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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인터넷은행만 은산분리 완화? '특혜 시비' 어떻게 돌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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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반대->추진으로 선회한 '인뱅 은산분리 완화' 문제점은

전성인 교수 "여당, 1년 전 한국당이 했던 얘기 반대하고 지금은 찬성…어불성설"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케이뱅크 인가는 정권 사업을 맹목적으로 추진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의 건전성과 공정성이라는 사명을 잃어버린 것이다", "케이뱅크는 혁신 모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아니라 무점포 인터넷 전용은행일 뿐이다" (지난해 7월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의 발언)

"은행법을 건드리지 않고 은산분리의 기조를 유지하되 인터넷은행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특례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핀테크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금융산업의 혁신을 하기 위해선 인터넷은행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지난 18일 새롭게 구성된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의원들의 발언)

정부여당이 1년 만에 인터넷전문은행과 발전에 대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2년차 여당으로서, 경제 성과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그렇다면 당시 지적했던 문제와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금지) 완화를 반대했던 논리는 해결이 된걸까.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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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여당, 1년 전 한국당 주장 반대해놓고 지금은 찬성…어불성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단체와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문제를 제기했던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1년 전 반대했던 문제점과 반대 논리가 여전히 그대로라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행에 한해서 은산분리 원칙을 완화한다는 정부여당의 움짐임에 대한 반대 지지 선언까지 나왔다.

민주당과 함께 인터넷은행의 문제점을 가장 날카롭게 파고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명백한 공약 파기"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예외를 두고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이것만 예외적으로 하겠다는 말이 규제 완화를 위한 정당한 논거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특혜'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당이 기본적으로 반대해왔던 것을 하루 아침에 입장을 바꾸고 제대로 된 논리를 설명하지 않았다"며 "갑자기 4차 산업혁명을 하기 위해 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1년 전에 자유한국당이 했던 이야기다. 그때는 반대하고 지금은 찬성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금융이론적으로 맞고 틀리냐 따지기에 앞서 정치적으로도 공당의 태도가 아니고 대통령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인터넷은행에 한해서 은산분리를 완화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부작용은 '특혜 시비'다. 이를테면, '학력고사'라는 원칙이 있는데 이 원칙은 그대로 지키면서 A라는 사람에 한해서만 학력고사 원칙을 완화해주겠다는 말과 같다는 것이다. A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시중은행과 알리바바 같은 외국의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인가를 얻어 사실상 은행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전 교수는 이에 대해 "현재 정부는 본인들도 예측할 수 없는 문을 열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것이 훗날 시중은행에까지 은산분리를 완화해주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 "인터넷은행서 제2의 동양증권 사태 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였던 2015년, 윤 원장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이슈와 추진 방향'이란 주제로 인터넷은행 도입의 문제점과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발제했다. 윤 원장은 당시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완화를 하는 것은 은행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우려했다.

은행의 가장 기본 기능은 금융 중개를 통한 자원 배분이다. 기업이 투자를 하려고 하면 은행은 기업의 투자를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은행과 산업자본이 분리가 되지 않는다면 극단적으로 모기업의 사금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삼성은행'의 탄생을 우려한 것이다.

윤 원장은 지난해 말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금융위에 제출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서도 "혁신위는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 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며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를 동일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한 금융 전문가는 "제3자가 대출 받아 대주주에게 전해주는 등 산업자본 대주주가 규제를 피해 은행을 사금고로 사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며 "은산분리를 완화할 경우 인터넷은행에서 제2의 동양증권 사태가 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또 "은행업을 기술 개발이 본질인 핀테크 업체가 잘할 거라는 전제 자체가 코미디다. 핀테크 기술은 결국 은행업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인터넷은행이 은행의 대체재가 아니고 보완재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은행의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이 1년 만에 입장을 선회한 이유로 든 일자리 창출과 인터넷은행의 메기 효과에 대해서도 모순이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터넷은행은 지점 없이 비대면 영업을 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얼마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메기 효과에 대해서도 인터넷은행 신설 때문이 아니라 정확히는 은행의 신설에 의한 것이라고 봤다.

전 교수는 "인터넷은행에서 비대면이 쉽게 가능했던 건 다른 시중은행의 오프라인 통장이 금융실명제 하에서 본인 확인을 해왔기 때문이고, 인터넷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쉬웠던 것도 오프라인 은행들이 가계 부채 증가 억제라는 이유로 사실상 신규 대출 제한을 걸어놨기 때문에 반사 이익을 본 것"이라면서 "시중은행에 제한을 두고 인터넷은행에 혜택을 줘 메기효과처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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