며 영상 원본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학의 전 차관인 것으로 최종 결론지었습니다.

■험난한 수사…김학의 비협조·검찰 영장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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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은 피의자 신분이 됐지만, 수사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2013년 6월초, 김 전 차관은 ‘맹장 수술 때문에 20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제출했습니다. 소환 조사가 어려워진 상황이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이 3차례에 걸쳐 보낸 소환조사 통보에도 응하지 않자, 경찰은 체포영장을 신청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체포영장 신청은 검찰에서 기각됩니다. 당초 경찰이 김 전 차관에게 적용한 혐의는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2007년 4~5월과 2008년 3~4월, 윤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과 제주도에서 최음제를 투약당한 피해여성 여러 명과 강제로 성관계를 한 혐의였습니다. 영장이 기각된 건 ‘법률적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결국 2013년 6월29일에야 경찰은 김학의 전 차관이 입원 중이던 병원을 방문해 조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수사를 시작한지 100여일 만이었습니다. 이 조사에서 김 전 차관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으며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했습니다. 이후에도 김학의 전 차관은 신경증, 역류성식도염 증의 증상으로 몇 차례 재입원을 했습니다.

■결국 ‘무혐의’…재수사에도 또 ‘무혐의’

경찰은 피해 여성들과 원주 별장 출입자들의 진술, 문제가 된 동영상 등 관련 증거를 토대로 김학의 전 차관이 ‘성접대’ 로비를 받았다고 결론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하지만 뇌물죄가 적용될 만한 사안은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다뤄지지 않았으며, 동영상을 통해 접대가 있었단 사실만 확인했을 뿐 그에 대한 대가성이 있었는지는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검찰로 넘어가 수사가 이어졌지만, 검찰의 최종 결론은 ‘무혐의’였습니다. 2013년 11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성접대 의혹 관련자 64명을 140회 조사했지만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은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의혹 제기의 발단이 됐던 동영상에 대해서는 “범죄사실의 입증 유무와 상관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성접대 피해 여성들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진술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봤습니다. 검찰시민위원회에 참여했던 시민위원 11명 전원이 불기소 처분에 찬성한 점도 근거가 됐습니다.

이듬해인 2014년 7월 피해 여성 이모씨는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나”라고 주장하며 재수사를 요구하는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습니다. 당시 1차 수사 때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검사가 재수사팀에 포함돼 피해 여성이 검사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2015년 1월 이 건에 대해서도 김학의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합니다.

■‘제식구 감싸기’와 ‘부실 수사’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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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혐의 처분에 대한 의혹과 반발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와 ‘봐주기’ 논란이 일었습니다.

피해 여성 이씨의 변호인을 맡았던 박찬종 변호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당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박 변호사는 “피해자의 피해 내용에 관한 진술보다는 피해 내용에 반박하는 사실을 수사한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피해자의 진술과 가해자의 진술을 대조해야 하는데, 가해자들인 윤중천, 김학의가 제대로 된 조사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 검찰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검찰은 피해자가 ‘강간 피해를 당한 직후 도망가려고 시도하거나 피해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 ‘그 이후에도 윤중천과 만남을 지속하며 경제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한 사실’ 등을 들어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대해 박찬종 변호사는 “검찰은 단순히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피해자를 몰아세우고, ‘경제적인 원조를 바랬다’에 부합하는 사실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밖에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검찰은 피해자가 서울에서 원주 별장에 갈 때부터 성관계를 예상했고, 처음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기 위해 윤중천을 만났다고 전제하며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성관계를 예상했다고 해서 폭행과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성관계가 용인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성접대가 아니라 ‘성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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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가 필요한 사건으로 의결했습니다. 사건의 수사 또는 공판 과정에서 인권 침해나 부당한 사건 축소 및 은폐 의혹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이에 피해자와 여성단체는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의 관점에서 수사해야 한다고 나섰습니다. ‘성접대 사건’으로 불렸지만 실상 본질은 ‘성폭력’이라는 취지입니다. 장임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성접대의 수단이 된 여성들은 피해자가 아닌 이익을 얻은 자로 취급받으면서 2차 피해에 노출된다. 성접대는 권력형 성폭력과 본질이 같다”고 밝혔습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은 “당시 검찰은 제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왜 따라갔느냐’ ‘네가 원했던 것이 아니냐’ ‘왜 스스로 나오지 못했는가’ 등 가해자의 논리와 다를 바 없이 피해자를 조사하며, 아주 쉽게 성폭력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고 지적했습니다.

피해자의 공동변호인단 이찬진 변호사는 “당시 검사가 ‘피해자가 대가 관계를 맺은 것’이라는 프레임을 사전 설정하고, 조사 과정에서 일관되게 피해자의 성폭력 피해 내용은 조사하지 않은 채 자발적 성관계이거나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가 있다는 기조의 조서를 작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변호사는 “과연 이러한 조서가 어떠한 경위로 작성된 것인지를 보면 상당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피해자의 외침 “숨 쉬고 싶다”

피해 여성은 “피해자인 내가 왜 자꾸 세상에 나를 내보여야 하는가. 한 번씩 세상에 나설 때마다 몸과 마음은 그만큼 무너져 간다.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였던 나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희생자가 되어야하는 건가”라며 “억울한 마음을 견디다 못해 세상으로 나왔지만 지금까지도 너무 괴로워서 하루에 몇 번 씩 죽음을 생각한다. 나도 숨 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윤중천의 협박과 폭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권력이 무서웠다. 나를 또다시 희생양으로 만들어 놓은 김학의와 윤중천이 처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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