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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침대병동·신문…MB·최순실·김기춘 ‘슬기로운 구치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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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기자, 교도관이 되다]

최순실 외부 병원행, MB 신문 3개 구독, 김기춘 병동 독거실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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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보고 싶던 그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만났다. 2014년 겨울, 그의 집 앞에서 3주 정도 ‘뻗치기’(취재원을 무조건 기다리는 일)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최순실이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사동 근무를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수용사동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보안정문을 통과했는데 여자사동 출정 출입구 앞쪽에 법무부 승합차량이 대기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외부 병원 호송을 담당하는 교도관이 발을 동동 굴렀다. 외부 병원 진료를 받는 여자 수용자는 많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뭔가 있구나’ 싶어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잠시 뒤 여자사동에서 한 여성이 수갑을 찬 채 교도관과 함께 걸어 나왔다. 최순실씨였다. 키가 작다는 얘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예상보다 훨씬 더 작았다.

다가가자 못 보던 얼굴이라 그런지 경계하는 눈빛이 날카로웠다.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옆에 있던 교도관이 안절부절못했다. 교도관 제복을 입고 있던 내게 그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안녕하세요.” “지내시는 데 불편은 없으시죠?”라고 묻자 옆의 교도관이 팔을 잡았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다른 여성 교도관과 함께 승합차에 올랐다. 그는 이날 강남의 한 대형 병원에 치료차 입원했다고 전해졌다. 외부 진료 예약 자체가 쉽지 않은 구치소 여건에서 외부 병원 입원은 흔한 일이 아니다.

서울동부구치소에는 김씨와 박씨 같은 이른바 ‘개털’(돈 없고 빽 없는 수용자를 일컫는 은어)만 있는 게 아니다. 최순실씨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범털’ 수용자도 여럿이다.

이 전 대통령은 중간 크기의 중방(10.3㎡, 3명 정원)에 홀로 수용돼 있다. 동부구치소는 통상 45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용사동 전체를 비웠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다 미연의 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교도소장과 보안과장, 허가받은 전담 교도관만 들어갈 수 있다.

지난 3월23일 새벽 구속수감되던 날, 이 전 대통령을 계호한 교도소 관계자는 수용거실의 바닥이 따뜻한지 먼저 손으로 짚어 봤다. 이를 본 이 전 대통령은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한겨레> <중앙일보>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있다. 소화가 안돼 주로 죽을 먹는다고 한다. 한 교도관은 이 전 대통령을 일러 “가든파이브를 만든 게 엠비인데 결국 자신이 조성한 문정단지로 들어온 셈”이라고 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심장 질환으로 병동 독거실에 수용돼 있다. 침대가 있는 병동은 일반 사동에 비해 수용거실이 넓고 쾌적했다. 내가 그의 방에 갔을 때, 그는 법정에 나가고 없었다. 그 방은 일반적인 크기의 독거실(5.7㎡)보다는 더 컸다. 침대 한편에는 성경과 묵주가 놓여 있었다. 그는 천주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장관이었던 그가 법무부 신세를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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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서울시 송파구 정의로 37)는 문정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도심 속 최신식 아파트형 교정시설이다. 지하 2층 위에 지상 10층짜리 건물과 12층짜리 건물 4개가 중앙 복도로 연결된 구조다. 위에서 보면 날이 5개인 갈퀴 모양이다. 총 4개동에 808실로 수용 정원은 2070명(6월말 현재 2319명 수용)이다. 첨단 장비와 쾌적한 시설 등 근무 여건이 좋아 교도관들의 희망 근무지 1순위로 꼽힌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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