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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을 VIP석으로…기아차 ‘더 K9’, 마침내 ‘독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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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잘 나가는 기아자동차에도 아픈 손가락은 있었다. SUV에서는 스테디셀러 ‘카니발’ ‘쏘렌토’가 든든한 반석이고, 세단영역에서는 ‘K5’ ‘K7’가 실적 쌍끌이였다. 여기에 지난 2월 풀체인지 된 K3까지 가세하면서 모든 라인업이 알짜배기로 들어찼다. 딱 하나, ‘K9’만 자리를 잡으면 더 이상 걱정이 없을 기아자동차였다.

그랬던 기아자동차가 요즘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있다. 지난 4월 6년만에 풀체인지 된 2세대 ‘더(The) K9’이 마침내 ‘영토’를 확보한 기미를 보이고 있다. 출시 첫 달 1,203대를 판매한 ‘더 K9’은 5월 1,684대, 6월 1,661대가 팔리며 순항했다.

업계에서는 출시 3개월간의 실적은 ‘신차 효과’ 영향권에 있다고 본다. 롱런의 기틀은 출시 4번째 달에서 가늠되는데, 운명의 시기가 지난 7월이다. 최근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임직원들은 7월 실적 집계를 숨죽이며 지켜봤다. 마침내 받아 든 성적표 1,455대. 국내영업본부는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기아차가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하는 ‘K9’ 1세대의 판매 추이를 보자. 2012년 5월 1,500대로 나쁘지 않게 시작한 K9 1세대는 6월 1,703대로 정점을 찍고 7월 1,400대, 8월 801대로 하강곡선을 그렸다. 신차 효과가 빠진 4개월차 성적이 짙은 그늘을 만들기 시작했다.

6년전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쉰 기아차는 마케팅 기어를 2단으로 바꾸고, 성공적인 출발에서 얻은 가속력을 모아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정부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소비자 반응조사에서 초기 구매자들의 만족도도 높게 나왔다고 한다. ‘더 K9’ 월 판매 목표를 1,700대로 올려 잡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그렇다면 ‘더 K9’은 어떤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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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했던 절치부심

1세대 K9의 부진은 2세대 ‘더 K9’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절치부심하게 했다. 디자인에서부터 성능, 마케팅까지 모든 밑그림을 다시 그렸다. 출시에 즈음해 기아차 국내영업본부 모 임원은 공공연히 “목숨을 걸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비장하기까지 했던 분위기가 시장까지 전달 된 모양이다.

1세대 K9이 부진한 모습을 보고 자동차 담당 기자들은 “차는 좋은데…”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했다. 뭐가 빠졌을까? 1세대에서 채워지지 못한 ‘그 무엇’을 ‘더 K9’이 찾았다. ‘파노라믹 뷰’였다. 기아차는 대형 세단을 사람이 거주하는 하나의 건축물로 보고, 거주민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을 ‘뷰’에 맞췄다. 건축가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를 출시 행사장에 초대해 ‘차와 건축물은 풍경을 담아 내는 프레임’이라는 논리를 펴게 했다. 고급 세단 ‘더 K9’에 안락한 이동 수단 이상의 철학이 입혀졌다.

물론 철학만으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 철학을 뒷받침하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더 K9’은 일등석을 뒷좌석 우측에서 운전석으로 옮기는 모험을 감행했다. 모험의 밑천은 반자율주행(Semi-autonomous Drive)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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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드리븐’에 맞춘 반자율주행

고급 자동차로 권위를 포장하려던 예전의 사장님들은 운전석 대각선 뒷좌석을 신성시하다시피 했다. 운전석 옆자리는 ‘VIP석’을 위해 언제든 희생 될 준비를 했다. 최대한 앞쪽으로 밀착되어야 하고, 심지어는 버튼 하나로 고꾸라지기도 했다. 앞자리의 희생으로 확보 된 종래의 VIP석은 안락했겠지만 운전의 즐거움은 누릴 수 없었다. 운전석에서만 맛볼 수 있는 ‘파노라믹 뷰’도 가질 수 없었다.

