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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무역'에서 '통화'로 전선 확대되는 미·중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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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에 美 트럼프 직접 나서 '환율 조작' 비난

중국 위안화 약세 사실상 용인…무역전쟁 연장선

[베이징=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김경민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통화 쪽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역과 환율은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는 문제지만, 최근 환율이 지나치게 큰 폭으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이 통화를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중국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 ‘달러 강세에 발끈’…중국에 공격 나서는 미국

달러 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 지수)는 23일(현지시간) 기준 현재 94.33을 기록했다. 지난 2월 기록한 52주 최저치 88.25 대비 6.9%나 오른 것이다. 달러화 가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중국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 이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 거래일 대비 0.12% 오른 달러당 6.7593위안으로 고시했다. 1년 만에 최저치를 찍은 후 8거래일 만에 소폭 반등한 것이다.

가파르게 고꾸라지던 위안화가 소폭 상승한 데는 트럼프의 으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다른 나라들이 그들의 통화를 조작하고 금리를 더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인상 등의 재료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상대국들이 환율을 조작을 해 그 폭이 비정상적이라고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이날 위안화는 하루 만에 0.9%가량 절하(6.7671위안)돼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트럼프는 지난 19일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 가치는 굴러떨어지는 바위처럼 하락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국이 환율에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중국과 무역을 두고 한판승을 벌이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 수입품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는데,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관세 부과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화 가치가 높아지면 미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 방관하는 중국…“가파른 환율 변화는 자국에도 피해”

반면 중국은 소리 없는 공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율 공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중국 당국이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통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해 수출을 늘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사실상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중국 관변학자들도 중국이 고의적으로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상하이 사회과학원의 저우위 국제금융연구중심 주임은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처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를 무기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 절하는 미국의 고율 관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지만 중국 경제에 많은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이 톈진 금융·경제대 경제학 교수도 “중국 정부가 아닌 미국이 위안화 절하를 유발해왔다”며 “무역 갈등은 중국의 국제무역 균형을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자본 유출과 위안화 절하 압력에 놓이게 했다”고 강조했다. 환율을 급격히 변동시킨 것은 오히려 미국 쪽이라는 주장이다.

◇ 미국,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나

미국과 중국이 무역에서 해결의 물꼬를 찾지 못한다면, 두 나라의 갈등은 환율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이 오는 10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씩 환율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3% 초과 ▲ 환율시장의 한 방향 개입 여부 GDP 대비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 3가지에 해당하면 환율조작국에 지정된다. 이중 2개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어 조사를 받는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인도 등 6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스프레덱스의 코너 캠벨 금융 전문가는 “관세 부과로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에게 환율이 새로운 부담이 되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이 무역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게 된다면, 환율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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