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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개고기 반대’ 시비 거시는 분들, 소·닭·돼지는 사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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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개고기 반대’에 시비거시는 분들께①

“보신탕집 하나둘 없어지는데

인터넷 옹호 여론은 높아

대단한 논리 있는 게 아니다

‘다른 가축은 왜 먹냐’ 하는 건

전형적인 ‘물타기’일 뿐

소·닭·돼지 안 먹기 운동 하시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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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이면 복날엔 꽉 찬 예약 손님으로 분주했지만, 이제는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없어요.”

한 기사에 따르면 영등포에서 보신탕집을 하는 김아무개씨는 개고기 반대 여론으로 인해 매출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한탄했다. 그의 한탄이 아니더라도 개고기는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보신탕집은 하나둘 없어지고 있고, 젊은이들 중엔 개고기 먹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개고기가 몸보신에 좋다는 이상한 믿음을 가진 아저씨들만이 사양산업이 된 보신탕집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얘기다.

개고기 옹호론자의 네 가지 주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여론은 개고기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이상하리만큼 높다. 물론 목소리만 높을 뿐, 그들에게 무슨 대단한 논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몇 개만 보자.

첫째, 소·닭·돼지도 생명인데 왜 먹느냐?

개고기 관련 기사마다 지긋지긋하게 나오는 주장이다. 개고기를 반대하는 이들은 개가 반려동물이지 먹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개를 인간의 친구로 키운다. 반면 소·닭·돼지는 대부분 먹기 위해 길러진다. 우리나라 어딘가에는 ‘반려’ 목적으로 소·닭·돼지를 키우는 사람이 없진 않겠지만, 그 수는 극히 적다. 게다가 저 말을 하는 이들은 소·닭·돼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저 개를 정당화하기 위해 소·닭·돼지를 갖다 붙였을 뿐인데, 이런 걸 전문용어로 ‘물타기’라고 한다. 저기요, 소·닭·돼지를 정말 생각한다면 ,‘소·닭·돼지 안 먹기 운동’을 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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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개인의 자유다?

초등학생도 아는 사실이지만, 자유는 필요에 따라 제한되기도 한다. 아주 옛날엔 고속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지금은 안 피우는 게 상식이다. 담배 연기가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까닭이다. 개고기도 고속버스 내 흡연과 비슷하다. 과거와 달리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지 않은가. 잠깐, 담배야 그렇다 쳐도 개고기가 무슨 피해를 주느냐고? 2016년 인천의 주택가에서 60대 남자가 목줄까지 있는, 옆집 반려견을 끌고 가 잡아먹은 일이 있다. 이같은 일은 시시때때로 벌어지는데, 큰 개는 수육이나 보신탕, 작은 개는 개소주로 만들어진다. 물론 이건 개인의 일탈이지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나라가 ‘개를 먹는 나라’라는 데 있다. 또한 사람들 중엔 보신탕집 앞을 지날 때마다 불쾌감을 호소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피해라면 피해다.

셋째, 우리 전통이다?

과거 먹을 게 없을 때야 개고기를 먹었을 수도 있다. 이런 걸 전통이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만, 설사 그렇다 쳐도 국제사회의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지키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웬만큼 사는 나라들치고 개를 먹는 나라는 없으니, 개고기 금지는 이제 글로벌 스탠다드다. 몇 명 먹지도 않는 개고기 때문에 우리 국격이 떨어지는 걸 계속 방치해야 할까? 게다가 우리처럼 개를 먹던 대만은 2017년을 기점으로 개고기를 먹는 이에게 수백만 원의 벌금을 물리거나 1~5년의 징역을 살게 하는 법을 만듦으로써 배신을 때렸다. 이제 개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베트남만 남아 있다. 학교 때 은사가 늘 하던 말이 생각난다. “비록 우리가 1등은 못하더라도, 꼴등은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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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개고기만한 보신음식이 없다?

개고기가 몸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몸을 특별히 좋게 해주는 능력은 없다. 영양학적으로 소·닭·돼지보다 못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개고기로 팔려가는 개들 중엔 병든 개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이다. “번식장 개들은 피부병을 기본으로 다 갖고 있어요. 온몸에서 피고름을 줄줄 쏟아내는 상태예요.” “끊임없이 임신과 출산을 강요당한 개들은…장기가 망가질 대로 망가져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64·75쪽) 누구한테 줄 수도 없는 이런 개들은 도축업자에게 팔려간 뒤 보신탕이란 이름으로 사람들 앞에 놓인다. 이걸 먹으면 참 보신 잘 되겠다, 그죠?

개 주인들도 바뀌어야 한다

이렇듯 개고기 옹호자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궤변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개고기 관련 기사가 나올 때마다 필사적으로 댓글을 닮으로써 마치 개고기 옹호가 더 우세한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이건 내 추측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개고기를 먹어서가 아니라, 개에 대한, 그리고 개 주인들에 대한 자신들의 증오심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일 게다. 얼마 전 개고기 식용금지법에 대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반대 (51.5%)가 찬성 (39.7%)보다 더 많이 나온 것도 다 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개고기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지속해서 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개 주인들이 개를 기를 때 지녀야 할 기본적인 예절을 잘 지켜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우리 개라고 무조건 감싸기보단, 우리 개가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치는지 노심초사하지 않는 한, 개고기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단국대 교수(기생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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