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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中 당국, 불교협회장 '여승 2명 성폭행' 혐의 조사…‘미투’ 재점화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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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웨이보에 유포된 고발 문건의 일부 /웨이보


중국 정부가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승려 쉐청(學誠·사진)을 상대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당국 검열로 주춤했던 중국판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학계, 문화계에 이어 종교계로 번지며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종교사무국은 베이징 사찰 룽취안(龍泉)사의 주지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민족종교위원회 부주임, 중국불교협회장 등을 맡은 승려 쉐청(學誠)을 성폭행 및 성희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단은 쉐청의 밑에서 일하던 셴자(賢佳)와 셴치(賢啓) 등 여승 두 명이 지난 1일 웨이보(微博)와 웨이신(微信)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쉐청을 고발하는 문건을 올리면서부터다. 이들은 칭화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출가해 룽취안사에서 10년 이상 수행했다. 95쪽짜리 고발 문건에는 쉐청이 수년간 여러 명의 비구니 등에게 성희롱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고, 전화나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례가 상세히 적혀 있다.

예를 들어, 쉐청이 “신체 접촉과 성적인 활동을 통해 마음이 정화될 수 있다”고 하면서 성폭행을 했다는 게 이 문건의 주장이다.

조선일보

이 문건은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등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에 룽취안사는 성명을 내고 95쪽짜리 문건이 셴자와 셴치에 의해 작성된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러나 룽취안사는 성명에서 문건은 사실과 다르다며 “조작된 증거와 악의적 모함으로 대중을 오도하는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중국에선 최근 미투 운동이 재점화하고 있다. 지난 달말엔 공익활동가 레이촹(雷闖)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고발이 소셜미디어를 달구는 한편, 지난 5월엔 중국중앙(CC)TV 인턴 시절 유명 사회자인 주쥔(朱軍)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중국에선 올해 초 베이징 항공대 출신 뤄첸첸(羅茜茜) 박사가 대학시절 지도교수로부터 당한 성폭행 사실을 올해 초 웨이보를 통해 폭로하면서 미투 운동이 확산 조짐을 보였으나, 중국 정부의 검열 등으로 확산하지는 못했다.

[남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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