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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금감원, 제2 삼성증권 배당사고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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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개 증권사 통제시스템 점검 / 주식 실물 입고 등 사고위험 여전 / “전산시스템 개선… 내부통제 강화” / 블록딜 경우 증권사 책임자 승인 / 대량·고액주 매매땐 경고 메시지

주식투자자 A씨가 ○○전자 주식 실물을 들고 증권사 객장을 찾아 “팔아 달라”고 주문한다. 이에 증권사는 실물 주식을 계좌에 입고하고, 해당 주식은 예탁결제원으로 보내져 진위 확인 과정을 거치게 된다. 통상 하루가 걸리는 절차다. 그러나 A씨는 “급하다”며 즉시 매도를 요청하고 증권사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주식을 매도한다. 진위 확인 전 매도를 금지하는 내부통제 장치는 없다. 해당 주식이 도난됐거나 위조된 주식이라면?

실제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금융감독원이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계기로 지난 5월 32개 증권사와 코스콤(증권·금융 전산인프라 전문사)을 대상으로 ‘주식매매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이와 같은 허점들이 일부 증권사에서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이에 금감원은 고객의 실물 주식 입고 의뢰 시 예탁결제원과 증권회사 본사의 확인 전까지 자동적으로 매도가 제한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실물 입고 시 증권사 영업점에서 실물 주식 금액대별로 책임자 승인절차도 거치도록 했다. 현재 일부 증권사는 책임자 승인 없이 담당자 입력만으로 주식 실물 입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여전히 전산시스템상 총 발행주식 수를 초과하는 수량의 입고도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발생 주식이 8930만주인 삼성증권의 경우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에 ‘유령주식’ 28억주가 입고돼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금감원은 증권사 전산시스템에 발행 주식수를 초과하는 주식입고를 막는 장치도 마련토록 했다.

주식 매매주문과 관련된 시스템 개선작업도 진행한다. 블록딜(기관 등 큰손들의 대량매매) 시스템의 경우 현재 증권사 담당자가 입력하면 매매가 체결되는데 앞으로는 50억원 초과주문 시 증권사 책임자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

고객이 직접주문 전용선인 DMA(직접주문접속)를 통해 대량·고액의 주식매매를 주문할 때에는 경고메시지가 뜨거나 주문이 보류되도록 하는 장치가 있는데, 이번 점검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개선작업도 추진한다.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은 주문금액이 30억~60억원 또는 상장주식수 1~3%의 경우 증권사가 경고메시지를 내고 주문액이 60억원 초과 또는 상장주식수 3% 초과 시에는 주문이 보류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또 이번 점검을 통해 증권사 직원이 다른 부서의 전산시스템 화면에 접근할 때에는 준법감시부서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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