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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보수 130, 진보 160'···계엄문건, 의원성향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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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방부가 23일 공개한 기무사의 계엄령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




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작성한 계엄령 관련 문서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한 국회의원 성향을 진보 160여 명, 보수 130여 명으로 분류했다. 이는 계엄이 선포될 경우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에 대비한 것으로 의원 체포 방안도 이 문서에 명시했다. 23일 국방부가 공개한 ‘대비계획 세부자료’(자료)에서다.

기무사는 이어 '현 시국 관련 사태별 대응 개념'에서 사회질서와 치안상황을 고려해 위수령, 경비계엄, 비상계엄을 적절하게 변경해 발령이 가능하다고 봤다. 경비계엄은 서울·경기 지역 일대 폭력시위로 치안이 마비될 때 발령되며, 비상계엄은 폭력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돼 정부 기능이 마비될 때 발령된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청와대가 지난 20일 군이 계엄령 실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일부를 공개했던 문건이다.

자료에 따르면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이 주관해 합참의장과 육군참모총장, 기무사령관 등 최소한의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군 지휘부가 비밀리에 국방부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계엄 시행 여부와 계엄의 종류를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면서 2016년 7월 터키의 군부 쿠데타 때 시민 저항으로 계엄군의 진입이 실패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보안을 강조했다. 기무사는 사회질서와 치안 상황을 고려해 계엄의 종류를 결정해야 한다먼서도 사법·치안 마비에 따른 신속한 사회질서 회복 등 계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국 비상계엄 선포가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무사는 자료에서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도 마련했다. 기무사는 국회의원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보 성향을 160여 명, 보수 성향을 130여 명으로 분류했다. 정부 소식통은 "전수조사까지는 아니지만 기무사가 나름대로 분류 기준에 따라 이렇게 나눴다고 한다"고 말했다. 기무사가 자료를 작성한 지난해 2월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은 121명이었고, 정의당은 6명이었다. 160여 명은 민주당 외 정당 소속의 진보 성향 의원까지 포함한 숫자로 추정된다. 또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이 벌어질 때 의결정족수(당시 150명)보다 많은 수치다.

기무사가 이와 관련해 당·정 협의를 통해 당시 여당(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계엄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설득하거나 계엄해제건 직권상정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도록 계획했다. 자료에 따르면 집회·시위 금지 및 반(反)정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 시 구속수사 등 엄정처리 방침의 경고문을 발표한 뒤 이에 근거해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을 한 의원을 집중 검거해 사법처리하는 방법이다.

군 소식통은 “기무사가 계엄령에 반대할 수 있는 의원을 진보 성향으로 분류한 뒤 나중에 체포 또는 구금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기무사가 진보 성향 의원의 명단을 따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기무사의 의원 성향 분류 명단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계엄에 대한 군내 공식 문건인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는 계엄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며, 계엄 중 의원의 불체포 특권은 보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

기무사는 계엄사령관으로 육군총장을 사실상 추천했다. ▶평시 계엄이고 ▶군사대비 태세 유지 업무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에 꼭 합참의장이 아니어도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따라 당시 장성급인 육군총장, 연합사부사령관, 합참차장 중 육군총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권고했다.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무사는 해체 수준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철재·송승환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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