‘더 K9’은 운전의 즐거움과 파노라믹 뷰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오너 드리븐’에 좀더 많은 비중을 할애 했다. 동시에 운전이라는 ‘노동’의 부담을 최소화 하는 기술을 썼다. 차가 주행 방향 차로의 가운데를 찾아 달리게 하는 ‘차로 유지 보조장치(Lane Following Assist, LFA)’가 있어 잠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어도 비틀거리거나 옆길로 새지 않는다.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은 고속도로에서 똑똑한 비서가 돼 준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은 레이더가 앞차를 인식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게 하는 기술이다. 여기에 내비게이션 정보가 추가 됐다. 고속도로에서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 돼 있는 지점이 오면 운전자에게 알려 준다. 창문을 열고 달리다가 터널에 진입하게 되면 차가 알아서 창문을 올려 준다. 내비게이션이 인지하고 있는 도로 정보가 주행 정보로 활용이 된다.

운전의 상당부분을 반자율주행차가 떠맡았을 때 운전자가 향유 할 수 있는 호사는 많다. 부담을 던 운전은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훌륭한 건축물’ 더 K9이 강조한, 차창 너머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외부의 소음과 차단 된 공간은 움직이는 콘서트홀이 된다. 기아차는 ‘더 K9’에 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렉시콘의 카오디오 시스템을 장착했다. 곳곳에 숨은 17개의 스피커는 때로는 낭랑하게, 때로는 폭풍우 치듯 우렁차게 탑승자의 심금을 울린다.

이러한 ‘더 K9’만의 철학은 독자 영역 확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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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영토를 가능하게 한 포지셔닝

아무리 잘 만든 차라도 그 차만의 정체성이 없으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1세대 K9이 고전했던 큰 이유도 뚜렷한 정체성을 세우지 못한 데서 비롯 됐다.

‘더 K9’이 기획한 오너 드리븐 플래그십은 시장에서 수치로 반영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플래그십 대형 세단의 주소비층은 50대 이상이다. 물론 ‘더 K9’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그런데 종전과 다른 점도 뚜렷하다. 30~40대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기아차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출고자 중에 30대가 10%, 40대가 34%에 이른다고 한다. 1세대 K9과 비교했을 때 30~40대 소비자는 10% 포인트나 증가했다. 40대 구매 비율의 대폭 증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40대 소비자는 수입차 구매욕이 가장 왕성한 세대다. ‘더 K9’이 30~40대에서 반응이 좋다는 것은 프리미엄 수입차와 경쟁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바탕이 된다.

색상에서도 ‘오너 드리븐’의 특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 고급세단은 검정색이 주종이기 마련이지만 ‘더 K9’의 출고 차량 중에는 시커멓지 않은 컬러가 41%나 된다. 스노우 화이트펄, 마르살라 같은 밝은 톤도 상당히 많다. 검정색 ‘더 K9’, 즉 오로라 블랙펄을 선택하는 비중이 59%에 이르지만 일반적으로 플래그십 세단의 블랙컬러가 80~90%라는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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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스노우 화이트펄이 12%인데, 이 색상 구매자의 24%가 여성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대형 세단을 부담스러워 했던 여성들이 밝은 색상의 ‘더 K9’을 찾는다는 것은 ‘더 K9’의 정체성 변화의 상징적 현상으로 해석 될 수 있다.

경쟁 차종의 브랜드 변화도 ‘더 K9’의 정체성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형제 사이인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제네시스’를 스핀오프 하면서 ‘더 K9’과 겹치는 포지션이 현대차에서는 없어져 버렸다. 제네시스 브랜드 중에서는 G80이 경쟁 모델이 되겠지만 ‘플래그십’ 측면에서는 EQ900을 지향하는 흐름이 존재한다. G80에 마음이 가기는 하지만 EQ900의 그늘 아래라는 미련을 지울 수 없다. 그런 이들에게 ‘더 K9’은 훌륭한 선택지가 된다.

절치부심에서 시작해 자동차에 건축물 개념을 도입한 ‘더 K9’, 2세대만에 독자 영토를 확보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