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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Startup’s Story #427] 중국에 샤오홍슈, 일본에 바이마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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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직구’는 여행자가 전해주는 P2P 해외배송플랫폼이다. 여행가는 김에 지인의 물건을 사다 주며 용돈을 벌었던 황유미 대표 본인의 경험을 살려 만들었다.

황 대표는 희망하던 대기업 입사가 확정됐지만 가족을 설득하며 창업자 대열에 합류했다.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1년간 관세청 등 국가기관의 문을 두드려, 600달러 이내면 물건을 사다 주는 것이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은 뒤 서비스를 론칭했다.

“중국엔 샤오홍슈, 일본엔 바이마가 있듯 한국의 대표 ‘크로스보더 쇼핑 커뮤니티가 되겠다”는 황유미 와이오엘오 대표를 만났다.

플래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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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유미 와이오엘오 대표/사진=플래텀 DB

조기 졸업 및 대기업 입사를 확정한 상황에서 창업했다.

학창시절을 열정적으로 보냈다. 그 결과 3학년 2학기 때 다니고 싶던 기업으로부터 합격통지를 받았고 조기 졸업했다. 입사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이 나서 여행도 다니고 블로그도 열심히 했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서비스를 가지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여행과 블로그를 하던 나를 돌이켜 봤다. 블로거로 활동하며 ‘사다드림’을 열심히 했는데 그걸로 여행 경비를 충당했었다. 내가 잘 하는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들로부터 수요도 많았다. 이를 플랫폼화하는 게 어떨까 싶었다. 주변에서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줬다. 때마침 나와 생각이 맞는 이들을 만났다. 뭐가 되든 3년은 같이 해보자는 결심을 하고 2016년 초반에 창업했다.

자본금은 어떻게 마련했나.

여러 창업 경진대회를 나갔었다. 몇 군데에서 수상하며 받은 상금으로 법인으로 전환했다. 심사위원으로 나온 투자자에겐 엔젤투자도 받았다. 자본금을 구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우리의 아이디어 및 프로토타입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필요했었다.

한번쯤 생각할 수 있지만 플랫폼화를 하기는 어려운 아이템이다. 사업화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전공(연세대 문화디자인경영)과 좋은 팀빌딩 덕분인 듯 하다. 학교에서 서비스를 기획, 디자인, 프로그래밍을 거쳐 프로토타입까지 만드는 과정을 많이 경험했다. 덕분인지 결심하고 실행하기까지 기간이 빨랐다. 또 좋은 사람을 초기에 만나 팀을 꾸릴 수 있었다.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진 팀원이 대기업 입사를 포기하고 합류해줬다.

순탄하게 온 건 아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업 존폐의 순간은 많았다. 다들 우리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사다드림 서비스는 불법이라고 했다. 기관에서 초반엔 만나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받기까지 1년이나 걸렸다. 해외엔 우리와 유사한 서비스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못 한다는 게 아쉬웠다. 좋은 비즈니스로 성장시킬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어서 꾸준히 문을 두드렸다.

초기 멤버는 어디서 만났나.

CMO와는 대학 시절 친구다. 콘텐츠를 잘 만드는 인재로, 한 방송국의 16개 콘텐츠 채널 관리를 혼자 도맡아 하기도 했다. 사업 이야기를 하니 흔쾌히 합류했다. CTO도 우리와 관심사가 같았던 사람으로 만난 첫 날 바로 결심해줬다.

현재 직원이 늘었다. 팀 내 갈등은 없었나.

과제가 생기면 기획은 대표가 하고 해결책은 각 팀장이 맡는다. 의견이 다른 경우는 있지만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좋은 사람들이 합류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기업 설립부터 지금까지 퇴사자는 한 명도 없었다. 늘 고맙다.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여러 기업문화가 존재한다.

대외적으로 크게 내세울만한 건 아니다. 힘들 때는 다같이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거나 한 달에 한번 각자 하고 싶은 것들을 한다. 종종 물건 바자회도 한다. 문화라기 보다 단합력이 좋아 파생되는 것들이다.

근무 시간은 다른 곳과 조금 다르게 운영 된다. 오전 10시 출근, 5시 30분 퇴근제를 시행 중이다. 점심 시간은 12시부터 1시 30분까지인데, 이때 출근하는 사람은 7시 30분에 퇴근하면 된다. 그전에 팀마다 각자 할 일을 공유하고 성과를 내면 된다. 시행한 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생산성이 저하된 부분은 없다.

