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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시진핑 비판했다고 인터뷰 도중 연행…중국 왜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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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국, 내적인 모습 돌아볼 때

요새 중국에는 안팎으로 이슈가 많다. 우선은 경제다. 최근 몇 년간 대외적 환경 악화로 고속 성장을 견인하던 수출이 주춤하며 경제 성장이 둔화됐고, 근래 미국과 무역 갈등을 겪자 전 세계가 그 추이를 지켜보며 파급을 우려하고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갈수록 악화되며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자 경제는 먹구름이 드리운 모양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정부 당국, 언론까지 나서 단결과 애국을 강조하고 있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다. 내부까지 외부 못지않게 시끄럽기 때문이다.

고속 경제 성장으로 묻혔던 불만과 고질적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는 상황이다. 일례로 얼마 전에 대도시 선전(深圳)에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시민이 대도시 주거 문제와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한 글이 웹상에서 널리 회자되며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왔다. 그는 연 수입 50만 위안(한화 약 8000만 원)의 중산층도 선전에서 버티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과 갈등 이래로 일대일로 추진과 대외경제 협력에 더욱 공들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비판도 빈번하다.

쉬장룬(许章润) 칭화대 교수는 "현재 우리들의 두려움과 기대"라는 기고를, 쑨원광(孙文广) 전 산둥대 교수는 공개서한을 통해 중국 실정(實情)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대외 원조나 투자를 비판했다. 특히 쑨 교수는 이후 해외 언론과 관련한 전화 인터뷰 중에 공안에 체포되는 과정이 그대로 전파되며 다양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발생한 불량 백신 사건에 여론이 들끓다

2018년 7월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제약회사 창춘창성(长春长生)과 우한성우(武汉生物)가 불량 DPT(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및 광견병 백신을 대량으로 판매한 사실이 발각됐다. 그들은 백신 제조와 검사 과정에서 생산 기록을 조작하고 공정과 시설을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창춘창성 경우에는 지난해에도 불량 백신 생산으로 당국의 처분을 받았던 사실이 밝혀지며 정부에 관련한 대책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홍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들 제약회사 백신을 접종한 일부 영유아가 중증 백일해나 급성 척추염과 같은 부작용에 시달린 사례가 중국 전역에서 보고되고 있다.

실제 후베이(湖北省)에 거주하는 덩훙화(邓红华)의 한 살배기 아들은 창춘창성 수두 백신을 접종한 이후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했다. 허난성(河南省) 출신 허팡메이(何方美)의 한 살배기 딸은 우한성우 백일해 백신을 접종한 이후에 급성 척수염 증상을 보이며 하룻밤 만에 운동 능력 대부분을 상실했다.

여론의, 특히 백신 접종이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분노와 비판이 하늘을 찌르자 중국 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창춘창성 임원진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며 엄중한 처벌을 약속했다.

언론에 따르면 당시 중동,아프리카 순방 중이던 시진핑 주석은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지시했고,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도 회의 주재 중에 백신 사태 관련자와 책임자에 무거운 벌금과 처벌을 내리고 제약 업계에서 영구 퇴출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부의 약속에도 불신은 여전하다

하지만 당국의 노력에도 분노와 불신은 여전하다. 미국의 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체제 전복에 관한 문구를 포함한 낙서가 각지의 화장실에 나붙기 시작했다. 과거 분유 파동, 불량 백신, 공기 오염, 저질 식품 등의 실정(失政)을 지적하고 백성의 고단함과 정부의 무능함을 호소하는 내용이다. 정부가 추진한 '화장실 혁명'에 빗대어 '진정한 혁명'을 이루자고 외치는 것이다. 베이징(北京), 청두(成都), 난징(南京), 항저우(杭州) 등 도시에도 유사한 구호가 발견됐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 대사관의 공식 웨이보가 며칠간 중국 정부에 대한 성토로 가득 찼다. 검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결과다.

<밍바오>(明報) 보도에 따르면 "비인간적 가짜 백신 사건에 미국이 나서달라", "아이들이 맞는 백신까지 가짜로 만드는 대단한 우리나라, 못하는 것이 무언가?", "개인 생명권도 없다. 중국은 내게 애국을 기대할지 모르지만 나는 애국할 수가 없다", "미국산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달라"는 등등의 하소연과 분노가 넘쳐났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국무원은 해당하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원하는 경우에 재접종을 무료로 지원하며, 최대 1년간 역학 조사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적지 않은 부모들이 이를 불신하여 접종을 꺼리고 있으며 일부 다른 부모들은 수입산 백신을 찾아 맞히거나 홍콩 등지로 나가 접종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 부모는 인터뷰를 통해서 정부가 강제하지 않는다면 굳이 백신 접종을 하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밝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 10년이 흘렀지만

시민의 고충과 학계의 비판들, 그리고 이번 백신 사태에 대한 중국 당국과 관영 언론의 반응은 구태의연하다. 쉬장룬 교수의 기고문은 중국의 웹상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쑨원광 교수는 공안에 체포된 이후로 행적이 불분명하다.

대도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했던 시민의 글에는 다른 국가 역시도 흔히 겪는 문제고 다양한 이해관계로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정부가 노력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를 믿어달라는 사설이 따라붙었다.

수십만의 피해자가 발생한 이번 백신 사태도 마찬가지다. 충칭(重庆) 당국은 제약사에 책임을 미루었고, 항의를 주도했던 여성은 파출소에 연행되며 협박과 회유에 시달렸다. 소셜 미디어 관련 언급은 검열되어 차단됐고, 보수적 관영매체 사설은 혼란을 획책하는 세력이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폄훼하며 스캔들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2016년 산동 백신 사건 당시 '면역과 백신에 무지한 이들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다' 했던 때와 달라진 바가 없다.

2008년 중국의 부상을 세계에 알렸던 올림픽이 열린지, 그리고 멜라민 분유로 6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진지 10년이 지났다. 다수가 중국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질적인 성장을 이루었냐는 질문에 여전히 대답은 어렵다.

'언제 미국을 넘어 세계 일등이 되는가' 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해야 중국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만한 나라가 되는 것인가'이다. 이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중국이 자국의 현실과 과제에 대한 재고를 통해 거듭나길 기대한다.

기자 : 임진희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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