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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밀착카메라] 아이 셋이면 호텔 예약 불가? 한방 못 쓰는 다자녀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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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워낙에 날이 덥다보니까 휴가를 호텔 안에서 즐기는 분들 계십니다. '호캉스'라고 하죠. 그런데 이 호캉스가 다른 세상 이야기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자녀 가족들입니다.

저출산이 국가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정작 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다자녀 가정을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보도국 제보 게시판에 '다자녀'를 입력하자 수십 건이 검색됩니다.

자녀를 3명 넘게 키우면서 혜택은 커녕, 불편한 점이 더 많다는 내용입니다.

특히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호텔 예약조차 안 된다는 다자녀 가족들의 제보입니다.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는 한 제보자 집 앞입니다.

다자녀 가정의 공통적인 불만사항은 휴가철마다 숙소 잡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40대 가장인 김모 씨의 아이들은 8살, 6살, 2살입니다.

혼자서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막내를 데리고 국내 호텔을 예약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김모 씨/아이 셋 아빠 : 8세, 6세, 2세죠. '적용'을 누르면 가능한 호텔이 아예 없다고 나와요.]

취재진이 직접 인터넷으로 국내 호텔 예약을 시도해봤습니다.

서울 시내 특1급, 특2급 호텔을 예약하면서 투숙객을 어른 2명, 아이 3명으로 고르자 입실이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옵니다.

유명 호텔들을 직접 방문해 문의해봤습니다.

[네 명까지는 가능한데, 고객님 다섯 분을 하시려면 객실 두 개 예약하시는 게…]

아이들이 유아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추가 비용을 내고 침대를 더 해도 5명은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 객실은 없는데. 저희가 이제 최대 인원이 4명이라. (침대 추가하면 안 되나요?) 가능한데 그게 총인원이 네분이라서…]

아예 '관광법'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곳도 있습니다.

[관광법 보면 5인실이 다 콘도로 빠져요. 그래서 아예 짓지를 못 해요. (5인 이상은?) 콘도로 되어 있어요. 그건 관광진흥법에 나와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확인해봤습니다.

숙박 인원을 법적으로 제한하거나, 수용 가능 인원에 따라 호텔과 콘도를 구별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관광진흥법에 그런 내용 없습니다.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정한 거죠.]

전 세계 호텔을 둔 일부 글로벌 숙박업체들은 더 황당합니다.

국내에서 다섯 식구가 숙박 가능한 방을 검색하면 하룻밤 수백 만 원짜리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이 나옵니다.

반면 같은 체인에서 운영하는 미국 하와이를 고르면 그보다 훨씬 싸고 5명이 한방에서 잘 수 있는 방들이 나옵니다.

[S호텔 미국 예약 담당자 : 5명이라고 했죠? 세금 포함 1박 479달러입니다.]

[김모 씨/아이 셋 아빠 : 당당하게 이용하고 싶지, 아이들을 숨겨가면서까지 그 호텔을 이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거든요. 왜냐하면 저희 아이들도 소중한 자녀고 사람인데.]

다자녀 가족들이 겪는 또 다른 난관은 대중교통 이용입니다.

안전을 이유로 택시 승차를 거부당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모 씨/아이 넷 엄마 : 날씨도 이렇게 덥고 또 아이들이 많으면 통솔을 하기도 어렵고, 사실 택시 이외의 다른 대중교통을 탄다는 거는 상상할 수 없거든요.]

고속철도를 이용할 때도 다자녀 할인을 받으려면 매번 매표소에서 가족관계증명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또 같은 공항이어도 김포공항은 다자녀 카드를 제시하면 주차료를 할인해주지만, 인천공항에서는 할인을 받을 수 없습니다.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세 감면도 체감할 수준은 아닙니다.

[(이번 달 요금) 30만원 나올 건데 1만2천원 할인되는 거니까. 분유 한 통도 안 되죠. 그 가격이면.]

전문가들은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으려면 다자녀 가구에 대한 정확한 통계부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최효미/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 다자녀 가구 통계 자체가 없으니까,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양육비 부담도,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거예요.]

저출산이 국가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정작 다자녀 가정이 일상에서 겪는 장애물도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말로만 출산장려를 외칠 게 아니라, 체감할 수 있는 개선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인턴기자 : 송하린)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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