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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혁신·대기업 투자’ 가속…혁신성장 무게중심 옮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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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과거 정책 회귀하나’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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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정·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주기로 하는 등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는 한편, 재벌 대기업에 투자를 독려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앞세운 소득주도성장 중심의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 취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 혁신성장의 행보가 대기업의 규제를 풀어주고 투자를 유인하는 식으로 과거 정부가 답습해온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를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첫 간담회를 한 데 이어, 8일 삼성 쪽은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총리가 삼성의 바이오 분야 등 규제완화 요구를 적극 검토하기로 하고, 뒤이어 삼성이 사실상 화답의 성격으로 투자·고용 확대 계획을 낸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 혁신성장의 무게중심이 기존에 강조해온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에서 대기업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유인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애초 정부는 지난해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함께 이루는 ‘세 바퀴 성장론’을 앞세워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혁신성장과 관련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중소기업 네트워크화 지원’ 정책을 펴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이는 중소기업의 수평적 협력을 강화해 생산성 확대를 꾀하겠다는 정책이지만 1년 넘게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대신 정부는 지난 연말 엘지(LG)를 시작으로 현대차, 에스케이(SK), 신세계 등 재벌 대기업 현장방문을 통해 투자·고용 확대 약속을 끌어내는 데 속도를 내왔다. 청와대도 지난 2월 첫번째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연 것을 시작으로, 규제혁신을 혁신성장의 중요한 발판으로 삼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을 보면, 혁신성장과 관련해 중소기업이라는 단어는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기업의 투자수요 발굴을 위한 규제개혁을 강조했는데, 이는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투자 물꼬를 트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지표 악화·경기 둔화에
기업투자 독려하는 행보 이어가
“경제 패러다임 전환 퇴색” 지적
하반기 정책, 투자·규제개혁 강조
‘중소기업’이란 단어도 안나와
“예전 방식 대기업 돈풀기는 한계
소득주도성장 동력 약해질수도
재정투입 늘려 가계소득 높여야”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정부가 경제 분야 성적표가 유독 좋지 않은 가운데 경기둔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여건 변화가 있다. 가시적 성과가 안 나오다 보니,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중심에 두고 재정을 풀어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하는 데 공을 들이는 대신, 기업 투자를 강조하며 대기업 곳간을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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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방증하듯, 앞서 지난달 발표된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서도, 대기업에 대한 가속상각 부활, 신성장기술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감면 등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세액감면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만 해도 초거대기업 법인세 인상 등 대기업 세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 담겼던 데 견주면 큰 변화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우리 경제의 총수요 구성요소 가운데 ‘정부 지출’ 확대와 이를 통한 ‘가계 소비’ 증대 등을 꾀했던 것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핵심이었는데, 최근에는 대기업 투자를 유도해 ‘민간투자’를 늘리는 과거 방식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차별화된 정책으로 강조해왔으나, 이를 두고 쏟아진 세간의 비판에 아랑곳없이 꾸준히 추진해 나갈 뚝심이 부족한 것 같고, 이를 구현할 만한 정책 역량도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최저임금 인상 외에는 인상 깊은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비판에 시달려왔다. 최근 소득주도성장에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한 근로장려금(EITC) 확대 등이 제시됐지만 내년 9월에야 첫 지급 시점이 돌아오는 등 당장 소득분배 지표나 고용·투자 지표 악화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는 “기업 투자가 늘어나면 좋은 일이지만, 정부가 총수요를 늘리기 위해 해야 하는 가장 정상적인 일은 복지를 중심으로 재정투입을 늘려 가계소득을 높이는 것”이라며 “대법원 재판 중인 기업 총수를 만나는 위험은 감수하면서, 최근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복지 지출을 늘리는 데 적극적이지 못한 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대기업 애로사항을 풀어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기업에 가서 애로사항을 듣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사회적 비용이 수반되는 규제를 일거에 검토하는 방식은 규제 완화에 있어 공론화와 이해당사자 사이의 논의를 강조했던 현 정부 방식과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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