서비스 이야기를 해보자.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법규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 가능하도록 했다. 우리가 문의하기 전까진 많은 사다드림 여행자가 물품을 어떻게 관세청에 신고하고 주문자에게 전달하는 지 방법을 몰랐다. 이 신고 절차가 자동화 돼있지 않았던 점도 다가가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우리는 ‘대리반입 체크란’을 이용한다. 세관 신고할 때 구매대행 수행자임을 밝히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면 내부에서 정한 면세기준 한도에선 간편하게 들여올 수 있다. 만약 한도를 초과하면 관세 납부를 하고 물품을 수거할 수 있다.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

우리 서비스는 ‘믿음’이 없으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영수증 증명, 안전거래, 신분에 따른 등급제 등 제도가 있다. CS도 중요한데, 매뉴얼을 둬서 차질 없이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매뉴얼은 대기업 인턴 시절 만든 걸 바탕으로 제작했다.

해외여행 면세한도가 600달러다. 사업에 영향은 없나.

면세한도가 넘으면 구매자가 관세를 부담한다. 처음부터 구매자 이름으로 신고하면 된다. 법적 해석을 두고 많은 말이 오갔다.

관세청을 설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관세청과 얘기할 수는 없었다. 관세법을 잘 아는 변호사, 일반관세사를 만나 자문을 구했다.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정리한 자료를 관세청에 보내고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관세청 내 한 부서와 연락이 닿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다. 여행자의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협조 약속을 바탕으로, 한두 달에 한 번씩 관세청 담당자를 만나 협의하고 있다.

‘죽 쑤어 개 준다’는 속담이 있다. 와이오엘오가 열어놓은 길을 보고 여러 업체가 경쟁에 참여하면 위험하지 않겠나.

그 길이 우리에게만 열린 건 아닐거다. 단기간에 해결 가능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유입량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고 있다. 특허도 보유 중이지만, 공격성 없는 보호막 성격이다. 그런 방법보단 소비자가 브랜드에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자본 규모보다 기본적인 것이 탄탄해야 무너지지 않는다.

에어비앤비에 슈퍼호스트가 있듯, 우리에겐 팬층을 만들 수 있는 ‘프로여행러’가 있다. 프로여행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많다. 더욱 세분화하고 다듬어 갈 거다.

여행자가 커머스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올린다고.

콘텐츠를 만드는 여행자들을 ‘사다드림 MD’라고 한다. 이들의 제품발굴력과 소개하는 콘텐츠 품질이 좋을수록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진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재능 있고 능력 있는 MD와 제휴를 맺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내부에서도 필요한 콘텐츠를 가공해 공개하고 있다.

일반적인 구매대행과 비교해 어떤 차이점이 있나.

일반적인 구매대행은 사다드림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배대지 및 배송비도 포함되기에 상대적으로 지출도 많이 된다. 사다드림은 여행자가 물건을 사서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단거리 여행, 여행자가 대부분이니 배송 기간도 짧고 해외 배송비나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에 익숙한 25세에서 35세 고객이 주 고객층이다.

처음엔 단순히 물건을 대신 사다주는 모델이었다.

처음 모델은 제품과 구매자만 있었는데, 잘 안 됐다. 그래서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넣었는데 거래량이 3~400% 정도 늘더라. 여행자와 구매자 간 매칭도 한다. 여행자 특성을 분석해 제대로 연결해주려고 하고 있다.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오지는 않는다. 홍보는 어떻게 했나.

지금까지 홍보에 들인 비용은 월 20만원이 안 넘는다. 타깃고객에게 유효한 마케팅인지만 가볍게 확인하는 것 정도였다. 커뮤니티와의 합이 잘 맞는지 보기 위해 MOU를 맺었고, 콘텐츠를 만드는 MD도 스스로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했기에 우리 지출이 많지는 않았다.

여러 커뮤니티와 제휴 중이다. 서로에게 어떤 이점이 있나.

제휴엔 여러 형태가 있다. 중고거래 카페에는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1천만명 정도 회원을 보유한 곳과 제휴를 맺었다. 이외에 해외 코스메틱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에는 신상품, 한정판 정보를 받고 우리는 살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하는 형태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원하는 제품 중엔 직접 구매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들이 있다. 업체가 해외 IP와 결제시스템을 못 하도록 막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제휴는 빛을 발한다.

향후 어떤 서비스로 나아가길 바라나.

중국에 샤오홍슈, 일본에 바이마가 있다면 한국에는 여행의직구가 있다고 회자되길 바란다. 현재 비전은 ‘세계의 좋은 제품을 언제든 어디서든’이다. 우리는 좋은 제품을 콘텐츠로 풀어내고 있다.

중국의 이커머스 서비스인 샤오홍슈는 소셜네트워크에 이커머스가 결합한 형태로 이뤄져 있다. 거기서 활동하는 유저들은 해외제품을 콘텐츠로 소개한다. 구매자들은 호스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구매한다. 우리도 MD가 좋은 콘텐츠를 올려 구매를 전환하는 방향으고 가고 있다. 유저가 20만명을 넘기면 크로스보더 쇼핑커뮤니티가 될 거라 본다.

글: 서 혜인(s123@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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