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이영표 “선수들과 진심을 소통, 데샹 감독 지도력 빛났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돌아본 러시아 월드컵 40일

자신의 전술 경기장서 완성하는

선수들 마음 얻는 최고의 능력

한국도 지도자 성장시스템 절실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눈물 흘리며 뛴 우루과이 히메네스

한국-독일전 경기내내 칭찬만 해

크로아티아의 헌신적인 토털사커

잉글랜드 세트피스·프랑스 역습…

이젠 ‘자신들만의 축구’가 트렌드
한국일보

이영표 KBS 해설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영표(41) KBS 해설위원은 지난달 초부터 월드컵 결승이 열린 이달 중순까지 약 40여 일간 러시아 곳곳을 누볐다. 2002년(한일월드컵-4강), 2006년(독일월드컵-조별리그 1승1무1패), 2010년(남아공월드컵-16강) 등 선수로 3번의 월드컵을 경험한 그는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4년 전 브라질에 이어 두 번째 월드컵을 치렀다. 이번에도 날카롭고 조리 있는 해설뿐 아니라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가감 없는 쓴 소리로 호평을 받았다.이 위원과 메신저 인터뷰를 통해러시아월드컵을 돌아봤다.

-월드컵 개막 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주목할 만한 강팀으로 프랑스를 꼽았다. “디디에 데샹 감독은 지금쯤이면 결과물을 낼만한 지도자기 때문”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의 경기를 중계하면서도 여러 차례 데샹 감독의 지도력을 강조하던데 어떤 점이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일까.

“데샹 감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선수장악력과 소통능력이다. 유럽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 나를 스카우트 하길 원하는 데샹 감독과 긴 시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데샹 감독의 진심을 느꼈던 적이 있다. 진심, 이것이 데샹 감독의 독특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술은 감독이 짜지만 전술을 이행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결국 선수의 마음을 얻은 감독만이 자신의 전술을 경기장 안에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감독의 첫 번째 목적은 전술이나 해박한 축구지식이 아니라 먼저 사람이다. 데샹 감독이 AS모나코, 유벤투스, 마르세유,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에서 인정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한국일보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디디에 데샹 감독.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월드컵 해설위원으로 현장에서 두 번째로 대회를 지켜본 소감은 어떤지. 중계 때마다 월드컵이 얼마나 대단한 대회인지 다시 깨닫게 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걸 들었다.

“월드컵에서 조별예선을 통과하면 보통 4일 후에 16강전이 치러진다. 그리고 16강에 진출한 나라의 축구 팬들은 4일을 설렘으로 기다린다. 바로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엄청난 축복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엄청난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들처럼 얼굴 가득 상기된 표정의 16강 진출 국 축구팬들을 볼 때마다 16강, 8강 진출의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다.”

-브라질 월드컵 때는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가 몰락하고 네덜란드, 칠레의 역습 축구가 주류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 축구의 흐름은 하나로 단정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드러나는 것 같기도 한데, 전체적으로 러시아월드컵에서 드러난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지난 브라질 월드컵을 ‘역습축구와 3백의 재발견’이라고 정의할 수 있었다면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자신들만의 축구’라고 말하고 싶다. 4강 팀만 봐도 잉글랜드는 상대의 역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6명의 고정된 수비와 강력한 세트피스 공격, 벨기에는 공격적 3백에 역습과 킬패스 그리고 템포조절이 가미된 다양한 공격루트, 크로아티아는 토털사커를 연상시키는 다이나믹한 공수전환을 바탕으로 쉼 없이 싸우는 헌신적인 축구, 프랑스의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속도와 역습 그리고 힘과 기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2018 버전의 아트축구 등 이 모든 것들이 각 팀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팀의 선수구성과 수준을 정확히 이해한 하나의 작품 같은 느낌을 받았다. 상대를 철저하게 대비하면서도 결국 마지막 마침표는 자기 축구로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일보

러시아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EPA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승 팀 못지않게 큰 감동을 준 크로아티아 축구를 보며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크로아티아는 정말 매력적인 축구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루카 모드리치(33ㆍ레알 마드리드)가 결승전 전날 인터뷰에서도 고백했던 것처럼, 대회 시작 전 크로아티아는 16강 진출이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업적을 이뤄냈다. 특히 토너먼트 4강까지 경기에서 선제 실점을 하면서도 끝까지 따라붙고 결국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번 강조했지만 결승까지 보시고 난 뒤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것,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서 일관성 있고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좀더 자세히 말하면 중간에 해임할 필요가 없는 좋은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 실패했던 월드컵과 성공했던 월드컵을 토대로 4년을 어떻게 준비하면 16강에 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의 16강 진출로 이제 조가 어려워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핑계를 더 이상 댈 수 없게 됐다. 장기적으로는 모두가 다 아는 것처럼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충분히 길러내는 일이다. 꾸준히 16강에 가려면 선수들이 축구를 잘해야 하고 선수들이 축구를 잘하려면 좋은 지도자 밑에서 좋은 프로그램으로 잘 훈련 받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나 최고의 선수를 만들어내는 최고의 지도자가 필요하다. 결국 좋은 지도자를 만들어내는 행정력과 시스템 그리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일이 한국축구가 사활을 걸고 매달려야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경기, 인상적인 나라, 인상적인 선수를 하나씩 꼽아준다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칭찬만 할 수 있었던 대한민국과 독일전이 제일 기억에 남고 인상적인 나라는 크로아티아, 인상적인 선수는 프랑스와의 8강전에서 눈물을 흘리며 경기했던 우루과이의 호세 히메네스(23ㆍ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기억에 남는다.”
한국일보

이영표 위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위원은 브라질월드컵을 마친 뒤 “월드컵에서 한 공부가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결승 무대에 언젠가 가는데 보탬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씀을 했다. 한국 축구를 위해 대한축구협회든 아니면 어떤 것이든 본격적으로 나서실 의향은 있는지.

“나 같은 사람이 협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협회에는 이미 제가 선수 시절부터 알고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은 정말 축구를 사랑하고 열정도 갖췄다. 축구 팬들의 협회에 대한 불신이 협회에 사람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본질에서 한참을 벗어난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한국 축구를 위해 내가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할 것이다. 기술, 유소년, 바른 마음, 유능한 지도자, 좋은 프로그램 등 이런 단어들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계획하고 있고 어떤 일들은 이미 시작한 것도 있다.”

-홍명보 축구협회전무가 현장에 와서 일한다면 언제든 문을 열어 놓겠다고 했는데.

“홍명보 전무님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특히 축구로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받은 것들을 돌려줘야 한다는 말은 정말 공감이 간다. 하지만 현장이라는 뜻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눈에 잘 보이는 협회나 지도자 혹은 대중에게 공개된 곳에서 일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현장이 아닌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를 위해 하는 모든 것이 곧 현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미 한국 축구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말하는 현장이 축구해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웃음).”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