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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새 경기 북부 번식 첫 확인, 기후변화 영향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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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윤순영의 자연관찰 일기

최근 중부지방 관찰 잇따라, 가평서 둥지와 이소 새끼 확인

동백꽃 없어도 열매, 곤충, 수액 등 다양한 먹이로 겨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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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에서 동박새 부부를 어렵게 만난 적이 있다(▶관련 기사: ‘살아있는 보석’ 동박새, 광릉숲에 자리 잡았나). 해마다 광릉숲에서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소수의 동박새가 관찰되기 때문에 번식과 월동까지 하는 것 아닌가 궁금해 몇년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터였다. 그러던 중 7월 30일 차홍렬 시인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새 이름을 물어 보는 내용이었다. 사진을 보는 순간 동박새 새끼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가슴이 뛰었다. 동박새의 중부내륙 번식을 확인할 기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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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부 내룩에서 동박새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잇따라 들려왔다. 경기도 양주시 송추계곡, 하남시 검단산, 포천 국립수목원, 가평군일대, 서울 북한산 등에서다. 그러나 이들이 지나가다 머문 것인지 남부에서 잠시 이동한 개체인지 불확실했다. 서식지를 확장했는지는 중부내륙에서 번식을 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제보를 받은 이튿날 새벽 가평으로 향했다. 일반적으로 동박새는 5~6월에 번식이 끝나지만 가평의 동박새는 7월에 번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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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에서 텃새로 지내던 동박새가 북상하여 서식한다거나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가 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여기서 번식하게 됐을 가능성도 있다. 정확한 요인은 알 수 없으나 자연스런 서식지 확장과 기후변화 등 자연생태 변화라고 추측해 본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10년 동박새를 ‘국가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 가운데 하나로 지정했다. 동박새가 기후변화에 민감하고 그 서식지 변화를 통해 기후변화의 진행을 알 수 있는 종이란 뜻이다. 지난 4월 중순께 가평군의 한 계곡에서 동박새가 관찰된 것으로 보아 계곡을 끼고 있는 산림 근처의 인가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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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동박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징이 있어 서식상황을 잘 모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남부지방과 중부내륙의 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중부지방에서 서식하는 동박새의 생태 관찰을 통해 동박새 생태에 대해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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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저녁 계곡의 삽살개를 묶어 놓은 근처에서 갓 둥지를 떠난 새끼 동박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주변에 둥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둥지가 있을 만한 나무를 다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동박새도 보이지 않았다. 동박새는 둥지를 워낙 교묘하게 나뭇가지에 눈에 띄지 않게 매단다. 동박새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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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새가 목격된 인근 계곡엔 피서객이 들끓어 사람들이 갈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피서객들이 물러가고 조용해질 무렵 어미 동박새의 신호를 받고 새끼 동박새가 숲속에서 날아와 땅에 앉더니 삽살개 쪽으로 팔짝팔짝 뛰어간다. 그 순간 손쓸 틈도 없이 삽살개에게 어이없이 당하고 말았다. 안타깝고 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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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동박새가 영문을 모르고 허둥대며 새끼를 찾는 모습이 애처롭다. 대부분의 새들은 이소 후 낮은 나무에 앉지 않고 높은 나뭇가지로 올라가 천척을 비롯한 위험요인을 피한다. 죽음을 당한 새끼 동박새는 처음부터 이소 장소를 잘못 선택해 안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소한 새끼 동박새가 한 마리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고 더 지켜보기로 했다. 어미 동박새의 움직임은 있지만 좀처럼 새끼가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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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동박새는 7㎝ 정도로 웬만한 나뭇잎에 가리면 보이지 않는다. 깃털색도 나뭇잎과 비슷하다. 철저하게 위장하여 숨는 것이 새끼 동박새의 본능이고, 몰래 먹이를 잡아 은밀히 먹이는 것도 어미 동박새가 새끼를 키우는 방법이다.

동박새는 영역을 정하면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새끼를 이소시킨 후에는 둥지와 가까운 높은 나무로 이동하여 새끼를 키운다. 이소 후 3일이 지나면 새끼는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기력이 왕성해져 번식 영역에서 멀리 벗어나는 행동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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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동박새를 추적해 보니 두 마리의 새끼 동박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어미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끼 동박새는 다리가 살색이고 눈 주위에 흰색 테가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조금씩 자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긴 여름 해가 뉘엿뉘엿 지지만 폭염은 가실 줄 모른다. 내일을 기약하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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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일 가평계곡을 다시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우선 주변을 살피고 디렉터 김응성씨가 둥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새끼 동박새 확인도 중요했지만 동박새의 빈 둥지도 찾아야 했다. 어렵사리 둥지를 찾았다. 동박새는 열매, 애벌레, 곤충, 거미 등 다양한 먹이로 새끼를 키운다. 이른봄 동백꽃의 꽃꿀을 먹는 모습이 널리 알려진 동박새가 동백꽃이 자라지 못하는 중부내륙의 추운 겨울을 어떻게 나는지 알 것 같았다. 동박새는 매우 다양한 먹이를 먹는 잡식성이다. 겨울엔 다양한 열매와 수액으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또는 겨울 동안에는 남쪽으로 이동할지도 로른다. 어미 동박새가 먹이를 물고 나뭇가지 위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8~9m의 높은 나무 위다. 나뭇잎이 무성한 곳에 완벽하게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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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동박새 새끼들은 어미의 신호에 따라 둥지가 있던 곳에서 80여m 떨어진 곳으로 옮겨갔다. 둥지와 멀어진다는 것은 새끼 동박새가 머지않아 숲속을 마음대로 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동박새 어미는 재빨리 먹이를 주곤 곁에 앉아 부리로 새끼의 이곳저곳을 매만져 주며 보듬는다. 새끼 동박새는 어미 곁으로 가까이 다가가 재롱을 부린다. 동박새 어미는 새끼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보듬어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새끼에게 먹이를 주곤 재빨리 자리를 뜨는 다른 새들에게서 보기 힘든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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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새 부부도 틈만 나면 수시로 애정행동을 한다. 화목한 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에게도 경계심 없이 친숙하게 다가오는 모습이 귀엽다. 동박새는 11㎝ 정도의 아주 작은 새지만 사람의 맘을 움직이는 매력을 지녔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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