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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Startup’s Story #425] 필리핀 1등 잠금화면 앱 만든 한국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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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필리핀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인 창업 기업이 있다. 바로 모바일 잠금화면 앱 ‘페라스와이프’를 운영하는 모비노(MOBINO)가 그 주인공이다.

모비노는 페라스와이프를 필리핀 시장에 출시한 지 1년 만에 현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15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라이프스타일앱 카테고리 내에서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 멀진 않지만, 그리 가깝지도 않은 땅 필리핀에서 한국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모비노의 류지호 기획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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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타트업이 필리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은 처음이었다. ‘페라스와이프’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이름을 이야기 하면 다 아는 수준인가?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유명한 잠금화면 앱이라고 해서 전국민이 다 아는 건 아니지 않나. 물론 모르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필리핀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출시 1년 만에 라이프스타일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필리핀 모바일 IT 기업 최초로 페이스북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에프비스타트(FbStart) 참여 기업으로 선정되어 인지도가 많이 상승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이나 미국처럼 규모가 큰 해외 시장은 아니다. 모비노가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처음 필리핀에서 하고자 했던 것은 모바일 앱 개발 교육 기관을 현지에 세우는 것이었다. 필리핀 국민의 평균적인 학업 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콜센터와 같은 저숙련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인재 낭비가 심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재 교육과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목적으로 교육 사업을 하려고 알아봤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필리핀이 동남아에서 두 번째로 큰 광고 시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옥외 광고 시장이 주를 이뤘고 페이스북이나 구글 말고는 모바일 광고 플랫폼이 전무했다. 이에 착안해 한국의 캐시슬라이드, 허니스크린 등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필리핀 사정에 맞게 제공하면 현지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필리핀만을 타깃으로 하기엔, 사업 확장성이 작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페라스와이프는 필리핀만을 바라보는 서비스는 아니다. 필리핀 내에서 모바일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으면, 이를 거점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진출할 동력이 생긴다. 또 필리핀은 모바일 친화적인 나라다. 필리핀 인구가 1억6백만 명을 조금 넘는데, 휴대폰 보급수는 1억 2천만 대다. 인구를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 중 5천만 대가 스마트폰이다. 문자 전송량도 다른 아시아 국가 평균치보다 1.5~1.9 정도로 높다. 또 필리핀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매일 잠금화면을 세계 하루 평균 80회보다 두 배 가까이 되는 140회 이상 확인한다. 이처럼 필리핀은 신기술이 빨리 도입되는 국가는 아니지만, 모바일로 생활 전반을 해결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다. 그래서 모바일의 첫 화면을 잡을 수 있다면, 광고뿐 아니라 커머스 등 확장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해외에 진출하는 많은 기업이 현지 네트워크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들었다.

중국의 ‘꽌시’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지만, 필리핀에서도 인맥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업이든지, 현지 사람들끼리 뭉쳐서 하는 문화가 강력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광고 시장 자체도, 광고주와 플랫폼 간 직접 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중간 에이전시를 거쳐야만 일이 성사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광고를 받을 수가 없는 특이한 시장이다. 반드시 창업자가 현지에서 생활하면서 네트워킹 모임이나 세미나를 통해 인맥을 쌓아가야만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

가장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면?

처음에는 에이전시를 통해 광고주를 만나야 한다는 걸 전혀 몰랐다. 또 초기에는 사용자들에게는 보상을 지급하면서도, 광고주들에게는 무료로 광고를 제공해야 해서 부담이 컸다. 약 5개월 전부터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서 워너브라더스,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대형 기업들이 광고주로 들어와 이제서야 숨통이 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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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 = 모비노



알리바바 계열의 커머스 기업 라자다(LAZADA)와 제휴를 맺었다고 들었다. 이는 모비노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라자다는 비유하자면 동남아의 아마존이라고 볼 수 있다. 필리핀 전자상거래의 85%를 점유하고 있고, 알리바바가 이미 인수했다. 알리바바가 동남아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거점으로 삼고 있는 비즈니스다. 라자다와의 전략적 제휴는, 우리에게 있어 수익 모델 확장의 의미가 있다. 광고 모델을 넘어, 커머스 분야로까지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다. 페라스와이프 잠금화면에 뜬 링크를 통해 라자다 물건을 구매하면 사용자는 5%~15%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사용자가 할인을 받기 위해 우리를 거쳐 라자다에 접속하는 선순환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광고, 커머스 이외에 서비스를 더 확장해나가고자 하는 분야가 있나.

핀테크다. 페라포인트라는 플랫폼 내 화폐를 필리핀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의 세븐일레븐과 제휴를 맺었고, 전국 2천 개 지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페라포인트를 통해 물건은 물론 영화, 게임 등을 구매할 수 있고, 공과금 납부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를 자리를 잡으면 송금 분야로도 발을 넓힐 계획이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서비스에 도입할 예정도 있다. 필리핀은 은행 대신 전당포를 통해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인구가 아주 많기 때문에 우리 서비스를 통해 개선해 나갈 영역이 확실히 있다고 본다.

전당포라면,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 가는 형태로 운영되는 업소인가.

한국어로 번역하기에 적합한 단어가 전당포밖에 없어서 그렇게 표현하긴 했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송금 업무가 이 업체들을 통해 이뤄진다. 즉 금융 인프라 밖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인 사회라는 이야기다. 나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이렇게 높은 나라인데 은행 계좌 없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수입이 워낙 적어, 계좌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적 여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아주 많다. 이처럼 금융 인프라가 부실한 점이 오히려 우리에게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필리핀 현지에서 투자를 유치한 경험도 있나.

그렇다. 초기 자본금을 제외하고 필리핀 현지 투자자를 통해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9천만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필리핀에서 은행을 창업해 매각한 경험이 있는 개인 투자자와 연을 맺었다. 사실 자금보다는 전략적 목적이 컸다. 핀테크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금융 분야에 대한 노하우와 인프라, 네트워크를 가진 분을 찾고 있었다. 마침 해당 투자자가 매각 경험도 있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아시아 부행장을 역임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로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현재도 현지 운영에 대한 조언을 많이 주고 계신다.

그 정도의 거물 투자자를 해외 현지에서 만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사실 콜드 컨택트로 만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필리핀 스타트업, 네트워킹 모임에 참여했고 이를 통해 투자자를 만나게 됐다. 운도 좋았던 것 같다.

필리핀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 창업가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인도네시아, 인도 시장이 매우 크긴 하지만, 필리핀에도 기회가 많다. 무엇보다 아직 발전하지 않은 분야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과정에서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 현지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는 것이다. 관련 분야에 잔뼈가 굵은 현지인들을 많이 알아놓을수록 향후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필리핀을 거점으로 다른 동남아 시장도 진출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어느 곳을 예정하고 있나.

내년 말 즈음,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광고 시장이다. 필리핀에서 좋은 선례를 만들면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모비노의 단기, 중장기 목표에 대해 말씀해달라.

한국 내 유사 서비스들의 흥망성쇠를 지켜 보며 배우는 것이 많다. 단순 광고 수익 모델로는 오래 갈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커머스, 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초기부터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광고를 넘어, 커머스 분야에서도 의미 있는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필리핀 내에서 누구나 당연히 써야 하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페라스와이프를 성장시켜 나가고 싶다. 커머스, 컨텐츠는 물론 송금에 이르기까지 필리핀 사람들의 모바일 라이프를 아우르는 서비스가 되고 싶다. 치열하게 성장해나가는 모비노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

글: 정새롬(sr.jung@platu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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